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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에서 시를 읊다

[팝송영어 #6] April come she will

벌써 4월이네요. 오늘은 4월에 들으면 좋은 명곡을 소개합니다. 아니, 4월에 들으면 좋은 노래가 아니라 4월에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명시입니다.


 

한주에 한 곡, Pop Song English

꽃 피는 사월에 부르면 딱 좋은 노래,

April come she will (1968, Simon & Garfunkel)



April, come she will

When streams are ripe and swelled with rain;

 

May, she will stay,

Resting in my arms again.

 

June, shell change her tune,

In restless walks shell prowl the night;

 

July, she will fly

And give no warning to her flight.

 

August, die she must,

The autumn winds blow chilly and cold;

 

September, Ill remember

A love once new has now grown old.



사월이 되면 그녀가 돌아올거야

봄기운이 무르익은 시냇물이 봄비에 넘실거릴 때면은

 

오월이 되면 내 곁에 머무르겠지

다시금 내 팔에 기대어 쉬면서

 

유월에는 마음이 바뀌어

불안하게 서성거리며 밤마다 배회할거야

 

칠월에는 날아갈거야

간다는 말 한 마디도 없이

 

팔월에는 영원히 헤어질 수 밖에 없을 거야

가을 바람이 차갑고 서늘하게 불어 오니까

 

구월이 되면 기억할거야

예전에 새롭게 다가왔던 사랑이 이제는 옛 추억으로만 남았다는 것을


 

(해설)

 

해마다 10월이 되면 정신없이 바쁜 가수 이용씨.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 한 곡으로 한달 정도 집중적으로 일하고 1년을 먹고 산다면 그도 참 부럽고 존경스런 재주입니다. 노래의 화두인 ‘10월’이라는 말이 가을이라는 스산한 분위기와 느낌을 대변해 주는 데다가 가수의 목소리가 이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해 줘 마음 속 촉촉히 적셔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팝송에도 이런 노래가 몇몇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노래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벌써부터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자주 들립니다. 이용씨의 ‘10월’ 노래만큼은 아니지만 해마다 4월이 되면 이렇게 라디오에서 감미롭게 흘러나오는 노래, 제가 가장 좋아하는 ‘Simon & Garfunkel’이 들려주는 ‘April come she will.

 

Paul Simon’ 특유의 환상적인 기타 반주가 몽환적이면서도 맑은 ‘Art Garfunkel’의 목소리에 실려 4월 초봄, 그 순수한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옵니다. 상당히 짧은 곡이지만, 더 길면 오히려 안 좋을 것만 같은 절제의 미학도 느껴집니다.

 

(, 이 정도면 단순한 팝송 가사가 아니라 시로 봐야 합니다) 4월부터 시작하지만 9월에 끝납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이제 봄 기운이 완연한 4, 시냇물에 봄비가 촉촉히 내려 넘실거릴 때 그녀가 돌아왔다. 5월이 되어 내 곁에서 사랑을 꽃 피우며 머물러 있던 그녀는 6월이 되면서 어딘지 불안해 하더니 급기야 7월에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훌쩍 떠나고 말았다. 8월에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 길로 떠났지만 9월이 되었어도 나는 안다. 지금은 시들어 버렸지만 새롭게 다가왔던 그 사랑을, 그리고 그 사랑이 내년 4월에 다시 올 것이라는 것을…』

 

추억으로 남은 사랑을 4월에 피어나 한 여름을 보낸 후 가을에 스러져가는 ‘꽃’에 빗대어 표현했습니다.

 

그분들의 노래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영화 ‘졸업(The Graduate), 1963, 더스틴 호프만/캐서린 로스’에 삽입된 여러 명곡 중 하나죠.

 

시가 워낙 쉽고 짧아서 외우기도 쉽고 선율도 음치 티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음이 별로 없으면서 빠르지도 않아 나도 팝송 한 곡 부를 줄 안다고 자랑하기 딱 맞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특히 봄이 시작하는 4월에 말이죠..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공연장이었지만 평생 다시 또 보기 힘든 공연이었기에 에라...딱! 1장 잽싸게 찍은 '아트' Garfunkel.

또 다시, 작년 12월  집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소극장에서 직접 본 ‘Art Garfunkel’의 '아트'적인 공연 이야기 한 토막.

 

이제 70이 넘은 ‘아트’ Garfunkel. 비록 혼자 불렀고 노인이다 보니 목소리가 예전같지는 않았지만 청중을 울리는 매력은 여전했습니다.

특히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청중들이 모두 숙연해졌었죠
. 박수 소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던 노래 중 하나였습니다

노래 몇 곡 부르고 난 중간 중간에 아트 가펀클은 자신의 시집을 한 권 꺼내 들고는 시 낭송을 하곤 했습니다. 영어 리스닝 공부를 제대로 못 한 제가 너무나 통탄스러웠던 계기가 됐죠. 아트 가펀클이 시집 여러권을 출판한 시인이라는 걸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던데 그는 잘 알려진 시인이기도 합니다.

아, 그리고 저희 부부가 그 청중들 중에서는 제일 나이가 어린 축에 속했습니다. 거의가 아트 가펀클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추억을 나누는 자리였답니다.

 

(노래는 노래, 영어는 영어)

 

When streams are ripe and swelled with rain

 

Ø  ripe 익은, 숙성한, 노련한, 기회가 무르익은(for)

Ø  swelled with rain 비가 와서 불어난

 

시작하자마자 요 부분이 상당히 헛갈립니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번역본들을 두루 살펴보니 ‘ripe’가 가진 의미는 교묘하게들 피해나갔더군요. 두루뭉실하게 ‘시냇물이 봄비에 넘실거릴 때’ 식으로요.

 

ripe’는 여러가지 상황에서 다양하게 쓰이지만 어쨌든 ‘농익었다/무르익었다’는 의미입니다. 과일이 주어로 나온다면 과일이 농익은 것이고 기회가 무르익었을 때도 ripe를 쓸 수 있습니다. 이제 하산할 때가 됐을 정도로 솜씨가 노련해졌을 때도 이 말을 씁니다. 그러나! 여성에게 잘 못 쓰면 빰 맞을 수도 있습니다. “죽이는데!” 이런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When streams are ripe, 시냇물(stream)이 무르익었다(ripe)’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요? 바로 ‘봄이 되어 얼음이 녹고 무르익은 봄기운이 시냇물 따라 흘러간다’는 것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냇물이 4월을 맞이해 봄기운이 무르익어 봄맞이 준비가 됐는데 때 마침 봄비가 내려 넘실거릴 때’이겠구요. 조금 줄이자면, ‘봄기운이 무르익은 시냇물이 봄비에 넘실거릴 때면’이라고 번역하면 틀림없습니다.

 

June, shell change her tune

 

tune’은 ‘무엇인가 조화를 맞춘다’는 뜻입니다. 악기에 쓰이면 선율이나 장단을 맞추지만 사람이 주어라면 ‘기분이나 상태를 맞춘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꽃’이 주어라면? 바로 ‘색이 바뀐다’는 뜻이니, 여기서는 ‘6월이 되어 꽃잎이 바래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랑으로 비유한다면 사랑이 식어가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알아두면 좋은 숙어 :

change ones tune 태도를 바꾸다. 논조를 바꾸다. 하여튼 여태까지의 태도가 일순간에 획! 바뀌는 모습을 말합니다.

 

In restless walks shell prowl the night

 

in restless walks’ 불안한 걸음으로

prowl 어슬렁거리다. 배회하다. wander about’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And give no warning to her flight.

 

give no warning’ 이런 표현은 일상 대화보다는 시에서 주로 많이 쓰이는 방식입니다. 대개 운율을 맞추기 위해 쓰이죠. And she doesnt give any warning to her flight’라고 했다면 시를 읽는 맛이 사그라들고 손발이 오그라들겠죠?

 

August, die she must,

 

이 역시 시에 자주 나오는 도치법입니다. 정상적인 일상 대화라면 ‘she must die’라고 해야 하겠죠? 눈을 하얗게 뒤집고 고개를 팍! 뒤로 넘기면서 “넌, 내일 죽어!”하던 에리카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이건 ‘그녀가 죽어야만 한다’는 의미는 당연히 절대! 아니고, ‘그녀가 죽을 것이 틀림없다, 그녀는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아쉬움에 찬 확신입니다. 그래도 시()인데 ‘죽는다’는 말을 쓰기가 좀 싫어서 저는 ‘영원히 헤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완곡하게 번역했습니다.

 

A love once new has now grown old

 

A love once new 한때는 새롭게 다가왔던 그 사랑이

has now grown old 이제 시간이 흘러 오래전 옛 사랑의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는 뜻입니다.


Rhyming(운율)에 대하여

 

영어는 모음이 한정적이죠. 우리말에 비하면 턱없이 적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 참으로 교묘하게 이 모음을 사용합니다. 특히 시(詩)를 쓸 때는 (단모음이건 복모음이건 간에) 이 모음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배웁니다. 아니, 영어를 처음 배우는 'phonics' 단계에서부터 이 공부가 시작됩니다. 반드시 모음만은 아닙니다만... 운율 맞추기, 'rhyming'은 영어 공부에서 무척 중요한 대목입니다.

이 노래 가사의 구조에서 그 예를 볼까요?

April ~~~ will, (~il)
May ~~~ stay, (~ ay)
June ~~~ tune, (~ une)
July ~~~ fly, (~ly)
August ~~~ must, (~ust)
September ~~~ remember (~ember)

신기하게도 딱딱 맞아 떨어지지요? 이게 전형적인 'rhyming'입니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왜 'She will come."이라고 하지 않고 "come she will."이라고 하는지 헛갈릴 수 있을 겁니다. 또 "She must die." 대신에 "die she must."라고 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운율을 맞추기 위해 도치법을 쓴 것입니다.

기왕 'rhyming'에 촛점을 맞춘 김에 이것도 봅시다.

rain ~~~ again (1절과 2절 끝 소절)
night ~~~ flight (3절과 4절 끝 소절)
cold ~~~ old (5절과 6절 끝 소절)

시 하나 쓰는데 참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묻어나는 구절입니다.

이렇게 'rhyming'을 잘 맞추면 문장에 리듬이 저절로 살아납니다. 그래서 시를 쓸때는 특히 'rhyming'을 잘 맞춰야하고 그래야만 멜로디없이 그냥 소리내 읽기만 해도 노래가 되는 겁니다.

요즘 노래마다 빼 놓지 않고 삽입되는 '랩(rap)'... 랩(rap)이란 원래 운율을 잘 살린 노랫말을 흥얼대는 것이죠. 별다른 멜로디 없이도 그냥 흥얼거리기만 하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어깨가 들썩여지는 것은 바로 절묘한 'rhyming' 덕분입니다. 

시와 노래는 한 뿌리에서 나온 가지입니다. 노랫말은 시가 되어야 합니다. 쓰레기같은 가사만 양산해 내는 우리나라 요즘 작사가라고 하는 친구들...흘러간 옛 노래라고 무시하지 마시고 가끔은 이런 시도 좀 읽으면서 반성도 하고 공부 좀 하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rap'을 한다면 운율(rhyming)이라도 좀 제대로 맞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건달처럼 어깨만 거들먹거리면서 운율 하나 제대로 맞추지도 않고 아무 의미도 없는 노래를 억지로 흥얼거린다고 다 랩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팝송 명곡으로 익히는 영어 시리즈를 계속 연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팝송 가사를 찾아 보시는 분들은 대개가 학생층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영어 선생도 아닌 제가 주제넘는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실력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번역해서 해설도 곁들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인터넷을 뒤져 보면, 엉터리없이 번역한 글들이 상당히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걸 또 여기저기 퍼뜨리고 있으니 학생들이 오해를 하곤 하죠. 저 역시 나름대로 사전을 뒤적이면서 제대로 된 번역을 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제 번역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 하나, 온 나라가 영어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학생들이 특히 영어에 피곤해 하고 많이 지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놈의 영어, 지겹고 피곤할 때면 이렇게 팝송 하나 들어가면서 시()적인 내용도 확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 마디 익혀갔으면 좋겠습니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스트레스가 안 쌓이는 곁다리 공부는 됩니다.

 

노래 가사라 해서 우습게 볼 일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불리워지는 노래 가사는 그 내용이 상당히 철학적이면서 시적입니다. 또한, 서구 사회의 역사와 문화, 생활 등이 스며 있고 각종 신문 등에 인용되는 표현들이 많이 나옵니다.

 

요즘 한국 노래를 들어보면 저 개인적으로는 참 못마땅한 구석이 많습니다. 어쩜 그렇게 천편일률적으로 댄스곡 아니면 징징 짜는 노래 일색인지…특히나 가사를 쓰는 작사자들은 이런 노래를 듣고 반성 좀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사랑을 노래해도 이렇게 시적으로 노래할 수도 있습니다. 꼭 그렇게 말초적인 형편없는 가사를 남발해야 먹고 삽니까?

 

이상이 제가 팝송 영어 시리즈를 계속 작성해 보는 동기입니다.

 



  이 글은 캐나다 토론토의 한 동포신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그러니까 혹시 거기서 보았더라도 "? 어디서 봤는데 불펌한거 아냐?" 하는 오해는 마시길... 제가 원저자니까요....영어 가사만 빼고요. 그 글을 조금 더 손보고 발표합니다.

 

퍼 가실 때는 받드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가끔 아무 소리없이 마치 자신이 작성한 양 블로그나 카페에 올려 놓는 분들이 있던데, 때로는 제 글보다 무단 카피한 그 글이 먼저 검색되기도 하더군요. 거 참... 그냥 링크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제가 한 번역에 틀린 부분이 있다면 조용히 귓속말로 일러 주시길...그럼 저도 조용히 살짝 고쳐 놓겠습니다.

 

앞으로 팝송영어 시리즈...계속 갑니다. ~~~~.... 부담없이 추천해 주세요. 그래야 다른 분들,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잠시나마 머리 식혀 갑니다.

 

아래 곡들도 보시구요.


  
파랑새 가족의 캐나다 이야기
http://canadastor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