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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간 이야기

봄 바람 타고 메이플 시럽 채취하기


♧ 봄 바람에 실려 메이플 시럽을 채취하러 간 이야기 ♧



♡ 해마다 봄이 오면 고로쇠 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듯이, 이른 봄 캐나다에서는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여 시럽을 만듭니다.

바로 이 것이 캐나다의 대표적인 특산물 중 하나이자, 전통적인 웰빙 건강 식품인 Maple Syrup입니다.

오늘은 바로 그 단풍 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서 메이플 시럽을 채취하는 곳을 견학한 이야기를 드립니다. ♡


 

3월 중순 정도 되면 아침, 저녁으로는 아직은 쌀쌀하지만, 그래도 낮에는 햇살이 슬슬 따사로워 지면서 이 곳 저 곳에서 봄 소식이 들려 오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무렵부터 온타리오주와 퀘벡주 곳곳에서는 메이플 시럽을 채취하기 시작하지요. 그래서 메이플 시럽은 봄의 전령사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모국에서도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이 꽤 팔리고 있더군요.)


 

Maple Syrup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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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판되는 Maple Syrup


단풍나무 농장으로 안내하기 전에, 우선 메이플 시럽이 어떤 것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출처: 제 혀의 경험, 여기 저기서 주어 들은 이야기, 그리고 인터넷, , 잡지 등 이 곳 저 곳)

 

맛이야 당연히 제 혀가 잘 알고는 있지만, 글로 설명하기가 좀 어렵군요. 그냥……시럽 맛입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조금 진한 제품은 특이한 향이 나는데, 만약 이 시럽으로 집에서 직접 사탕을 만드신다면, 창문을 좀 열어 놓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달콤한 냄새가 진하면 조금 어지럽더군요.

 

캐나다에서는 이 메이플 시럽이 건강에 아주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저 자신 자주 먹으면서도 그저 그러려니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덕분에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 보았습니다.

 

여기 저기 찾아 보니, 메이플 시럽은 망간 및 황산 이온, 칼슘, 칼륨, 철분, 비타민, 마그네슘, 아연, 포도당 등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 외 10 여종의 미네랄 성분 등이 함유되어 있어 가히 종합 영양제라 할 만한 천연 건강 식품이라고 합니다. ……좋긴 좋군요.


 

Maple Syrup은 원래 북미 원주민의 음식

 

이 메이플 시럽은 원래 북미 원주민(인디언이 아니라, First Nations라고 합니다.)의 음식이면서 동시에 약이었습니다.

 

초기 북미 개척 시대, 유럽에서 온 정착민들에게 제일 큰 적은, 짐승도 원주민도 아닌 다름 아닌 겨울이었는데, 추운 겨울이 되면 싱싱한 채소를 먹기도 어려워 비타민 결핍 등으로 인한 병으로 많이 시달렸다 합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 눈이 녹을 즈음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방법을 알고 있던 원주민들에게서 수액 채취 법을 배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긴긴 북미의 겨울을 버티어 낼 수 있는 기초 영양을 보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북미 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이 유명한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는 원주민의 비법을 현대적으로 가공한 것들이 많습니다.)


 

▷ 어떻게 채취하나, 이제 견학 갑니다.

 

일년 중 바로 이 때(3~4)가 아니면 자연이 준 건강식품 메이플 시럽을 채취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혹시 제 이웃 사촌이시거나, 아니면 3, 4월에 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자녀와 함께 가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시럽을 채취하는 현장에서는 초기 정착민들의 복장을 당시 그대로 갖춰 입은 분들이 직접 시연을 보이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어,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메이플 시럽 채취 견학 프로그램은 TRCA(Toronto and Region Conservation)에서 주관하는 Sugarbush Maple Syrup Festival이 제일 많이 알려져 있는데 토론토 근교의 Kortright Centre Bruce Mill Conservation에 가면 이 메이플 시럽을 채취하는 모습을 상세하게 견학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미 종료되었습니다.)

 

저희는 Kortright Centre의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 갑니다.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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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숲에서 제일 오래된 할아버지 단풍나무, Grandpa Maple입니다. 수령 약 250 ~ 300년 정도.


드넓은 숲 속에 아름드리 단풍나무가 빼곡히 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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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 나무마다 이렇게 양철 통이 두어 개씩 달려 있습니다.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하는 3, 4월은 보통 밤에는 춥지만 낮에는 햇빛이 나고 기온이 올라 가는 계절입니다. 낮에 기온이 올라가 줄기를 타고 올라 간 단풍 나무의 수액을, 단풍나무의 목질부까지 구멍을 뚫은 후, (tap)를 꽂아 넣어 한 방울씩 양동이에 받습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저 양동이 속에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모습과는 비슷하면서도 또 조금은 다릅니다.

 

현장에서는 나무마다 박혀 있는 탭(tap)에서 채취한 단풍나무 수액을 원액 그대로 마실 수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수액 맛은 대부분 설탕물 같은 맛일 것이라고 상상하고 마시지만, 실제로는 생각 외로 그 정도로 단 맛이 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단풍 나무에서 직접 수액을 뽑아 마시면 그 자체로 신기하기도 하고 어쩐지 몸도 가벼워 지는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것이 바로 이 것이 자연이 주는 영양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나무에서 한 방울씩 받은 을을 약 40 배 이상으로 농축시켜야 우리가 먹는 메이플 시럽을 비로소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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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액을 88 끓이고 있습니다.


수 백년 전, 북미를 처음 개척하던 사람들은 이렇게 솥을 걸고 88 끓여 농축시켰습니다.

 

여기서 돌발 퀴즈 하나 나갑니다.

 

북미 원주민(First Nations, American Indians)들은 어떻게 농축시켰을까요? 그 사람들은 쇠로 만든 솥단지가 없었답니다. 단지 그들이 가지고 있던 것은 주로 나무로 만든 그릇이었다고 합니다. 나무 그릇에 수액을 넣고 이 것을 어떻게 끓여서 농축시켰을까요?

 

아시는 분들께서도 많이 계시겠지만, 제가 좀 잘 난 척 할 수 있는 기회를 양보해 주신다면 내일쯤 이 글 제일 아래 쪽에 해답을 드리겠습니다. 혹시, 어린 학생과 함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쇠로 만든 그릇이 없고 오로지 나무 그릇만 가지고 있던 그 들이 어떻게 물을 농축시켰는지, 내가 원주민이 되었다고 치고 생각해 보시고 아래 댓글로 아이디어를 주시면 어떨까요? 제 글을 같이 읽는 분들과의 재미를 위해서, 그리고 가족과 함께 자연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하여……

상품 따위는 없습니다! 바랄 걸 바래야겠죠?

 

그 들이 어떻게 자연과 조화롭게 살았나 하나 하나 알수록, 그 들의 삶의 지혜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그냥 재미 삼아 퀴즈를 냈는데, 댓글이 하나도 없네요. 이렇게 썰렁할 수가....그러나 댓글을 달지 않아도 한 분이라도 읽으신 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답을 드립니다.

쇠그릇이 없고 나무통만 가지고 있던 북미 원주민들은 단풍나무 수액을 나무통에 담고, 동시에 돌을 뜨겁게 달궜다고 합니다. 나무통에 그냥 불을 때면 나무통 자체가 타 버릴테니까 대신에 이렇게 돌을 뜨겁게 달군 후 그 돌을 나무통에 넣어 수액을 증발시키는 방법을 써서 단풍나무 수액을 농축시켰다고 하네요. 어쨌든 자신들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지혜롭게 살아온 그들의 한 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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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 끓였던 수액을 이제 따르고 있습니다.


거의 농축이 되었을까요? 맛을 보니, 상당히 달고 단풍나무 특유의 향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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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잔씩 맛 보고 설명도 듣고 불도 쬐고.... 옹기 종기 모여 친한 척 해 봅니다.


이렇게 보약같은 생 시럽 맛도 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곁다리로 불도 쬐고요. 이런 것이 겨울 숲 속에 들어간 재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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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개척민입니다. 제 아들 녀석이 타임머신을 발명한 덕택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초기 개척민들이나 하던 일이고, 이렇게 해 가지고 어떻게 장사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메이플 시럽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본격적으로 시럽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숲 속에 오두막을 짓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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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는 숲 속 오두막집


오두막 안에 들어가니 동화 속 벌목꾼 같이 생긴 아저씨가 생김새와는 다르게 친절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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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는 이렇게 팍팍 끓여야 하는 거야……어느 세월에 그렇게 끓이고 앉았어?


그런데, 와 보니 산 속, 숲 속 단풍 나무들인데, 높은 곳에 있는 나무들에서 채취한 수액은 어느 세월에 양철통을 짊어지고 오르락 내리락 합니까? 그래서, 또 잔머리를 한번 더 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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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곳에 있는 나무에는 순전히 중력의 법칙에 따라 그냥 호스로 연결해 내립니다. 시럽 물은 졸졸조올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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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졸조올졸 …… 아까 그 아저씨의 오두막집, 팍팍 끓이던 그 통 속으로 바로 들어 갑니다. 요렇게 하여 일꾼 몇 명이 잘렸습니다.


 

재미있게 견학하셨나요? 우리가 먹는 메이플 시럽은 이렇게 만들어 집니다. 모국에서도 메이플 시럽 충분히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여기 사람들은 주로 아침에 잘 먹는 핫케익에 올려 먹거나, 사탕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빵 만들 때 넣기도 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인절미 먹을 때 조청 대신에 찍어 먹기도 합니다. 이렇게 먹건 저렇게 먹건 몸에 좋고 향이 좋으니......그냥 좋겠죠?

 

혹시 캐나다 현지의 메이플 시럽을 원하시는 분들께서 계시다면, 공동 구매로 한번 해 볼까요?

 

 

돌아 오는 길은, 산을 한 바퀴 돌아 가게 되어 있어 아주 좋습니다. 입구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부엉이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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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 낮에 부엉이를 보았다?


자세히 보면………진짜가 아닙니다. 정말 깜박 속을 정도로 나무에 잘 올려 놓았더군요. 하기는……부엉이가 대낮에 왜 그러고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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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모이 통과 거꾸로 매달아 놓은 양철통


곳 곳에 사진과 같은 새 모이 통이 있어 겨울에도 새들이 굶지 않습니다. 그런데, 새 모이통 밑에 왜 양철통을 거꾸로 매달아 놓았을까요? 두 번째 돌발 퀴즈입니다. 이 것도 내일쯤 답변을 드립니다. 주로 어린이의 아이디어를 듣고 싶습니다.

 

역시 경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바랄 걸 바래야죠........ 제가 나중에 돈 좀 벌면, 이런 퀴즈에 경품 몇 개 정도 걸겠습니다. 손가락 걸고 약속합니다.


♡ 나름 재미있으라고 퀴즈를 내 보았는데, 제가 좀 쑥스럽습니다만, 혹시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보아 혼자라도 답변을 드립니다.

새 모이통에 양철통을 거꾸로 매달아 놓은 이유는, 다람쥐나 청설모가 나무를 타고 올라와 새모이를 훔쳐 가지 못 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랬다고 합니다. 대답도 좀....썰렁한 느낌이....

 

 참고 : 메이플 시럽의 등급

 

시판되는 메이플 시럽은 다음과 같이 등급을 나눕니다. 구입하실 때 참고 바랍니다.

 

In Canada (Ref: Ontario Maple Syrup Producers Association (OMSPA))

Colour Class

Flavour

Uses

Canada #1

Extra Light

Very delicate maple flavour

Good for pancakes, waffles

Light

Delicate maple flavour

French toast, dessert topping, breakfast cereals

Medium

Distinct maple flavour

Glazing, sweetening, as a dessert on its own

Canada #2

Amber

Stronger maple flavour

Good for baking, flavouring

Ontario Amber

As above

Used for any of the above

 

* 캐나다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크게 Grade AGrade B로 구분합니다 Grade A는 다시 Light Amber, Medium Amber, Dark Amber로 구분되는데 등급이 올라갈수록 맛과 향이 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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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께....

겨울 내내 영양분을 품어 모아 초 봄에 선 보이는 기특한 메이플 시럽을 드시고 일년 내내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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