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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야기

♡ 날개 부러진 어린 새 로빈(Robin)을 살린 이야기 ♡


♡ 날개 부러진 어린 새 로빈(Robin)을 살린 이야기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 속담 그대로 요새는 유난히 이른 아침마다 여기 저기서 짹짹거리는 소리가 이제는 거의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봄 내내 엄마, 아빠 새들이 먹이를 잡아 나르느라고 정신 없이 바빴는데, 이제서야 고생한 보람을 찾나 봅니다. 날이 더워 지면서 곳곳에서 어린 새들이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맘 때 어린 새들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까마귀나 독수리 등이 바로 이 때를 노리고 있기 마련이죠. 실제로 까마귀가 이제 막 둥지를 떠난 초보 비행사 어린 새를 잡아 먹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오메……무서라……


  

♡ 상처 입은 어린 새를 발견하다

며칠 전 집 주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녁 무렵 갑자기 집 주변에서 새들끼리 서로 싸우는 소리가 아주 시끄럽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먹이를 두고 새들끼리 싸우나 보다 하고 문을 열어 보니, 까마귀 한 마리가 어린 새를 잡아 먹으려 한 모양입니다. 어미 새가 자기 아기를 필사적으로 구출하려고 난리가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가 갑자기 문을 열고 나가는 바람에 놀란 까마귀가 발로 꽉 잡고 쪼던 어린 새를 그만 떨어뜨리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잔디에 떨어진 어린 새를 보니 배를 하늘에 보이고 누워 눈 감은 채 말 그대로 가슴만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듯이 콩당 콩당 뛰고 있더군요. 머리 옆에는 피가 흐르고 날개 하나는 꺾여 있고 다리도 부러진 듯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살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어찌할까 고민은 되었지만, 주변에서 정신 놓고 날아다니면서 짹짹거리면서 허둥대는 엄마, 아빠 새에게는 미안해도, 그냥 놔 둘 수 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사실, 좀 있다 죽고 나면 저걸 어떻게 치우나 하는 귀찮은 마음이 먼저 생기더군요.

 

아이가 말하기를 새 종류는 Robin(일반적으로는 로빈, 인수위 표기법으로는 롸빈)이라고 합니다.

 

로빈이건 롸빈이건 간에 아마도 아기 새를 살려달라는 아들 녀석의 시위가 없었더라면 저는 그냥 그렇게 문 닫고 집에 들어가 그 상처 입은 새를 자연의 운명 속에 맡겼다고 우기고 있었겠죠. 마음 속으로는 찜찜해 하면서도 말입니다.

 

아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가 살려 보겠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녀석을 계속 무시하다가는 저 녀석이 촛불이라도 들면 큰 일이다 싶어, 결국 어린 새 구조 활동에 나서기로 하긴 하였는데 이런 경우는 저 자신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 어떻게 살려야 하나
 

일단 동네 애완동물가게인 “Petsmart”로 물어나 보자고 갔습니다. 상처 입은 어린 새를 본 종업원들이, “불쌍하지만 우리는 새를 팔기만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근처 동물 병원에 가 보는 것이 좋겠다.”하면서 야생동물도 치료해 준다는 동물병원을 하나 소개해 주었습니다.

 

아니, 하필이면 우리 집에서 이 난리를 쳐, 이게 대체 돈이 얼마야. 생돈 깨지게 생겼네아들 귀에 안 들릴 정도로만 투덜대며 급하게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가 보니, 수의사와 간호사들이 어린 새가 스트레스를 무척 많이 받은 것 같다면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새장을 덮어 주고는 자신들도 이런 야생 새는 치료하기 힘들다면서 또 다른 곳을 소개해 주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치료를 못 해 준다가 아니라 쓸 데 없이 돈을 쓰지 말라는 배려였답니다.)

 

세 번째로 찾아 간 그 곳은 다친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치료한 후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기관이었습니다. 동물병원 간호사와 그 기관 사람, 아들 녀석이 전화통을 붙잡고 새의 상태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서로 장시간 통화를 하더니 결국 하루 밤을 지내고 다음 날 그 기관으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날, 새를 데리고 간 그 기관은 동네에서 북쪽으로 좀 멀리 올라간 시골에 있었습니다.

 

이 기관은 “Ontario SPCA (Ontario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동물학대예방 협회 온타리오 지부라는 기관으로서 개나 고양이, 토끼, 심지어는 뱀까지도 포함한 야생동물과 유기동물 들을 보호, 치료하고 입양도 시키는 비영리 동물 보호단체로서 캐나다에서도 손 꼽히는 곳이었습니다.

 

예약한 후 가 보니, 예상 외로 사람들이 많이 있더군요. 알고 보니 유기견이나 고양이 등을 입양해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Tweety(그 새 아들 녀석이 이 어린 새 롸빈 이름을 Tweety라 지었습니다)를 이 곳에 맡겼습니다. 물론 예쁜 수의사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해 주셨고, 부러진 날개와 다리가 다 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고 다 나으면 우리 집 근처에서 날려 보내 줄 것이라고 약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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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과 “bye”하면서 아쉬워 하는 (아들의 표현)Tweety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 덕분에 알게 된 고마운 동물 보호 협회


덕분에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기관이 하는 일을 알아 보니 참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더군요.

 

1.       동물 학대 조사 : 어디선가 동물 학대 신고가 들어 오면 경찰과 함께 이 기관의 investigator가 출동합니다.

2.       동물 보호 시설 제공, 그리고 분양 또는 입양을 주선합니다.

3.       야생 동물 구조와 치료, 911 서비스, 그리고 원상 복귀

4.       동물 보호, 자연 보호 교육

5.       정부나 각 사회 단체에 대한 지원 주고 받기

6.       동물 객체 수 조절도 주관합니다.

7.       유기 애완동물이나 잃어버린 애완 동물들을 보호 치료 후 원 주인을 찾아 돌려 주기      등등등................

 

이렇게 여러 가지 조~~~ㅎ은 일을 마~~~ㄶ이 하는데 이 중 제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것은 바로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보호기관에 들어 간 피해 여성들이 애완 동물을 동반하고 있을 때, 애완 동물을 대신 돌보아 주어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서비스입니다. 다른 서비스야 뭐, 동물 보호기관이라면 어디서나 다 하겠지만, 이런 서비스는 생각도 하지 못 했습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 기관이 무려 135년 전, 1875년에 설립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유달리 동물을 사랑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고 그 만큼 관련 시장도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기부금과 정부의 일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이 100년이 넘어 가도록 한결같이 실질적인 동물 보호 운동을 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잘 몰랐습니다.

 

혹시 동물 보호나 자연 보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야생 동물을 보호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 Ontario SPCA(Ontario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바로 가기

 


♡ 이제 남은 것은 박씨, 그대만 오면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하찮아 보이는 야생 동물이지만 어린 생명을 살려 주었다는 뿌듯함도 느끼고, 구호를 떠나 실제적으로 동물 보호, 자연 보호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알게 되었고, 더구나 아들 녀석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하나 깨쳐 나가는 모습을 보니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기분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게다가 돈도 한 푼 안 들었습니다. ㅎㅎㅎ

 

상처 입은 작은 새 하나를 살리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아들 녀석이 커서도 그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어린 롸빈 Tweety가 박씨 하나 물어다 주었으면 더 좋겠는데, 며칠 지났는데도 아직 박씨는 한 톨도 안 떨어지고, 괜히 골프공만한 우박만 왕창 떨어졌습니다.

내일은 오실려나? 아침마다 하늘 한 번 쳐다 보는데 오늘까지는 박씨는 커녕 비만 내리고 있네요.


제가 하늘을 쳐다 보며 박씨를 기다린다니까, 아들 녀석이 한 마디 합디다.

"Mr.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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