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간의 성탄절’선물을 모두 사려면 얼마나 들까?
크리스마스 물가지수 –‘The Twelve Days of Christmas’
♬ 『On the first day of Christmas / my true love sent to me / A partridge in a pear tree.』부터 시작해『On the twelfth day of Christmas / my true love sent to me / Twelve drummers drumming, / Eleven pipers piping, / Ten lords a-leaping, / Nine ladies dancing, / Eight maids a-milking, / Seven swans a-swimming, / Six geese a-laying, / Five golden rings,/ Four calling birds, / Three French hens, / Two turtle doves, / And a partridge in a pear tree!』로 끝나는 길고도 기며 돌고 도는,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캐롤.
‘The TwelveDays of Christmas’라는 이 노래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롤입니다.
이 노래의 자세한 설명은 바로 아래 글에 있습니다.
여기를 클릭하셔도 됩니다.
이 캐롤대로 선물을 장만하려면 12가지 364개를 사야 합니다.
1+(1+2)+(1+2+3)+ (중간 생략) + (1+2+3+4+5+6+7+8+9+10+11+12)= 364
(※ 분명 학교 다닐 때 저 역시 수학 시간에서 이런 문제를 풀고 공식도 달달 외웠던 것 같은데 이렇게 무식하게 일일이 더 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네요. 기억에는 ‘등차수열의 합’인가 뭔가 했던 것 같은데…. 공식을 찾아보고 해 보려고 해도 솔직히 귀찮고….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갑시다. 그렇게 무식하게 더했냐고 뭐라 하지 마시고… 저로서는 다시는 풀 필요가 없는 문제이니까…)
수학 공식이야 어쨌건, 그걸 되살리자는 말은 아니고…. 저는 크리스마스를 빌미로 한 경제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아무리 사랑이 깊어도 실제로 이 정도 선물을 장만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 사 보겠다면 과연 얼마가 필요할까요? 실제로 살 수는 있을까요?
피츠버그소재 투자회사인 ‘PNC Financial Services’사에서 1984년 이후 이들 품목을 일일이 조사해 일명 ‘크리스마스 물가 지수(Christmas Price Index)’를 발표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 28번째 조사 결과는 지난 11월 28일에 발표됐는데요. 조금 늦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이 모든 것을 장만하려면 10만1119달러 84센트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9만6824달러29센트, 조사를 처음 시작한 1984년에는 6만1천318달러 94센트가 들었습니다.
올해는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이 선물을 모두 장만하는데 10만달러가 넘은 해입니다. 작년에 비하면 4.4% 돈을 더 써야 한답니다.
물론 사람의 경우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PNC사에서는 해마다 이 지수를 산정하기 위해 시장을 샅샅이 뒤지고 있고 있지만 갈수록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급락을 반복하는 아이템 중 하나였던 열심히 헤엄치고 있는 백조 일곱마리(Seven swans a-swimming) 가격은 올해는 6300달러로 작년 5600달러에 비해 12.5% 오르면서 가장 비싼 선물로 등극했습니다. 가장 싼 선물은 노래 첫 마디에 나오는 배나무에 앉아 있는 자고새 한마리(Apartridge in a pear tree)로 15달러에 살 수 있죠.
그러나 이는 자고새 한 마리 가격 뿐입니다. 자고새를 배나무(a pear tree)와 함께 세트로 살려면 184달러 99센트로14.2% 올랐습니다. 배나무가격은 169달러 99센트로 13.3% 올랐고 자고새 가격은 작년에는 12달러였는데 올해는 15달러로 25.0% 오른 탓입니다. 이렇게 작년에 비해 급증한 물가는 첫째날 선물에 포함돼 있는 ‘자고새’ 외에도 둘째 날 선물인‘산비둘기(turtle doves)’ 두 마리로 각각 25%가 올랐습니다.
여섯째 날 선물인 알을 낳고 있는 거위 여섯 마리(Six geese a-laying)는 150달러에서 162달러로 역시 8.0%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선물을 온라인으로 사면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PNC사는 발품팔아 구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구하면 이보다는 훨씬 싸게 장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단, 대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배송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요.
일반 매장에서 평균 2만4263달러에 노래에 나오는 선물 한 세트를 살 수는 있겠지만 이를 온라인 주문할 경우 포장비와 배송비 때문에 4만 달러가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주로 살아있는 새나 북치는 사람들을 보내야 하는 가격 때문입니다.
이 말은 북미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한국은 북미에 비해 배송거리가 짧고 배송사끼리의 경쟁도 심해서인지 온라인 주문시 배송비가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땅덩이가 워낙 넓고 인구 소밀지역도 많은 북미에서는 배송 기간도 길고 배송비도 비싼 편입니다.
개중에는 내린 품목도 있습니다.
네쨋날부터 받는 ‘흑조(calling birds-노래부르는 새가 아니라 흑조입니다)’ 네마리 가격입니다. 작년에 599달러 96센트였던 흑조 네 마리 가격은 올해 519달러 96센트로 13.3% 내렸습니다. 이외에 또 가격이 내린 선물 품목은 다섯째 날 선물인 금반지 가격입니다. 금반지 5개를 장만하려면 작년에는 649달러 95센트였지만 올해는 0.8%가 내린 가격인 645달러에 충분히 살 수 있었답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 가격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품목도 있습니다. 세째날 프랑스 암탉은 작년과 동일한 150달러에 살 수 있습니다. 노래에 나오는 사람 중 여덟번째 날에 등장하는 우유짜는 하녀 여덟명(Eight maids a-milking)을 고용하려면 시간 당 임금을 총 58달러 지불해야 합니다. 이 역시 작년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댄서를 동원해 흥을 돋구기 위해 아홉명(Nine ladies dancing)을 초빙하려면 작년과 같은 금액인 6294달러 3센트가 필요합니다. 열번째날 선물인 살짝 발돋움하면서 춤추는 신사들도 역시 작년 수준인 4766달러 70센트에 모실 수 있습니다. 물건 값은 올랐는데 사람 값은 오르지않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죠.
반면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는 직종인 피리부는 사나이 11명(2천427달러 60센트)나 드러머 12명(2천629달러 90센트)고용비는 작년에 비해 3.0%가 올랐습니다.
물론 실제 백조보다 백조 모양의 초콜렛을 사거나 피리부는 사나이 대신 CD를 산다면 더 싸게 장만할 수 있겠죠.
어쨌든 이 정도 가격이면 차라리 벤츠 한 대 사서 주지... 할지도 모르지만 (할 수만 있다면야) 사랑을 전하는 정성으로 발품팔아 12종 364개를 선사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크리스마스 물가지수는 정통 경제 지수는 아니지만 성탄절을 맞이해 즐겁게 한 해 경제의 단면을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거리로 제공됩니다. PNC사에서는 변동성이 큰 품목의 물가를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물가지수와 엇비슷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아닐 때도 있습니다.
아래 도표는 PNS사가 발표한 상세한 선물별 가격 변동표입니다.
파랑새 가족의 캐나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