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금융위기가 온 지구를 뒤흔들고 있는 이 시점에서 미국의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냈다는 사람이 사기를 쳐서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도덕적 해이 증상이 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는 사건 중 하나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사람의 사기극이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한 논리였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Ponzi Scheme」이라는 사기극입니다.
여기서 다소 생소한 용어가 나왔습니다.
「Ponzi」는 스폰지 종류가 아니라 사람 이름입니다. 이탈리아계 사기꾼이지요.
「Scheme」은 「음모」나 「계략」등을 말합니다.
갑작스럽게 이상한 용어가 경제기사를 장식하니 무슨 말인가 싶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 역시 「Ponzi Scheme」에 대해 그 유래나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해 「wikipedia」나 과거 신문 자료 등등을 뒤져 쓸데 없는 것들은 다 빼고 축약하면서 나름 보충도 하고 해서 알아 보았는데 이번 기회에 나누어 볼까 합니다.
아래 「Ponzi Scheme」에 대해 알아 본 해설입니다.
Ponzi, 실전 사기 교육을 받다
1903년 이탈리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이민 온 사나이가 있었다.
「Charles Ponzi」
(◀ 1920년 사기죄로 구속됐던 Charles Ponzi의 머그샷)
미국으로 오던 배 안에서 도박을 하다 톡톡 털려 수중에 단돈 2달러 50센트 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영어는 빨리 배워 식당에 취직할 수 있었는데 손님 돈을 빼 돌리는 등 횡령을 일삼다가 쫓겨나고 말았다.
그 후 캐나다 퀘벡주의 몬트리올로 건너 가 이탈리아계 은행에 취직했는데 이 은행이 가관이 아니었다. 이 은행은 다른 은행들보다 훨씬 더 높은 이자를 줘서 인기가 높았는데 알고 보니 비결은 나중에 계좌를 개설한 예금주의 돈으로 앞서 개설한 사람들에게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은행은 파산했고 은행장은 멕시코로 도망쳤다. Charles Ponzi에게 좋은 실전 교육을 시켜 놓은 채.
Ponzi, 본격적으로 사기 치다
그 후 이렇게 저렇게 자잘한 사기를 치면서 몇 번 감옥을 들락거리던 Ponzi가 본격적으로 사기를 치게 된 것은 단지 우표 한 통 때문이었다.
당시는 「답장용 우표 쿠폰 Postal Reply Coupon」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 이 쿠폰을 보내면 그 사람이 쿠폰을 우표로 바꿔 답장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제도였다. 전쟁에 시달렸던 유럽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서 부모님과 떨어져 미국 뉴욕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Ponzi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 역시 이탈리아에 계신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곤 했는데 답장 편지를 보낼 돈이 없었던 어머니도 Ponzi가 보내주는 쿠폰 덕분에 우표를 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는 환율 개념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라 미국에서 보낸 쿠폰을 이탈리아로 보내면 그 곳에서는 쿠폰 액면가 그대로 우표로 바꿀 수 있었는데 1차 대전 후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는 미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우표 값이 싼 편에 속했다.
Ponzi에게 돈이 보였다.
이탈리아에서 싼 가격으로 쿠폰을 사서 미국으로 보낸 후 액면가 그대로 우표로 바꾼다. 이 우표를 팔아 현금을 만든다. 결국 우표 한 장짜리 쿠폰이 해외 한 바퀴만 돌아 오면 우표 열 장으로 바뀌는 셈이다.
아주 간단했다.
이렇게만 장사가 됐다면 아마 지금쯤 이 세상에는 Poinzi Group이라는 글로벌 금융회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리한 Ponzi는 이런 사업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때려치는 대신에 그는 이 사업 아이디어를 엉뚱하게 이용했다.
Ponzi는 이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단기간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45일을 빌려 주면 50% 이자를 주겠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전쟁 이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던 투자자들에게는 이런 파격적인 제안이 솔깃하게 들렸다.
Ponzi에게 돈을 빌려 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금세 모여들었다.
급기야 Ponzi는 1920년 2월 5,000 달러를 벌더니 3월에는 3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5월에는 무려 42만 달러, 7월에 드디어 백만장자가 됐다. 모국 이탈리아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모기지를 내서 투자하고 보험도 해약했다. Ponzi가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따위에 대해서는 애당초 관심조차 없었다. 어쨌든 한 두달 후에 50%가 넘는 이자를 꼬박 꼬박 주는데 그런 거 따져서 뭐 하나.
7월 이후 그는 한 달이 아니라 하루에 25만 달러씩 벌어 들였다.
자, 이 대목에서 좀 수상하다. 물론 상식이 있다면 말이다.
Ponzi, 드디어 망하다
아무리 국제간 시세가 다르다 해도 해봐야 1달러가 채 안 되는 우표 한 장을 도대체 몇 장이나 팔아야 하루에 25만 달러 이상의 수익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우체국조차도 미국 전체에서 발행하는 우표 전체 물량을 모두 사고 팔아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의 훌륭한 사업모델은 돈에 눈이 먼 투자자들을 꼬여 내기에 충분한 위장전술로 쓰였다.
몬트리올의 사기꾼 은행에서 배운 그대로 뒤 사람의 돈으로 앞에 선 사람에게 이자를 펑펑 쭸다. 물론 자신도 일부 조금 빼 먹었다. 하루에 25만 달러 정도만.
까짓 금방 바닥이 나도 단기간에 돈을 빼 돌릴 수 있으니 상관없다. 제일 뒤에 선 사람만 바보 만들면 된다.
망할 거라는 건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잘 알고 있었다.
Ponzi의 제자들, 오늘도 사기치고 다닌다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다.
「피라미드」
Ponzi의 제자들이 발전시킨 기법이다.
한국의 경우 심지어 「국민연금」조차도 「Ponzi Scheme」이라고 경고하는 학자들도 있다.
또 있다. 「거품 Bubble」
영어권에서 흔히 쓰이는 속담 비슷한 표현이 있다.
「Robbing Peter to pay Paul」
Peter의 돈을 빼앗아 Paul의 빚을 갚는다는 뜻이다.
유명한 경제학자 Hyman Minsky는 금융 위기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리스크회피금융(hedge finance), 투기금융(speculative finance), 그리고 사기금융(Ponzi finance)」를 들었다.
오늘 모국뉴스에 나온 기사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 최악의 금융 사기사건의 피해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다단계 금융사기 혐의로 지난 11일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된 버나드 매도프(70)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이 벌인 폰지사기(Ponzi Scheme,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수법)에 미국의 유명인사들과 금융기관, 각종 재단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최악 금융사기 피해 일파만파..거물들도 물려> 12얼 14일 연합뉴스)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뉴욕으로 이민 온 한 사기꾼이 21세기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단한 사람입니다.
Ponzi도 대단하지만 Ponzi를 되살리는데 일조하는 일부 한국의 얼빠진 사람들도 참 대단합니다. 덕분에 영어 공부도 좀 했습니다. 고맙다고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망설여집니다.
파랑새가족의 캐나다 이야기
http://canadas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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