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비디오대여점에서 찾아 보기 힘들던, 대한민국의 영화 한편을 보았습니다. 모국에서 생각하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영화 한 편 덕분에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 이제 그 이야기를 해 볼 까 합니다. ♡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겠습니까만, 우리 가족들 역시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마다 정신 없는 액션물이나 눈 돌아 가는 SF물을 주로 보는 편이고, 코메디는 "Mr. Bean" 시리즈 같이 청각장애인도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절대 보지 않습니다. 옆 사람이 갑자기 웃을 때마다 “그래, 영어 공부 더 하긴 해야겠다” 하지만 영화관 문 열고 나오는 순간 도로아미타불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영화를 보고 싶을 때마다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속 편하게 DVD 하나 빌려 오는 것이 아주 낙이 되었습니다. 자막 넣는 엔지니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요 며칠 전에도 별 생각 없이 동네 대여점에 갔다가 우연히 기분 좋은 영화를 보았습니다.
바로
요렇게 진열되어 있더군요.
▲ 대여점 Rogers에서 본 "D-war". 사진이 좀 어두운 점 양해 바랍니다. ▲ 그래서, 조금 크게 확대해 보았습니다. 두 칸을 차지하고 있네요.
사진이 좀 ….거시기하죠?
기분 좋아 한 장 찍으려는데 대여점의 종업원 녀석이 눈치를 하도 줘서….결국 플래시를 쓰지 못 했답니다. 제 처지를 널리 이해해 주시겠죠?
D-War는 신간 진열대 두 칸을 차지하고 있군요. 이 정도면 그래도 상당히 비중 있게 진열한 셈입니다.
반가운 김에 근처 Wal-Mart로 가 보았습니다. Wal-Mart는 대여는 하지 않고 판매만 하기 때문에 쫙 늘어 놓고 진열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눈에 잘 띄는 곳에 떠억하니 가져다 놓았더군요. $24.83에 팔고 있습니다. 싸진 않네요.
▲ Wal-mart에서 판매되고 있는 "D-war"
▲ Wal-mart에서는 $24.83에 팔리고 있다.
처음 이 곳에서 대한민국 영화를 보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제가 처음 본 한국 영화는
그 영화는 지금 D-War 만큼 진열대를 많이 차지하지는 못 했습니다. 반 줄 정도 차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어쨌든 한국식품이나 책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국 대여점에서 발견한 것이라서 왜 그리도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 다음이 “괴물”입니다. “괴물”은 “태극기” 덕을 좀 보았는지 어쨌는지, “태극기” 보다 반 칸 더 나아가 한 칸을 다 차지하였습니다.
이 두 영화는 아직도 진열대에 있습니다. (※ 물론, 이제는 구석에 처 박혀 있기는 하지만요.)
▲ 아직도 대여점에 진열되어 있는 "태극기"와 "괴물"
사실은, 따로 놓여져 있는 것인데 제가 편의상 한 군데 모아 놓고 찍었습니다.
“D-war”를 빌리면서 갑자기 궁금해 졌습니다. 아까 나보고 플래시 터트리지 말라고 한 종업원 녀석, 이 영화를 혹시 보았을까?
이제부터 영어 들어 갑니다. 대강 주섬 주섬거린 영어니까 괜히 흉보지는 마시기를….
저 : “Hey, have you ever seen this before?”
갸 : “What? Oh, this one? No….not yet”
저 : “Why don’t you watch this movie? This is very good.”
갸 : “OK, I’ll get later. But actually, I don’t know anything about that movie.”
(다시 아름다운 우리 말로 돌아 갑니다. 말은 길었지만 제 영어는 짧아서…)
저 : 이 영화는 말이야, 대한민국의 심 머시기라는 사람이 만든 영환데, 그 사람은 옛날에 잘 나가던 코메디언이었고, 별명이 zero nine이었고, 어쩌고 저쩌고….그래서 그러니까 한 번 봐. 괜찮아.
갸 : 알았어, 알았다구. 하여튼 이틀 후에 꼭 반납해, OK?
아까부터 시덥찮게 굴더니, 애가 영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 뒤에 있던 아이들이 한 마디 거들더군요.
현지 아이들의 반응을 봅시다.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아저씨, 그거 나 봤는데요. 그냥 그렇던데요.”
그 옆에 형인지 동생인지가 또 거듭니다. “아냐, 임마, 난 재미있던데”
“그게 뭐가 재미있냐, 무슨 용이 그래?”, “뭐 어때서! 용이 트위스트하는게 특이하잖아!”
뭐 이런 식의 다툼입니다.
한 참 후에 그 녀석들 말을 종합 정리해 보니, 대강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대로 재미있잖아.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래?”
“글쎄,,,, 난 잘 모르겠어. 하여간 내가 보던 용은 아니야.”
그 녀석들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아가들아, 이거 한국 거란다. 그래서 용이 너네 나라 거랑 좀 틀려. 한국 용이거든.”
갸들 : “그게 한국거라고? 아, 그래…그렇구나.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구? 난 재미있으면 빌려 보고, 재미 없으면 안 빌려 봐”
그래, 영화가 재미있으면 된 거지, 거기서 뭘 더 바래?
아직, 한국 영화다 뭐다 하는 것은 사실 북미에서는 그 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합니다.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 정서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외국 영화…그 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한국의 브랜드는 너무 한국이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해서 알려지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지, 질로 승부를 걸면 조금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는 알아 줄 것입니다.
저는 전문적인 영화 평론가가 아니라서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직 내공이 쌓여 있지는 않기에 무엇이라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만, 내용이 어떻고 애국심을 활용한 마케팅이 어쨌고 간에, 진취적으로 큰 시장을 겨냥하고 시도하였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좋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첫 술에 배부르랴”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처음 본 “태극기”는 잠깐 귀퉁이에 몇 개가 진열되어 있다가 조용히 사라졌고, “괴물” (아이고, 한 순간 괴물이 아니라 고물이라고 타자를 잘 못 쳤네요. 정정했습니다.)은 그래도 한 칸을 다 차지했었지만 그 역시 조용히 사라져 가고 있고 있습니다.
이제,
그냥 이렇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일단 시작을 하면…. 나중에 차차 좋아질 것입니다.
“D-War”가 아무리 혹평을 받아도 다른 영화는 아직 두 칸을 차지하지는 못 했답니다. 그 정도면 아제 도약 단계로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D-War”는 아마도 앞의 두 영화 덕분에 배급사 측에서 더 기대를 받게 되었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영화도 역시 “D-War” 덕을 좀 볼 수 있겠군요.
이제, 또 다른 영화가 네 칸을 차지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아마도 대여점 종업원 녀석도 미리 하나 꼬불쳐 놓았다가 퇴근할 때 몰래 빼 가지고 가겠지요.
어느 작품에 대해 평하는 문제는 서로가 제각각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모두 존중해야 하겠지만, 이제 큰 시장을 노크하는 단계에서는 조금 더 넓은 아량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심감독님과 그의 gangster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P.S.
한글 자막이 나오는 외화를 보았을 때 기분이 참 좋습니다. “흠…그래, 너희들도 이제 대한민국이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지 슬슬 알아간다 이거지…” 바로 요런 마음이 든다는 거죠.
예전에 빌려 본 외화 중에 “The Forgotten”이라는 추리 영화가 유일하게 제가 발견한 한글 자막 영화였는데, 그 이후 단 한편도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아직 한글 자막이 팔릴 정도 시장은 안 된다는 뜻이겠지요. 그래도 그런 한글 자막이 있는 영화가 종종 나와서 외국에 살고 계신 연세 드신 어른들과 함께 즐겁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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