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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빨간 머리 앤”, 벌써 100살 할머니? ♡


♡ “빨간 머리 앤”, 벌써 100살 할머니? ♡


♬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간 머리 앤~ /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 어쩌구 저쩌구

 

오래 전 TV에서 방영되었던 만화영화 빨간 머리 앤의 주제가, 아직도 기억하시나요?

 

전 세계에서 약 1억 부 이상이 팔렸다는 베스트 셀러.

세대를 넘어 아직도 세상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소설.


내용을 굳이 다시 이야기할 필요 조차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한 소녀의 성장 소설입니다.

 

빨간 머리 앤(원제 : Ann of green gables)”이 벌써 100살 먹은 할머니가 되었다고 합니다.

(
※ 관련 기사 : 빨강머리 100번째 참조)


 

만화 영화 주제가에 나온 것처럼 볼품 없는 빨간 머리를 영 옆으로 딴 주근깨투성이 여자 아이는 어딘지 낯설지 않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알고 있을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괄량이 삐삐(Pippi, long stocking)”가 그러하며, 북미에서는 그런대로 맛있다고 평판이 좋은 편인 햄버거 가게 “Wendy’s”의 소녀도 그런 용모입니다. 서양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런 용모가 볼품 없고 촌스럽고 어쩐지 고집이 세고 억센 듯한 이미지인 듯 하면서도 동시에, 어딘지 친근감을 느끼는 캐릭터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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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그림 : 빨간 머리 앤, 삐삐 롱 스타킹, 웬디 – 어째 좀 비슷하지요?


어린이들에게 만화영화의 힘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어른이 되어서 책 내용은 가물 가물하지만 만화영화의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나고, 주제가 역시 대강은 흥얼거리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빨간 머리 앤이 책 한 권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만화 영화가 책으로 치면 1편에 해당하는 분량을 각색한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빨간 머리 앤은 책 한 권으로 끝나는 소설이 아닙니다. 북미에서는 가까운 책방, 예를 들어 Chapters 같은 곳에 가 보면 Anne을 주인공으로 한 Anne 시리즈가 예상 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국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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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사진 : 영화 빨간 머리 앤. 한 두 번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캐나다 TV에서는 여태껏 심심하면 다시 방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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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사진 : 만화 영화 빨간 머리 앤. 개인적으로는 만화 영화가 어린이 마음에 제일 맞습니다만, 캐나다 TV에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빨간 머리 앤의 작가는 캐나다가 자랑하는 작가인 Lucy Maud Montgomery(1874 ~ 194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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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분이지요.
 

세계 만방에 널리 알려진 캐나다의 동화 작가로는 Robert Munch(이 분의 작품이 요즘 모국에서도 많이 알려지고 있는 모양입니다.)와 이 Lucy Maud Montgomery를 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이 책을 쓴 사람이 캐나다 작가라는 것은 잘 알지 못 했다가 여름에 P.E.I.(Prince Edward Island) 관광을 가면서 비로소 작가에 대하여 알게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분은 캐나다 동쪽 끝 P.E.I.에서 태어나 자란 분입니다. 그래서 이 동화에는 작가가 P.E.I.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어린 시절의 동화 속 나라로 들어가는 셈 치고 P.E.I. 이야기를 잠깐 해 볼까요?


여름에 이 섬으로 휴가를 가 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이 섬에는 눈에 띄는 빨간 색이 몇 가지 있지요. 일단 섬 곳곳에 있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보면 흙 자체가 유난히도 빨간 색입니다. 저녁에 대서양 해안에 서서 지는 해를 보고 있자면 발 밑의 흙이 정말 발갛게 달아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P.E.I.에 가면 반드시 한 마리 정도는 먹고 온다는, 살이 통통하고 빨간 바닷가제는 이 지방의 특산물입니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유명한 빨간 색은 바로 이 분이 지은 빨간 머리 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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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I. – 대서양 해변가


사진에서 보듯이 조금 황량해 보이기까지 한데, 이 곳의 흙 색갈이 이렇게 발갛습니다.

 

지도에서 보면 캐나다 동쪽 끝 대서양에 떠 있는 작은 섬입니다. 작은 섬이지만 엄연히 캐나다 10개 주() 중 하나입니다. 아니, 오히려 캐나다 역사에 있어서는 무척 중요한 곳인데 최초의 캐나다 연방국회가 바로 이 곳의 주도인 Charlottetown에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족은 몇 년 전 자가 운전하여 이 곳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온타리오주의 토론토에서 이 곳까지 한번 왕복하는데 8 9일 동안 무려 4,450km를 주행하였으니까 서울 ~ 부산 거리를 5번 이상 왕복한 셈입니다. 너무 멀어 그 때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못 갔습니다.

 

그 때 찍은 사진 몇 장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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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en Gables


빨간 머리 앤이 살던 초록 지붕집, Green Gables를 그대로 재현한 빨간 머리 앤의 공식 테마 파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뒤에 보이는 조그마한 초록 지붕 집이 바로 그 집입니다. 지붕이 마치 "ㅅ"자 형태로 되어 있지요? 이렇게 눈이 쌓이지 않도록 만든 지붕을 Gable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동화 제목이 바로 "Anne of Green Gables" 즉, "초록색 박공지붕집에 사는 앤"이 된 것이지요.

빨간 머리 주근깨가 깡총거리면서 나올 것 같지 않나요? 실제 가 보시면, 동화 속 앤이 다니던 집, 교실, 외양간, 오솔길 등 모든 것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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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en Gables – 기념품 가게 앞에서


여기뿐 아니라 P.E.I. 전체가 뮤지컬에, 인형에, 옷에, 섬 어디를 가도 빨간 머리 앤 투성이입니다. 비싼 것은 엄청 비싸기도 하지만 잘 고르면 아이들과 꿈 나라로 함께 갈 만한 예쁜 인형을 고를 수 있습니다.
 
마치 Ann이 살던 것처럼 꾸며 놓은 초록 지붕 집 옆에서 바로 Anne의 복장을 하고 친구와 함께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던 오솔길을 걸어 보는 꼬마 여자 아이들을 보면 백 년 전의 작품이 아직도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 Lucy Montgomery는 생후 21개월이 되었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는 재혼하여 P.E.I. Cavendish의 엄격한 외가댁에서 외롭게 자랐다고 합니다. 실제 그 분의 생가를 찾아 이층의 좁은 침실 등을 보면 참으로 보잘것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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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생가


여기가 바로 그 분의 생가입니다. 하도 작은 집이라서 근처에 가서도 잘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그 분의 침실은 이층 다락방인데 침대 하나 달랑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이 꽉 차 보이는 아주 좁디 좁은 침실입니다. 아직도 당시에 쓰던 지하 우물물을 길러 올리던 펌프가 있습니다.

 

일층에는 세계 각 나라에서 그 나라 말로 번역하여 출판한 빨간 머리 앤을 진열해 놓았는데 우리 나라 책도 한 권 있었습니다


 

나중에 Charlottetown Prince of Wales College를 졸업한 후 교사 자격증을 받은 Lucy Maud Montgomery Halifax Dalhousie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이후 여러 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1902년에 다시 외할머니를 돌보기 위하여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이 곳에서 “Anne of Green Gables”를 집필하여 1908년에 출판하였습니다.

 

작가는 평생을 일기를 써서 남겼고 틈나는 대로 메모를 남기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오래 전에 자신이 남겨 둔 메모에 근처에 살던 어떤 농부가 양자를 들이고자 고아원에 소년을 보내달라고 하였는데 행정 착오로 인해 여자 아이가 오게 되었다.”고 쓴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것에서 소설의 모티브를 얻고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빨간 머리 앤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Montgomery 여사는 이 Anne을 주인공으로 하여 성장 소설을 넘어 속편에 속편을 시리즈로 집필하여 거의 일대기를 그렸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일종의 작가 자신의 자서전인 셈입니다. 이 소설이 백 년이라는 세월을 건너 아직도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외로운 고아인데다가 남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용모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쾌활한 말썽꾸러기 주인공의 마음이 백 년이 지나건 천 년이 지나건 우리들의 아이들의 마음과 맞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Montgomery 여사는 평생 P.E.I.에서만 책을 쓴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오히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토론토 근처에서 오래 살며 책을 많이 집필하였기에 토론토 주변에 이 분의 유적이 예상 외로 많이 있습니다.

 

3년 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녀는 목사인 Ewan McDonald와 결혼한 후 토론토에서 가까운 Uxbridge라는 타운 근처의 Leaskdale로 이사하여 목사관에서 살면서 이 곳에서 11권의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Uxbridge 타운에서는 이 목사관을 기념관으로 보존하고 있지요. (가까운 곳에 있는데, 요즈음은 문을 닫고 있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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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사진 : 토론토 근처 작가가 거주하던 Leaskdale의 목사관.


1926년에 다시 토론토 서쪽 Halton Hills Norval로 이사하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 녀가 살던 목사관을 중심으로 하여 Lucy Maud Montgomery Memorial Garden 등이 남아 있습니다. 이 곳은 아직도 작은 규모의 시골 타운인데 타운 전체가 작가를 기념하는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답니다.

이 외에 역시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약 2시간 정도 달려 가면 나오는 곳인, 크랜베리의 산지로 유명한 무스코카의 BalaMontgomery 여사가 여름 휴가 차 자주 들리던 곳으로서 이 곳 커티지에서 “The Blue Castle”을 집필하였기에 현재도 매년 빨간 머리 앤 축제를 개최하는데 이 곳 역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토론토에서 그다지 멀지 않아 매년 여름이면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인데 호숫가 오두막에서 휴가를 보낸다면 누구라도 소설 한 편 정도 쓸 것 같은 정말 무척 아름다운 타운입니다.

 

Lucy Montgomery 여사는 1942년에 토론토에서 사망하였으며 고향 P.E.I. Cavendish에 묻혔습니다.

 

“Anne of Green Gables”는 대개 내용을 이미 알고 있으니 그 만큼 이해하기도 쉽고 문체도 이해하기 참으로 좋게 쓰여 있습니다. 온 나라가 영어 때문에 난리가 아니던데, 그런 골치 아픈 문제를 떠나서 시간을 내서 영어 책으로 엄마와 함께 다시 한번 읽어 보는 것도 이 긴긴 겨울에 좋을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어린이에게 영어 동화책을 권할 때는 일단 문체가 쉽고 그 내용이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이미 한글로 몇 번 읽어 본 책이라면 효과가 좋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빨간 머리 앤"은 조금 길기는 하지만 중학생 정도면 읽어도 괜찮은 책이라고 보여 집니다. 익히 잘 알려진 1편 “Anne of Green Gables”를 이미 읽은 학생이라면 아래 목록에서 속편 시리즈 중 한 권을 구해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작품 목록 소설만 수록>


Anne of Green Gables (1908)

Anne of Avonlea (1909)

Kilmeny of the Orchard (1910)

The Story Girl (1911)

The Golden Road (The Story Girl 속편) (1913)

Anne of the Island (1915)

Anne's House of Dreams (1917)

Rainbow Valley (1919)

Rilla of Ingleside (1920)

Emily of New Moon (1923)

Emily Climbs (1925)

The Blue Castle (1926)

Emily's Quest (1927)

Magic for Marigold (1929)

A Tangled Web (1931)

Pat of Silver Bush (1933)

Mistress Pat (Pat of Silver Bush 속편) (1935)

Anne of Windy Poplars (1936)

Jane of Lantern Hill (1937)

Anne of Ingleside (1939)

 

작가에 대하여 더 알고 싶은 분은 … 여기 한 번 가 보세요. 누구신지 모국분이 만드신 웹사이트인데 정말 내용이 충실하군요.


http://redhairanne.com/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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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읽은 좋은 동화책은 어른이 되어서도 추억으로 남습니다. 최소한 게임으로 시간 때우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