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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캐나다 책방에 계신 선덕여왕님을 알현하다


♡ 캐나다 책방에 계신 선덕여왕님을 알현하다

 

 

우리 나라 최초의 여왕은 바로 신라의 선덕여왕이시죠.

진평왕의 맏딸로 태어나 신라 제 27대 왕이 되셨습니다. 재위 기간 중 밖으로는 백제와 고구려의 위협 속에서도 김유신님과 김춘추님이라는 인재들과 함께 신라를 지키느라 애를 쓰셨고, 안으로는 백성을 어여삐 여겨 배불리 먹이느라 애를 쓰신 분입니다. (누구 누구는 정말 본받아야 할 분이십니다.)

오늘 날까지 경주에 첨성대와 황룡사지를 남겨 주셔서 덕분에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 즐겁게 수학 여행을 다녀 올 수 있도록 해 주신 고마운 분이기도 합니다. (이 것도 본 받아야 합니다. 말 그대로 자손 만대 천년을 넘게 남을 수 있는 공사를 해야 나중에 수학여행이라도  가게 됩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수학 여행이후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던, 이 분 선덕여왕님을, 어제 아이들이 방학을 하여 책을 왕창 사 줘야겠다 싶어 책방에 갔다가 알현하였습니다. (사실은 선덕여왕이 이 서고에 계셨던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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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렇게 뵙게 되었습니다. 여러 공주님들을 쭈~~욱 좌우로 늘어 놓으시고 가운데에서 제일 돋보이도록 홀로 한 걸음 나와 계십니다.



잘 안 보이시죠? 조금 더 나와 보시라고 청해 보겠습니다. “여왕님, 나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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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냐” 하고 선뜻 제 청을 들어 주셨습니다. 바로 이 분이십니다. “Sondok, Princess of the Moon and Stars” Korea A.D.595

 

 

밤하늘의 별을 보고 계시는 모습이 조금은 센티멘털해 보이기도 합니다.

 

불경스럽지만, 여왕님의 뒷태도 한번 볼까요? “여왕님, 뒤로 좀 한번만 돌아 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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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역시 “오냐” 하고 선뜻 제 청을 들어 주셨습니다.


 

뒤를 돌아 보니 이렇게 말씀하시고 계시네요.

 

“10th day of the 1st. moon,

17th year of King Chinp’yong

 

It is the Hour of the Pig when the whole palace is settling down to sleep and only the watchmen and astronomers are awake. I have not had a chance during the festival season to sit at my favorite stargazing spot. It is here where I feel most alive. Here inside the grand mystery of the stars…….

 

How can I help myself, Grandmother? During the day, everything is chaotic in Kumsung. Men rush around the palace, merchants hawk their wares. The city is a jumble of oxen and horses and children and slaves, all bellowing and laughing and tripping over one another to get where they are going. But at night, all is still and peaceful. I can look up into the heavens and find order…….

 

My roots are here, Grandmother. My roots are in the stars.”

 

, 선덕여왕님이 공주시절에 영어 일기를 쓰셨던 거군요.

 

첨성대만 남기신 줄 알았더니 우리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하여 영어 일기도 남기셨습니다.

 

잘 못하는 영어실력이지만, 아이들에게 기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도 한번 번역 좀 해 보겠습니다.

 

진평왕 17, 정월 십일

 

온 대궐이 모두 잠에 든 해(), 파수꾼과 천문학자들만이 깨어 있구나. 난 축제 기간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별 보기 좋은 그 자리에 앉아 볼 기회가 없었어. 여기가 내가 바로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자리야. 여기 별의 그 무궁한 신비 속에 말이야……

 

참을 수 없어, 어떻게 해야 할까, 할머니? 낮에는 금성 안의 모든 것이 다 혼란스러워. 사람들이 대궐 주위를 막 돌아 다니고, 상인들은 제 물건 팔려고 소리치며 돌아 다니지. 이 도시는 소와 말과 아이들과 몸종들로 뒤범벅이야. 모두 큰 소리로 고함지르고, 웃고, 서로 자기들이 먼저 가려고 발을 걸곤 해. 그러나 밤에는, 이 모든 것이 조용하고 평화스러워. 난 하늘을 쳐다 보면서 별자리를 찾아 볼 수 있지…..

 

내 뿌리는 여기야, 할머니. 내 뿌리는 별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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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heri Holman”이라는 미국의 작가가 우리 나라 최초의 여왕이신 선덕여왕의 공주 시절을 일기 형식으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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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분이 작가, Sheri Holman.

 

미국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를 상당히 잘 고증하였고, 작가의 감성적이고도 풍부한 상상력으로 진평왕 16년부터 어린 선덕의 고뇌와 갈등을 잘 묘사하였습니다.

 



진평왕의 맏딸인 총명한 공주가 남성들의 영역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여러 어려움과 설움을 많이 겪죠. 그러나 공주는 자신의 의지로 그 상황을 훌륭히 헤쳐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공주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여성,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함께 느낄 수 있고, 따뜻하면서도 사랑스럽고 그런 한 편으로는 똑 부러지게 멋진 여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Sheri Holman은 바로 우리의 선덕여왕님에게서 현대 여성들에게, 서양이건 동양이건 간에 우리들의 딸들에게 무언가 알려 주고 샆은 것을 발견 했나 봅니다.



이 책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어린이 도서 전문 출판사로 아주 명망이 노~~~ㅍ은 “Scholastic”에서 펴 낸 “Royal Diaries”라는 시리즈 물 중 하나입니다. 이 시리즈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계속 출판되었는데, 전체 20권입니다. 주 내용은 세계 각국의 실존 공주님 이야기인데, 그 형식이 바로 이 책처럼 공주님의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주 독자층인 우리들의 딸들의 정서에 따~악 맞아 떨어집니다.

 

선덕여왕님께서는 그 중 11번째 분이십니다. 그래서 책방의 서고에 선덕여왕님 좌우로 여러 공주들이 시녀가 되어 도열하여 있던 것입니다.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상세하게 소개 드리기 위해 일부러 어울리지 않게 번역 몇 줄 해 보았는데, 기껏 번역 다 해 놓고 나서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번역이 되어 출판되었더군요. 이럴 때 쓰는 말이 허탈입니다.

 

2005년도에 이나경씨라는 분이 번역하여 문학사상사에서 출판하였습니다. 한글 번역판 제목은 선덕여왕(별과 달을 사랑한 공주)”라고 하네요.

 

우리의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쓴 책이 아니라서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고, 내용도 문장도 참 좋아서 여러 모로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특히 딸 키우시는 엄마들, 아빠들, 책방에 가시면 한번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한 권은 팔릴 것 같은데……문학사상사가 잘 되려면 이럴 때 저에게 커미션을 좀 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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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요 책입니다. 속살도 뽀~~~얗습니다.


책방에 가 보면 일본 책이나 중국 책도 상당 수 있는데 반해 우리 나라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끔 가다 가뭄에 콩 나듯 볼 수도 있는데, 그럴 때면 진흙 속에서 잃어 버린 반지를 찾은 느낌이 듭니다. 이 것이 오늘,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선덕여왕 할머님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습니다.  "선덕여왕!", "예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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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우리 동네의 책방, Chapters. 광화문 교보문고에 비하면 동네 책방입니다. 그런데 어디에 한국의 책이 숨겨져 있을까요?

 


미국이나 캐나다 다른 동네도 아마 마찬가지일 겁니다. 한국에서 수입된 책이건, 번역된 책이건, 교포2세가 쓴 책이건 간에, 영어로 된 Korean Book은 어디에 얼마나 있을까요? 한국 문학은 이 곳 북미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다음에는 바로 그런 이야기, 저 서고 속 수 많은 책들 중에서 한국 책 찾아 보기를 말씀 드릴까 합니다. 거의 보물 찾기죠. 채널 고정! 돌리지 마세요.

 

아래 소개해 드리는 책도 그 숨은 보물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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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Single Shard …… Linda Sue Park


몇 달 전 제가 이미 소개 드린 적이 있습니다.


클릭! 한국 사람이 쓴 영어 동화책 하나  


이 책은 어린이 도서의 아카데미상,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역시 한국에서 번역 출판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저보다 엄청 빠르네요.



☆ 내가 쓴 글, 내가 추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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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쓴 영어 동화책 하나
♡ “빨간 머리 앤”, 벌써 100살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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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딸들 (1) – ‘The Famous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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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검색어 :

Sondok
Sheri Holman

Princess of the Moon and Stars

선덕여왕(별과 달을 사랑한 공주)
Scholastic

Royal Diaries

A Single Shard

Linda Su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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