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찾는 연어를 찾아갔던 이야기 ♡
나도 모르는 새 아침 저녁 선선해지더니 어느덧 나뭇잎이 불그스레해졌습니다.
가을에 제가 태어난 고향을 찾는 연어는 비록 부모님을 뵙고자 그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 신통하기만 합니다. 유난히도 짧은 단풍도 볼 겸 신선한 가을 바람도 쐴 겸 연어가 올라오는 계곡을 찾아 가 보았습니다.
(토론토 근방에 사시는 분이시라면……이제는 연어가 끝물입니다. 아마 내년을 기약하셔야 할 듯)
♡ 연어 회귀천 Owen Sound
우리가 연어를 보러 간 곳은 토론토에서 조금 먼 곳입니다.
토론토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Huron호수와 Georgian Bay를 끼고 토끼 귀 한 쪽 같이 길게 뻗은 Bruce반도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청정 호수와 UNESCO가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자연의 보물 나이아가라 단층애가 잘 어우러진 이 Bruce 반도는 여름 휴가철에는 반도 끝 Tobermory 등지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짧은 가을 주말에 하루 만에 다녀오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반도 초입까지는 조금만 서두른다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죠.
토론토에서 출발해 Bruce 반도 방향으로 약 3시간 정도 반도 초입에 Owen Sound라는 조그만 항구도시가 있습니다. (좁은 해협이나 하구(河口)를 Sound라고 합니다.)
이 도시는 나이아가라 반도에서 Bruce 반도를 통과하여 청정호수 Huron 밑으로 뻗어 가는 나이아가라 단층애 종주로인 Bruce Trail과 Georgian Bay가 만나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곳곳에 폭포와 숲길도 있고 재미있는 박물관도 많은 아기자기한 곳입니다.
가을에 이 곳 Owen Sound의 포구로 흘러 가는 작은 강(Sydenham river)을 따라가면 연어가 회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돋보기 없으면 잘 안 보일 분들을 위해 "고기표"로 찍어 놓았습니다... 만! 사진을 클릭하면 당연히 대강은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기 사다리에서 연어 보기
봄철(4월, 5월)에는 송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고 가을철(9월말-10월 중순경)에는 Chinook Salmon이 산란을 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다하여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에 작은 댐이 하나 있습니다. 이 댐의 이름은 Mill Dam인데, 이 곳에 연어가 한창 올라올 때는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입니다. 그리 깊지 않은 이 개천 같은 강에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올라 오는 연어 주변으로 거위, 갈매기, 오리가 잔칫상을 벌입니다. 평소에는 물고기 한 마리 낚으면 감지덕지했을 이 놈들이 워낙 많은 음식을 앞에 두고 조금이라도 싱싱한 연어를 찾아 다니는 모습을 보면 연어가 참 불쌍하기도 하죠.
실내 낚시터에서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던 사람도 이곳에서는 맨 손으로도 넉넉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가끔은 물길에서 이탈한 연어도 볼 수 있죠. 그러나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연어도 실제 손으로 잡으면 갑자기 힘을 쓰는데 예상 외로 그 안간힘이 대단합니다. 물이 많이 튀긴다는 것을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연어가 아무리 힘을 써도 그 가파른 댐을 차고 올라가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댐 옆에 연어가 올라갈 수 있도록 고깃길을 계단이나 사다리 같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1959년에 온타리오주에서 최초로 건설된「fish ladder」입니다. 도를 닦는 인내심이 약간 필요하지만 fish ladder를 가만히 지켜 보면 연어가 쏟아 지는 강물에서 거꾸로 치솟아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연어의 모성 본능과 귀소성의 극치를 어린이들에게 직접 보여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큰 댐이 아니라 작은 동네 댐.
"고기표" 있는 곳이 연어가 올라가는 Fish Ladder.
♡ 계곡에서 연어 보기
Mill dam 주변은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기왕 먼 길을 온 김에 Mill dam에서 그냥 돌아 오지 말고 한 군데 더 가 보았습니다.
온 길을 「ㄷ」자로 돌아가 강을 가로 질러 건너 내려 가면 Harrison Park라는 공원을 지나 산길로 올라 가는데 이 산길이 바로 나이아가라 단층애로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18m 높이의 계단식 폭포인 「Inglis fall」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이아가라 단층애에는 크고 작은 폭포가 수 없이 많이 있는데 이 Inglis 폭포는 그 중 모국 산 속에서 보던 아기 자기한 맛이 느껴지는 폭포입니다.
폭포를 본 후 왼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 가면 더욱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거기까지! 폭포 사진을 찍다가 무심결에 길 건너 산길을 더 내려 가면 Bruce Trail로 가는데 이 산 길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무박 이틀 정도 가면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혹시 토론토 근방에 사시는 분들 중 제 글을 읽고 따라 오실 분이 계실지도 몰라 미리 말씀 드립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굳이 그렇게 가지 않아도 충분히 갈 수 있으니 폭포 사진만 찍고 다시 올라 오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돌아 와 폭포 위 조그만 다리를 건너가면 약 3km 정도 강 따라 Harrison Park까지 내려 갈 수 있는 숲길(Bruce Trail의 일부 구간)이 나옵니다. 잘 모르면 폭포 주변에서 화장실을 찾으면 됩니다. 어차피 한번은 찾아야 되니까요.
♡ 중요 Key Point
☆ 이하 토론토 근방에 사시는 분들께 말씀 드리는 내용입니다. ☆
산 위에서 산 아래로 강 따라 숲 속으로 내려 갑니다. 회귀 코스도 아닙니다. 따라서 가족 중 한 사람은 2km 지점쯤에서 다시 돌아 와 주차한 차를 다시 가지고 일행을 산 아래 Harrison Park 동물원 근처에서 만나야 합니다. 아니면 모두 다 대충 내려 갔다가 함께 다시 올라 온 후 Harrison Park로 차 타고 함께 가던지. 그러나 제대로 연어를 볼 수 있는 계곡은 『이제 그만 돌아가자』라고 하는 바로 그 때부터 나온다는 것이 비극입니다. 그러나 가족에게 가장의 튼튼한 두 다리의 힘을 보여줄 절호의 찬스라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지요.
산 아래 계곡에서는 Mill dam보다 오히려 더 싱싱한 연어를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과감히 Mill dam을 포기하고 바로 Inglis fall로 와 숲길 따라 Harrison Park까지 삼림욕을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약 2시간 정도 숲 속 길을 가족과 함께 걸으며 단풍과 폭포, 계곡, 그리고 연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잘 안 보이시면 돋보기를 찾으시던지, 아니면 그냥 사진을 클릭해 보세요.
종착지인 Harrison Park에는 백조와 사슴, 청둥오리 등이 있는 동물원이 있어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낮에 보기가 쉽지 않지만 박쥐 shelter도 있습니다.
♡ 중요 Point 하나 더!
☆ 이하 역시 토론토 근방에 사시는 분들께 말씀 드리는 내용입니다. ☆
처음부터 Harrison Park로 먼저 간 후 편하게 계곡 아래에서 연어를 보고 그제서야 폭포도 보자며 『북한산도 한 시간에 주파한 내가 이 까짓 거』하면서 Inglis falls로 거꾸로 올라 가면 내게는 그 까짓 거였겠지만 중간에 틀림 없이 원망 듣습니다. 아무래도 내려가는 것보다는 올라가는 것이 좀 더 고행길이 아니던가요.
돌아 오는 길에, 혹은 가다가
Owen Sound에는 이 Inglis fall 외에도 Indian fall, Jones fall 등 아름다운 폭포가 서로 가까운 곳에 있어 하루 가을 소풍길로는 아주 그만입니다.
Georgian Bay의 작은 항구도시인 이곳은 잘 알려진 캐나다의 풍경화가 「Group of Seven」의 그 유명한 Tom Thomson과 1차 세계대전 중 혁혁한 공로를 세운 전쟁영웅 Billy Bishop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혹시 시간이 괜찮다면 두 분의 미술관과 박물관도 들려 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가는 도중 사과 농장과 토종꿀을 파는 곳이 종종 나오는데 캐나다의 시골 토종꿀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어떤 토종꿀은 액상이 아닌 고체에 가까운 꿀도 있는데 그 맛이 아주 독특하죠. 가을에는 곡식만 햇곡식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꿀도 햇꿀이 나옵니다.
돌아 오는 길에 어느 농장에 줄 지어 있는 풍력발전기가
석양에 무척 아름다와 보여 한 판 돌렸습니다.
내 새끼는 내 고향에서 낳고 죽겠노라고 기를 쓰며 올라오는 연어를 보면 가끔 『연어도 제 고향 찾아 가 죽는데 제 살던 고향을 못 찾아 가는 나는 연어만도 못 한 신세』라며 타향살이 스트레스에서 생기는 울적함을 울컥 내뱉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필요까지야 있나요…… 연어도 자기 새끼 좋은 환경에서 잘 키우고 싶어 그 고생을 하면서 오로지 정신력 하나로 여기까지 기어 올라 왔는데 『내가 설마 연어만도 못 하랴. 아직 연어만큼 고생하지는 않았다』 억지로라도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 봐야죠.
가는 길 자체가 강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그대가 토론토 근방에 살고 계신다면 올해는 이미 지났고 내년 9월말이나 10월초에 한번 다녀 오신 후 연어 스테이크 한 판 쏘고 타향살이 스트레스……그 까짓 거 하루 정도는 잊어 버리시죠.
※ 연어 본 이야기를 쓰다 보니 너무 토론토에 계신 분들 위주로 쓴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모국에 계신 분들이 더 많으실텐데 말이죠. 그냥 외국에서도 연어를 보고 사는구나 하고 너그럽게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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