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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딸들

세계 최초로 「Kiss」장면을 찍은 영화배우는 누구일까요

세계 최초로 「Kiss」장면을 찍은 영화배우는 누구일까요

 

여주인공이 무척 화가 난 모양이다. 침 튀겨가며 손가락질 해대며 마구 화를 내고 있다. 남자 주인공도 무언가 한 마디 하려다가 가만히 여자 주인공의 입술만 바라본다.

갑자기 남자 주인공이 과격하게 여자 주인공을 끌어 안으며 마구 거친 말을 내 뱉고 있는 여자 주인공의 입술을 눌러 버린다. 끽소리도 못 하도록.

이 때 카메라는 휘둥그래진 여자 주인공의 눈을 클로즈업했다가 곧 주인공들의 입술을 중심에 잡아 360도 회전을 시작한다.

 

집안 식구가 모였다 하면 밥상머리에 앉고, 헤어질까 말까 고민할 때 포장마차에서 안주 없이 소주를 몇 병 비우는 장면처럼 이런 장면도 요즘 드라마를 볼 때마다 빼 놓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상사처럼 보고 있어 아무 감흥도 일지 않지만 이런 장면도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 겁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뽀뽀에도 세계 최초의 뽀뽀가 당연히 있겠죠.

 

알아보니 세계 최초로 뽀뽀하는 장면을 찍은 영화 주인공이 제가 살고 있는 캐나다 출신 여성이라고 합니다.

그 분의 이름은 May Irwin’. 어라? 샐러드 위에 뿌리는 드레싱 중 천섬(Thousand Island) 드레싱을 말할 때 나오는 바로 그 양반? 토론토에 사는 저희 가족이 여름이면 자주 가는 ‘Thousand Island’. 그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이 바로 세계에서 최초로 영화 속에서 뽀뽀하는 장면을 찍은 사람입니다.

 

천부적 배우, May Irwin (1862-1938)

 

천성이 유쾌 발랄한 여성이었답니다. 원래부터 당대 유명한 코메디언, 배우가 될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연극 배우이자 가수였고 당대 유명한 보드빌(Vaudeville) 연기자였습니다. 보드빌(Vaudeville)이란 19세기-20세기초까지 유행하던 일종의 음악극이라고 합니다. 연극에 음악, 노래, 댄스까지 곁들인 형태로 공연했다니 현대 뮤지컬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찌기 연극의 중심지라고 불리우던 브로드웨이에서 코메디극, 음악극, 정극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를 설렵하면서 이름을 날렸습니다. 특이하게도 미망인 역할을 주로 많이 맡았다고 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뮤지컬 연극 중간 중간에 ‘May Irwin’이 부르는 노래가 삽입됐었는데 이게 아주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전해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2010년 현재 ‘May Irwin’의 연극을 직접 봤던 사람은 남아 있지 않으니까요. 그러므로 그냥 이 정도로 끝났으면 아마 오늘날 May Irwin이라는 캐나다 여배우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날까지 사람들이 May Irwin을 기억하는 것은 단 한 편의 영화 때문입니다. 아직 영화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1895, 그녀는 세계 최초로 「Kiss」 장면을 연기해 당시 관객들을 경악시켰습니다. 그 영화의 제목도 바로 「KISS」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시작하기까지

 

May Irwin 1862년 토론토 동쪽 ‘Whitby’ 태생입니다. ‘Whitby’는 한국 유학생들도 많이들 찾는 동네입니다. 토론토에서 가깝고 유명한 사립여학교가 있기 때문이지요. 하여튼

 

13살에 아버지를 여의어 어린 나이에 소녀 가장이 되면서 가정형편은 어려웠지만 연극을 좋아하던 어머니를 닮아 어릴 때부터 끼가 살아 있던 May는 장사를 하는 대신에 뉴욕주 버팔로에 있던 Adelphi Variety Theatre에서 여동생 Flora와 함께 연극 공연에 단역을 맡아 출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곧 공연 기획자 Tony Pastor의 눈에 띄어 1877년에서 1883년까지 뉴욕시티에서 그의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돼 공연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Metroplotan 극장에 나오더니 곧 Pastor가 직접 운영하는 극장에도 출연하게 되었죠. 이 극장은 뉴욕의 유명한 음악극 공연장이었습니다. 이 후 그녀는 「The Pie-rats of Penn Yann」과 「All of it」이라는 코메디 연극 두편으로 출세했습니다.

 

1883년부터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Toole’s Theatre라는 극장에서 몇 년 동안 공연하면서 유럽까지 명성을 알렸습니다. 1891-92년에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 와 코메디를 공연하다가 1893년에는 오스카 와일드나 세익스피어 등 정극을 주로 공연했다고 합니다.

 

세계 최초의 「Kiss」장면을 찍다

 

역사에 May Irwin을 남기게 된 결정적 계기는 1895년에 다가 왔습니다. 그해 브로드웨이 연극가에는 May Irwin의 연극 「The Widow Jones」가 화제거리였다고 합니다. 이 연극에서 May Irwin은 송사에 휘말려 곤란을 겪다가 소송인을 피하려 멀쩡한 남편이 죽은 것으로 가장하고 미망인 흉내를 내던 젊은 여주인공 Beatrice Byke 역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나중에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발각나 관객들을 웃겼다는 연극입니다. The Bully Song」이라는 노래도 불러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극 장면 도중에 상대 배우와 「Kiss」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망측하다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매일 밤 모여 들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제 생각에 요즈음의 성인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 중에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있었습니다. 그는 마침 「활동사진」 영화를 막 발명했던 참이었죠. 아시다시피 토마스 에디슨은 발명만 하던 사람이 아닙니다. 발명을 하고 나면 그 것으로 큰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을 정력적으로 추진하던 사람이었죠.

 

자신이 발명한 영화를 세상에 널리 알릴 방법을 찾던 토마스 에디슨 머리 위로 자신이 발명했던 전구가 반짝 반짝 켜졌습니다.

 

『그래! Kiss」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찍어 보자!!!

 

지금같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보수적인 당시 분위기에서 부부도 아닌 남녀가 일반 대중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키스하는 것은 일종의 「포르노그래피」였을 겁니다.

 

토마스 에디슨은 바로 May Irwin과 상대역 John C. Rice를 불러 카메라 앞에 세웠습니다. 이렇게 해서 토마스 에디슨이 제작(감독은 아닙니다)한 최초의 상업적 활동사진 「The Kiss」가 탄생되었고 비록 카메라 앞에서의 연극이었지만 Irwin Rice는 이 장면 하나로 최초로 영화 속에서 「Kiss」를 한 커플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Kiss’ 장면이 나오는 세계 최초의 영화가 됐죠.

 

The Kiss

 

요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영화 속 Kiss 장면을 찍은 필름 스트립

토마스 에디슨이 설립한 영화사 에디슨 프로덕션이 1896년 찍은 47초짜리 최초의 상업용 단막 영화 중 하나입니다. 영화의 본 줄거리는 May Irwin이 출연한 연극 「The Widow Jones」였는데 워낙 플레잉 타임이 짧아 연극 줄거리를 다 보여주지 못 하고 가장 센세이셔녈했던 부분인 ‘May Irwin’‘John Rice’라는 남성배우간의 「KISS」 장면을 되풀이 상영해 많은 논란 거리가 됐습니다.

 

영화는 찍었으니 이제 돈 벌려면 홍보를 해야죠? 에디슨은 이렇게 광고를 냈다고 합니다.

 

『그들은 키스할 준비가 됐다, 그리고 키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키스하고 키스하고 또 키스를 나눴다. 매 시간마다 집이 무너지도록 키스를 나눴다』

 

광고문구만 봐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Kiss」영화를 본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보수적인 당시 정서로는 도저히 용납이 안 가는 일이었으니까요. 급기야 영화 상영 중에 경찰까지 달려 왔습니다.

 

어떤 성직자는 이 영화를 가리켜 「돼지우리속에서 읊어대는 서정시」라고 악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요게 바로 세계 최초의 영화 속 Kiss 장면. 눈을 지긋이 감고 47초 동안에 입을 세번 맞췄습니다. 그게 영화 줄거리입니다. 콧수염이나 좀 깍고 찍지...

또한 Herbert Stone이라는 비평가는 『키스하는 두 사람은 육체적으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지겹도록 오래 서로의 입술을 덮으며 질질 끄는 장면은 실제로 봐도 역겨울텐데 무척 큰 비율로 확대해서 세번씩이나 반복해 보여주니 세상에 이렇게 역겨운 일이 어디에 있나』고 화를 내기도 했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남 부끄럽게도 부부도 아닌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 준다는 이야기가 세상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널리 퍼지면서 영화관은 매일 인산인해가 됐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는 1896 7 21일 오타와(캐나다 연방수도입니다)의 공원 한 쪽에서 상영됐습니다. 이 영화는 당시 캐나다에서 상당히 큰 인기를 끌며 오래 상영되고 있었는데 이보다 한 달 전인 6 27일에는 몬트리올에서 뤼미에르 형제가 또 다른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비평가는 이 영화가 성공하는 것을 보고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기가 높아져 스타덤에 오른 May Irwin은 그래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금발머리에 동그랗고 창백해 보이는 얼굴에 전과 같이 푸른눈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당연히 흑백영화였습니다. 푸른눈은 흑백으로 보였을 겁니다. 하여튼 그는 금발에 푸른눈이라고 마치 컬러 영화를 본 듯이 작문을 했습니다.

 

Irwin은 뒤를 이어 많은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예를 들어 1896년 「Courted into Court」라는 영화에서는 『유머감각이 뛰어난 금발머리 여자』로 묘사됐는데 이는 금발머리 여자는 멍청하다는 세간의 뒷소문에서 나온 말로 그만큼 May Irwin은 금발 여성이면서도 똑똑해 보였다는 뜻입니다.

 

그녀는 1922년 음악극 「49ers」에 출연한 것을 마지막으로 브로드웨이에서의 오랜 배우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우리 나라 최초의 키스신은?

기왕 말 나온 김에 우리 나라 영화 최초의 키스신은 언제 누가 무슨 영화에서였는지도 궁금해 찾아 보았더니...1954년 한형모 감독이라는 분이 만든 '운명의 손'이라는 영화에서였다고 하는구요. 흠...어떤 영화였을까요? 여배우(윤인자)가 유부녀라서 난리가 났었다는데...

 

Thousand island Dressing」과 May Irwin

 

이 분이 바로 '메이 어윈'. 몸매가 좀 항아리를 닮았습니다. 당시에는 예쁜 몸매였을까요?

이 사람은 최초의 「키스」장면으로 눈을 즐겁게 해 준 것 이외에 입에도 즐거움을 준 사람입니다. 그녀는 여름이 되면 세인트로렌스강 천섬(Thousand Islands)-캐나다동부지역에서 아주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지역에 섬을 하나 사 휴가를 보내곤 했었습니다. Kiss 등을 찍어 돈도 잘 벌었지만 돈 관리를 잘하고 투자도 잘 해서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덕분입니다.

 

May Irwin은 음식을 잘 하기로도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당연히 관심도 많았겠죠.

 

당시 천섬 근처 뉴욕주 Clayton에는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George Sophia LaLonde Jr.라는 부부 낚시 가이드가 있었는데 이들 부부가 바로 원조 천섬드레싱을 만든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에게서 드레싱 요리법을 배운  Irwin은 이 드레싱을 조금 고쳐서 「천섬드레싱, Thousand Island Dressing」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녀는 천섬에서 뉴욕 아스토리아호텔 사장 George C. Boldt에 이 드레싱을 대접했는데 이 맛에 반한 Boldt 사장이 호텔 요리사 Oscar Tschirky를 불러 호텔 식당에 내 놓도록 했습니다. 그 덕분에 요리사 Oscar가 오늘 날까지 「천섬드레싱」 개발자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죠.

 

이 외에 코믹한 노래 몇 곡을 Victor 레코드사에서 취입했는데 이 중 몇 곡은 캐나다 연방 정부 고문서기록소에서 직접 들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못 들어봤습니다만

 

     2년전에 캐나다 여성이야기시리즈를 쓰려고 하다가 몇 편 못 쓰고 중지한 바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보니 여성 위인들의 이야기가 너무 미국에 치우쳐 있어 아쉬운 나머지 캐나다의 여성 위인 이야기를 쓰고자 했습니다. 아직 제 블로그에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그런 이유로 기록한 글이 약 25편 정도 됩니다. 앞으로 시간되는대로 하나 하나 나눠볼까 합니다. 한국의 어린이, 특히 딸 키우는 부모님들에게는 아마도 별로 접해보지 못 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내심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나누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기왕 여기까지 오셨다면 아래 추천도 한 방 꾹 질러 놓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래야 다른 분들도 함께 나눠 볼 기회가 넓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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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가족의 캐나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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