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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이야기

☏ [캐나다] 인류 최초로 전화를 발명한 그 곳을 찾아 가다.


☏ 인류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그 곳을 찾아 가다

 

 

위대한 발명가 Alexander Graham Bell이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바로 그 장소를 탐방하였습니다. 옆에 게임하고 있는 어린 학생이 있다면 데리고 오세요. 함께 수학여행 갑시다. (조금 깁니다. 미리 화장실 먼저 다녀 오세요. 커피도 한 잔 빼시고요.)

 

 

☎ 전화에 얽힌 몇 가지 추억

 

몇 년 전 모국에 갔을 때 일이다.

 

광화문에서 아는 이의 사무실을 찾기 위하여 공중전화로 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내가 기대했던 ‘따르릉’ 소리 대신에 이상한 가수가 부르는 요상한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상하다. 통화중인가?’ 평소에도 뭔가 자꾸 바뀌는 대한민국의 중심부에서 이 노래가 새로 나온 ‘통화중’ 소리인가 보다라고 생각한 나는 투덜대며 전화를 끊고 다시 걸고를 몇 차례 반복한 이후에야 결국 그와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어떤 놈이 자꾸 전화를 걸다가 받을 만 하면 끊어버려서 한 방 때려 주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컬러링’도 모르고 사냐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오호그래, 여기가 바로 IT Korea!”

 

그래도 이 때는 어쨌든 통화에 결국 성공했었다. 며칠 후 후배들을 만나기 위하여 나갔을 때 약속 장소를 제대로 찾지 못 한 내가 그 까짓 전화 한 통을 걸기 위하여 그 찬 바람 불던 강남 거리를 그 얼마나 헤메었던가. 이제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그 흔하던 공중전화 찾기가 그리도 어려워 졌다는 것을 그 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IT Korea에서 조금 멀리 이사간 사람의 찬 바람 맞던 추억

 

 

☎ 예전에는…

 

동네에 전화 있는 집이 별로 없을 정도로 전화기 자체가 귀했던 어린 시절, 공무원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새까만 관용 전화가 있던 우리 집은 곧 동네 공중 전화 부스였다. 시도 때도 없이 동네 누구 누구 엄마 좀 바꿔 달라는 심부름 때문에 대문을 박차고 나가곤 하였다. 날 찾는 전화 한 통 없던 어린 시절에 가끔 과자라도 하나 얻어 먹는 재미가 없었더라면 내 성질에 아마 일찌감치 전화기를 부숴 버렸을 지도 모른다.

 

 

요즘 휴대폰 하나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없다.

 

만약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만약에 전화, 특히 휴대 전화가 없어진다면 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불안감에 떨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 와 세상을 발전시키는 여러 가지 과학 문명의 산물 중에는 마치 공기나 물 같이 평소 그 고마움이나 가치를 미처 생각하지 못 하던 소중한 발명품들이 많이 있다. 가끔 아이들과 함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중한 발명품을 찾아 보고 그 것이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 발명했는지를 알아 보면 아마도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놀랍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Alexander Graham Bell이 전화기를 발명한, 바로 그 곳을 찾아 가다.

 

이렇게 소중한 발명품, 전화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 Alexander Graham Bell(1847 - 1922)이라는 것은 어린 학생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Bell이 전화를 발명하던 그 당시는 세상을 바꿀 발명품이 수 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로, 증기기관이나, 전기 등의 기술이 이제 실생활에도 응용되던 시기였다. 과학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Bell은 전기와 통신 기술을 접목 시켜 그 당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 했던, 음성을 전기 신호에 실어 멀리 보내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결국 전화 시스템을 발명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

 

그런데, 현대 문명의 발명품이 워낙 미국에서 많이 발명되었기 때문에 그런지 전화 역시 미국의 발명품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이 전화기라는 물건이 사실은 파랑새 가족이 살고 있는 Toronto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 Niagara 폭포로 가기 전 Hamilton 남쪽으로 조금 더 가면 있는 작은 도시 Brantford에서 최초로 만들어 졌으며, 인류 최초의 시험전화통화가 이 Brantford 16Km 떨어진 (France가 아닌 Ontario주의) Paris를 연결하여 이루어 졌다는 것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원래 Scotland 출신인 Alexander Graham Bell 1870년 여름에 Canada로 이민을 와 Grand River가 내려 보이는 이 곳 Brantford의 한 Homestead(조금 규모가 작은 농가)에 살면서 전화기를 발명하였다. 덕분에 Brantford 아직도 ‘Telephone City’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Brantford는 원래 원주민 Mohawk족의 땅으로서 아직도 그들의 보호구역이 바로 옆에 있다.)

 

Bell 가족이 살던 Brantford의 이 집은 현재 Bell의 박물관으로 개방되고 있어, 과학의 역사를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데, 오늘은 바로 이 Bell의 숨결이 스며있는 이 곳을 함께 찾아가 최초의 전화기가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알아 보면서 현대 문명의 중요한 한 부분의 현장을 견학하고자 한다. (항상 그랬듯이……오늘도 서론이 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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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ll Homestead 앞 입간판 - 타운 자체가 전화기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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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의 Bell Homestead 전경 – 한적한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이다. 이 집에서 Bell과 그의 가족이 기거하였다.


이 곳은 Alexander Bell이 실제로 살면서 전화를 발명한 바로 그 잡이다.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어린 학생들에게 그 어느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놀라운 과학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 준다. 동시에 영국의 힘과 문화가 최고조에 달했던 Victoria 시대 당시의 생활상을 함께 볼 수 있는 즐거운 역사 문화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전화와는 관계 없으나) 그 옛날 Bell 가족이 사용하던 기계식 세탁기를 보면 그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참으로 대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는 전속 가이드가 친절하게 직접 설명을 해 준다. 가이드를 따라 Homestead로 들어 가면 Bell의 서재부터 볼 수 있는데 Alexander Bell이 읽던 낡은 책들과 그의 가족들이 사용하던 가구, 청각장애인이었던 어머니의 보청기(마치 청진기처럼 생겼다.) 등이 당시 생활상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전화기 발명에 몰두하던 Alexander와 평생 음성에 관련된 연구를 해 온 그의 가족의 생활상을 엿 볼 수 있다.

 

 

이 세상 최초의 전화기, 일단 구경부터 하고 보자.

 

먼저 Bell이 개발한 최초의 전화기 실물부터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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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5년에 발명한 인류 최초의 전화기 – 위에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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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5년에 발명한 인류 최초의 전화기 – 정면에서 보았다.



이 것이 Bell 1875년에 최초로 개발한 바로 그 전화기이다. 요즈음 전화기와는 겉모습부터가 상당히 다르게 생겼다. 이 전화기는 일명 ‘Gallows Model’ 이라고도 불리는데 서부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악당을 처형하던 교수대 모양을 연상시킨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 (gallows = 교수대)

 

위에 전극 두 개가 달려 있고 가운데 검은 원통이 보이는데 이 가운데 원통이 바로 reed relay라는 전자석으로서, 상대편 전화기에서 넘겨 오는 미세한 전기량의 변화에 따라 전자기력이 변화되는 핵심 부품이다. 그 바로 아래 천으로 싸 놓은 원통이 일종의 스피커 또는 음성 신호 증폭기 역할을 하는 진동판이다. 이 최초의 전화기가 옆으로 세워 놓여 있다면 아마 이해가 더욱 쉬울 것이다. (머리를 오른쪽으로 90도 돌려 사진을 보면 대강 이해가 쉽다. 모니터를 왼쪽으로 90도 돌려 세워도 괜찮다.)

 

겉보기에는 전기, 전자공학을 조금 공부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장치에 불과해 보일 지 모르나, 세상 모든 발명품은 콜럼버스의 달걀과도 같아서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아무한테서나 얻어 지는 것은 아니다. Bell이 발명한 이 최초의 전화기의 작동 원리가 오늘날의 전화기의 원리와 크게 다른 것이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그러나 Bell의 이 초기작은 기능적으로는 뚝뚝 끊어지는 소리만을 전달하는 정도였기에 음성을 선명하게 전달하지는 못 하였다고 한다.

다음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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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6년 Liquid Transmitter - 최초의 전화기보다 조금 나중에 제작되었던 모델이다.


1876 3 10, Bell 1호 전화기 개발을 완성하였을 때 연구를 도와 주던 조수 Thomas Watson - Bell은 전화기의 원리와 설계도를 Watson에게 넘기고 Watson이 실제 제작을 하였다고 함 - 에게 “Mr. Watson, come here. I want to see you.”라고 했다는 것이 인류 최초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때 사용한 전화기가 위 사진의 Liquid transmitter라고 알려져 있는데 박물관 소속 가이드 선생 왈, “Oh, No way…..이는 사실이 아니다. Liquid transmitter는 그 보다 몇 달 후 개발된 모델이기 때문이다”.

 

생긴 것을 보면 이 물건이 도대체 무엇인지 감이 잘 안 잡히는데 하여튼, 그 동작 원리를 설명 들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전깃줄, 즉 전화선은 아래 받침 쪽으로 연결되어 양피지로 만든 진동판에 연결 되어 있는데 원통에는 전도성이 있는 산성화합물이 담겨 있고 진동판에 연결된 바늘이 이 물과 닿을락 말락 아주 미세하게 조절되어 설치되어 있다. 전기화된 음성 신호가 들어 오면 진동판의 떨림이 바늘을 통해 전해질이 있는 물에 전해져 이 초보적인 회로의 저항값을 바꿔 준다. 이렇게 미세한 전류의 변화를 전해 줄 수 있어 수화기에 원음을 전해 줄 수 있었다고 한다.

 

??? 이게 도대체 무슨 귀신 씨 나락 까 먹는 소리란 말인가 ???

 

알 듯 모를 듯한 동작 원리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 듯 하지만, 그렇다 해서 학교 교실에서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늘 날의 복잡하고 정교한 전자 제품과 비교하면 형편 없어 보이는 물건이지만 세상에 아무 것도 없던 시절에 그 당시까지 알려진 과학 지식과 기술력으로 새로운 개념을 현실에 보인 이 물건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더 찬란해 보였다.

 

기술적으로 실제 이 Liquid Transmitter 1874년의 초기 모델과는 달리, IF! 진동판이 제대로 잘 조절되어 설치되어 있다면, 수신된 음성이 예상 외로 아주 깨끗하게 들렸다고 한다.

 

오늘 날 전 세계에 진품 Liquid Transmitter는 몇 대 안 남아 있어 만약 가지고 있다면 그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인데 이 것이 그 중 하나다. (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우리 가족은 Antique shop에 가면 눈이 시뻘개진다.)

 

 

전화 서비스 사업의 태동

 

발명왕 Edison과 마찬가지로 Bell 역시 사업가였다. 잘 알려져 있는 일화대로 그와 비슷한 시기에 아니, 오히려 그보다 먼저 전화기를 발명하고서는 이 대단한 발명이 지구인의 삶을 확 바꿀 수 있다는 통찰력 없이 단순한 장난감 정도로만 인식하였다는 Philipp Reis보다 단 몇 시간 먼저 특허를 신청한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화기를 만들기만 하면 무엇 하나, 사람들이 많이 쓸 수 있도록 해야지. 신기술의 보급과 확대는 개발이나 발명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전화기를 발명한 Alexander Graham Bell 1877, 나중에 AT&T로 발전된 Bell Telephone Company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전화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Canada에서 전화기를 대중에게 보급시킨 것은 그가 아닌 그의 아버지 Alexander Melville Bell(1819 1905)이었다. 그의 전화 회사는 나중에 Bell Canada의 모태가 되었다.

 

Bell의 옛 집 바로 옆에는 Henderson Home이라는 집이 있다. 이 건물은 원래 아버지 Melville 교수의 소유였는데 나중에 Bell Telephone Company의 최초의 Canada 회사 사무실로 쓰였다. Melville의 절친한 친구였던 Thomas Henderson이라는 사람이 Canada 최초로 이 집에다 임대 전화기를 설치하였다고 한다. 바로 이 곳에서 초기 Bell이 개발한 전화기 외에 최초의 임대 전화기나 교환기 등 초창기 전화 시스템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으며 초기의 전화 사업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당시 모습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전화 사업은 이렇게 발달해 왔다.

 

요즈음은 전화기가 흔하디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전화기를 갖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당시 사람들은 대부분 전화라는 것의 개념조차 몰랐을 것인데 이를 사업화한다는 것은 일종의 벤처 사업이었다. 그러므로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볼 때 전화 시스템을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화기를 대중에게 많이 보급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Bell과 동료들이 운영하던 전화 회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전화기를 판매하기 이전에 대중에게 전화기를 임대시켜 보급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것이 바로 최초의 보급형 임대 전화기(Rental telephone)이다. 외형은 마치 상자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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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임대 전화기 – 가이드에게 물어 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옛날 환등기라고 착각하고 지나칠 뻔 했다. 이 중요한 것을 물어 봐야 대답해 주냐?



이렇듯 초기에는 임대 전화기를 중심으로 가입자를 늘려 나갔는데 점차 가입자가 늘어 가면서 전화기 자체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동시에 통화 가능 거리도 이제 북미 대륙 전역으로 뻗어 나가게 되었다. 이런 과장을 거쳐 전화의 유용성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고 보급되자 장거리 전화나, 공중 전화, 교환 시스템 등이 발달하게 되는데, 당시에 사용되던 기기, 서비스의 모습과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광고 등이 눈길을 끈다.

 

바로 앞에 1876년 세계 최초의 공식적인 장거리 통화에 성공한 일화를 언급하였는데 그 당시에 사용된 전화기는 무엇이었을까? 여기 그 실물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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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6년 최초로 장거리 통화에 성공한 바로 그 전화기 - 송화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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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6년 최초로 장거리 통화에 성공한 바로 그 전화기 - 수화기 부분


아래의 세상에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사진을 보면 Bell Homestead에 있는 이 전화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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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사진 - 1876년 특허 출원 당시 시험 통화를 하던 Bell, 위 사진에 나온 바로 그 전화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 전화는 개인이 소유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공중전화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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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0년대 정거리 공중 전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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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7년 공중전화기 - 송수화기가 아직 별도로 되어 있다.


어쨌든 대중에게 전화기가 한 대라도 더 보급이 되야 더 나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니, 자연스럽게 사업자 입장에서는 전화가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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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창기 전화 사업을 할 당시의 광고 문구 - "The Servant in the House"



당시도 온라인 쇼핑이 있었던가? 광고문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발로 하는 쇼핑과 비교하면서 전화로 하는 편리함을 강조하고 있다. '집 안에 말 잘 듣는 하인 하나 들여 놓으시지요...' 한 마디로 시간 절약하고, 돈 절약하고, 뭐 시킨다고 투덜대지 않는다는, 뭐 그런 광고다.

 

 

교환기의 출현

 

정해진 번호만 툭툭 누르면 바로 상대방과 연결이 되는 전화가 신기하게 느껴진 적이 혹시 없는지? 물론 가끔 엉뚱한 사람과 인연을 맺어 주기도 하지만, 그 수 많은 전화 가입자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눌러 대는데도 불구하고 이 지구에서 내가 원하는 상대방을 골라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름 아닌 교환기 덕분이다. 전화 시스템에서의 교환기라는 것은 수학, 컴퓨터(H/W, S/W), 통신, 전자 공학 등의 최고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슈퍼컴퓨터라 할 만한 요즘 전화 교환 시스템도 처음에는 사람이 일일이 회선을 찾아 꽂아 넣어 연결해 주던 초보적인 교환 시스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바로 아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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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말의 최첨단, 21세기의 골동품 수동식 교환기



가입자가 별로 없던 시절에는 전화 번호도 없이 그냥 수화기를 들고 교환을 호출한 후 “이런 저런 마을에 요런 조런 아무개씨와 통화 한 번 하자.” 한 후 수화기를 내려 놓으면 나머지는 교환원이 알아서 해 줬다. , 교환원이 다시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한 후 플러그를 꽂아 연결하고, 일단 갖은 수다를 떤 후에 생각 나면 원래 통화를 원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해 주고, 그제서야 두 사람이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초기의 전화 교환원은 동네 소식을 말로 전해 주기도 하는 일종의 방자나 향단이 같은 역할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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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말의 최첨단 직업, 교환원 - 당시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재현하여 놓았다.


그런데 가입자가 늘어 가면서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는 처리하기가 어려워 졌다. 장거리 전화 같은 경우는 전화국과 전화국 사이를 계속 연결해야 하는 등 이게 이제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통신 기술은 상당히 빨리 발달해 가서 20세기 초에 들어 서면서부터는 아래 사진과 같은 광고를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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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간 장거리 전화 광고 - 교환원에게 상대방 전화번호만 말해 주면 끊고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광고이다.


아쉽게 사진을 찍지 못 했지만 다른 옛날 광고지를 통해 19세기 말 당시 Brantford에서 Toronto까지의 장거리 전화 요금이 65 Cents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비싼 편이다.)

 

어릴 때 시골역에 가면 자석식 전화기가 있어서 손으로 전화기에 붙은 핸들을 돌리면 전화국 교환대에 따르릉 하고 벨이 울리고 교환원에게 어디에 사는 누구 누구에게 연결해 달라고 하면 교환원이 기계식 교환기의 플러그를 꽂아 연결해 주던 모습을 보던 기억이 난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의 시골역 같은 곳에서는 이러한 자석식 전화기가 많이 쓰였다. 알고 보면 한 사람의 과학기술이 이렇게 과거 수 천년 간 생각하지도 못 했던 것을 불과 몇 십 년 동안에 확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통신 기술의 기초는 이렇게 발명되었다. 이 기초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는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통신의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다시 Bell이 살던 집, Bell Homestead로 가 보자.

 

Alexander Graham Bell Scotland에서 태어나 Canada로 이주한 사람이다. 대부분 위인들은 혼자 잘 나서 위인이 된 것이 아니다. Alexander Bell 역시 부모님의 교육과 자라난 환경이 그를 도왔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발성학의 대가로서 청각장애인들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쳤다. 게다가 그의 어머니 역시 청각장애인이었다. 이런 가정환경 덕분에 Alexander Bell은 자연스럽게 음성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다. 나중에 벨은 제자와 결혼하게 되었는데 그 분 역시 청각장애인이었다. Alexander Bell의 가족사를 살펴 보면 Bell이 전화기를 발명한 환경적 이유를 알 수 있다.

 

Bell Homestead Alexander Bell과 그 가족들이 연구에 몰두하던 그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응접실 벽난로 앞의 의자에는 당시 어머니가 사용하던 보청기가 놓여져 있는데 오늘날의 그런 형태가 아니라 마치 청진기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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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ll의 어머니가 사용하던 보청기 - 이 보청기를 사용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Bell 역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 개발에 빠져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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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ll 가족이 사용하던 전화기 –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도 이런 전화기를 사용하였다.


이제부터는 전화기를 떠나 Victoria 시대의 한 가정집을 살짝 엿보는 시간이다. Bell Homestead는 용맹스러운 북미 대륙의 원주민 Mohawk족의 근거지이며 이 지역의 아름다운 강, Grand River가 내려다 보이는 한적한 시골 농가이다. 관리를 잘 해 놓아서 아직도 안에 들어가 보면 Victoria 시대의 고풍스러운 가구와 집기가 마치 집주인이 잠시 산책 나갔다 곧 돌아올 것 같이 숨 쉬고 있다. 집주인이 들어 오기 전에 잠시 이 곳 저 곳 구경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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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ll이 사용하던 책상 - 서재 구석에 있는데 좀 작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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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ll의 응접실 겸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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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ll의 침대 - 우리 나라 침대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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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ll 가족이 사용하던 옛날 세탁기 + 짤순이 – 요게 재미있는 물건이다.


우리 어머니는 빨래는 손으로 해야 좋다고 주장하셨는데 나중에 세탁기를 사용하게 되자 너희는 참 좋겠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진작 사용하지 않았을까하고 통탄하셨다. 어쩌랴, 그 때는 세탁기라는 것이 없었으니까 그랬지… 그런데 이 사람들은 150 여 년 전 그 당시에도 마냥 손으로만 빨래를 하지는 않았었나 보다.

 부엌 문 옆에 있는 이 세탁기를 자세히 보면 참 재미있다. 가이드가 설명하기를 나무통 안에 세탁물을 넣고 핸들을 돌려 세탁물끼리 비벼질 수 있도록 했다고 하며, 핸들 바로 위에 보이는 흰 로울러는 일종의 짤순이로서, 세탁기에서 꺼낸 세탁물을 로울러 사이에 넣고 압착시켜 탈수와 동시에 다리미질 한 것처럼 펴 주는 기능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것은 옛날 서양 '세탁기+짤순이'인 셈이다.

 

 

☎ Bell은 전화기만 발명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 몇 가지 더 있다. Bell은 전기선을 이용한 전화만 발명한 것이 아니다. 움직이는 사진, 즉 영화에서 어떻게 소리가 같이 나올까? Sound Track의 기초 기술이 되는 음성 녹음 기술 역시 Bell이 발명한 것이다. Bell은 그 당시에 전자장(Magnetic field)을 이용하면 음성 녹음과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실제로 제대로 동작되는 시제품도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 기술이 나중에 테이프 녹음기나 영화, 심지어는 floppy disk(요즘 아이들이 과연 그 신기한 floppy disk가 무엇인지 알까??? 궁금…) 등으로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하여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Bell에게 감사해야 한다.

 

비행기도 개발하였다. 최초에는 큰 연 형태로 개발하였는데 1909년 반 마일을 비행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 비행이 영연방 최초의 비행으로 기록되었다.

 

하늘만 보고 산 것도 아니다. 요즘도 쾌속정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수중익선(Hydrofoil)을 최초로 발명하였는데 이 배는 속도가 올라갈 때 물 위로 살짝 떠 물의 저항을 줄임으로써 배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외에 금속탐지기, 음향탐지기 등 이 분의 연구가 세상에 기여한 것이 이렇게 많으니 Canada가 이 분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사실은 Scotland, Canada, 미국 다 자기네 사람이라면서 자랑하고 있다.)

 

어릴 때 종이컵 두 개를 실로 매달아 소리가 실을 통하여 전달이 되며 실의 진동으로 전달된 소리가 종이컵에서 증폭되는 재미있는 실험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단순히 신기하다고 깔깔대기만 했지만, Alexander Bell은 바로 이 원리에 전기를 결합하여 전화 시스템을 발명하였다. 한 사람의 천재가 인류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Canada에서만 볼 수 있는 살아 있는 학습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보여 주면 우리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곳 말고도 Alexander Bell의 박물관은 그가 사망한 장소인 Nova Scotia주의  Baddeck에도 있는데 이러한 발명품을 직접 볼 수 있으니 여름방학 때 아이들과 가 볼만한 곳으로 점 찍어 놓을 만 하다.

 

 

Thank you very much! Mr. Alexander Graham Bell. 다 당신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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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이 바로 그 분이시다. 전화기를 발명하던 당시, 젊은 시절의 Alexander Graham Bell


그나 저나 오늘은 항상 걱정만 하고 있는 고국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한번 드려야겠다. 전화기를 만들어 주신 분도 계신데, 전화 한 통 못 해서야...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http://www.bellhomestead.on.ca/index.htm

 

☏ 길고도 긴 글....여기까지 읽어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혹시 지루하지는 않으셨는지... 우리 주변에는 마치 공기와도 같고 물과도 같아 평소 잘 인식하지 못 하고 있지만, 우리 앞에 누군가가 고생하신 덕분에 누리고 있는 것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이 것은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주변에 어린 학생들이 있다면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아휴...손가락이야...길긴 길다,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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