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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08:19

♡ 날개 부러진 어린 새 로빈(Robin)을 살린 이야기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 속담 그대로 요새는 유난히 이른 아침마다 여기 저기서 짹짹거리는 소리가 이제는 거의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봄 내내 엄마, 아빠 새들이 먹이를 잡아 나르느라고 정신 없이 바빴는데, 이제서야 고생한 보람을 찾나 봅니다. 날이 더워 지면서 곳곳에서 어린 새들이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맘 때 어린 새들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까마귀나 독수리 등이 바로 이 때를 노리고 있기 마련이죠. 실제로 까마귀가 이제 막 둥지를 떠난 초보 비행사 어린 새를 잡아 먹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오메……무서라……


  

♡ 상처 입은 어린 새를 발견하다

며칠 전 집 주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녁 무렵 갑자기 집 주변에서 새들끼리 서로 싸우는 소리가 아주 시끄럽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먹이를 두고 새들끼리 싸우나 보다 하고 문을 열어 보니, 까마귀 한 마리가 어린 새를 잡아 먹으려 한 모양입니다. 어미 새가 자기 아기를 필사적으로 구출하려고 난리가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가 갑자기 문을 열고 나가는 바람에 놀란 까마귀가 발로 꽉 잡고 쪼던 어린 새를 그만 떨어뜨리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잔디에 떨어진 어린 새를 보니 배를 하늘에 보이고 누워 눈 감은 채 말 그대로 가슴만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듯이 콩당 콩당 뛰고 있더군요. 머리 옆에는 피가 흐르고 날개 하나는 꺾여 있고 다리도 부러진 듯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살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어찌할까 고민은 되었지만, 주변에서 정신 놓고 날아다니면서 짹짹거리면서 허둥대는 엄마, 아빠 새에게는 미안해도, 그냥 놔 둘 수 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사실, 좀 있다 죽고 나면 저걸 어떻게 치우나 하는 귀찮은 마음이 먼저 생기더군요.

 

아이가 말하기를 새 종류는 Robin(일반적으로는 로빈, 인수위 표기법으로는 롸빈)이라고 합니다.

 

로빈이건 롸빈이건 간에 아마도 아기 새를 살려달라는 아들 녀석의 시위가 없었더라면 저는 그냥 그렇게 문 닫고 집에 들어가 그 상처 입은 새를 자연의 운명 속에 맡겼다고 우기고 있었겠죠. 마음 속으로는 찜찜해 하면서도 말입니다.

 

아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가 살려 보겠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녀석을 계속 무시하다가는 저 녀석이 촛불이라도 들면 큰 일이다 싶어, 결국 어린 새 구조 활동에 나서기로 하긴 하였는데 이런 경우는 저 자신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 어떻게 살려야 하나
 

일단 동네 애완동물가게인 “Petsmart”로 물어나 보자고 갔습니다. 상처 입은 어린 새를 본 종업원들이, “불쌍하지만 우리는 새를 팔기만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근처 동물 병원에 가 보는 것이 좋겠다.”하면서 야생동물도 치료해 준다는 동물병원을 하나 소개해 주었습니다.

 

아니, 하필이면 우리 집에서 이 난리를 쳐, 이게 대체 돈이 얼마야. 생돈 깨지게 생겼네아들 귀에 안 들릴 정도로만 투덜대며 급하게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가 보니, 수의사와 간호사들이 어린 새가 스트레스를 무척 많이 받은 것 같다면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새장을 덮어 주고는 자신들도 이런 야생 새는 치료하기 힘들다면서 또 다른 곳을 소개해 주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치료를 못 해 준다가 아니라 쓸 데 없이 돈을 쓰지 말라는 배려였답니다.)

 

세 번째로 찾아 간 그 곳은 다친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치료한 후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기관이었습니다. 동물병원 간호사와 그 기관 사람, 아들 녀석이 전화통을 붙잡고 새의 상태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서로 장시간 통화를 하더니 결국 하루 밤을 지내고 다음 날 그 기관으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날, 새를 데리고 간 그 기관은 동네에서 북쪽으로 좀 멀리 올라간 시골에 있었습니다.

 

이 기관은 “Ontario SPCA (Ontario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동물학대예방 협회 온타리오 지부라는 기관으로서 개나 고양이, 토끼, 심지어는 뱀까지도 포함한 야생동물과 유기동물 들을 보호, 치료하고 입양도 시키는 비영리 동물 보호단체로서 캐나다에서도 손 꼽히는 곳이었습니다.

 

예약한 후 가 보니, 예상 외로 사람들이 많이 있더군요. 알고 보니 유기견이나 고양이 등을 입양해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Tweety(그 새 아들 녀석이 이 어린 새 롸빈 이름을 Tweety라 지었습니다)를 이 곳에 맡겼습니다. 물론 예쁜 수의사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해 주셨고, 부러진 날개와 다리가 다 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고 다 나으면 우리 집 근처에서 날려 보내 줄 것이라고 약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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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과 “bye”하면서 아쉬워 하는 (아들의 표현)Tweety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 덕분에 알게 된 고마운 동물 보호 협회


덕분에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기관이 하는 일을 알아 보니 참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더군요.

 

1.       동물 학대 조사 : 어디선가 동물 학대 신고가 들어 오면 경찰과 함께 이 기관의 investigator가 출동합니다.

2.       동물 보호 시설 제공, 그리고 분양 또는 입양을 주선합니다.

3.       야생 동물 구조와 치료, 911 서비스, 그리고 원상 복귀

4.       동물 보호, 자연 보호 교육

5.       정부나 각 사회 단체에 대한 지원 주고 받기

6.       동물 객체 수 조절도 주관합니다.

7.       유기 애완동물이나 잃어버린 애완 동물들을 보호 치료 후 원 주인을 찾아 돌려 주기      등등등................

 

이렇게 여러 가지 조~~~ㅎ은 일을 마~~~ㄶ이 하는데 이 중 제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것은 바로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보호기관에 들어 간 피해 여성들이 애완 동물을 동반하고 있을 때, 애완 동물을 대신 돌보아 주어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서비스입니다. 다른 서비스야 뭐, 동물 보호기관이라면 어디서나 다 하겠지만, 이런 서비스는 생각도 하지 못 했습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 기관이 무려 135년 전, 1875년에 설립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유달리 동물을 사랑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고 그 만큼 관련 시장도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기부금과 정부의 일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이 100년이 넘어 가도록 한결같이 실질적인 동물 보호 운동을 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잘 몰랐습니다.

 

혹시 동물 보호나 자연 보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야생 동물을 보호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 Ontario SPCA(Ontario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바로 가기

 


♡ 이제 남은 것은 박씨, 그대만 오면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하찮아 보이는 야생 동물이지만 어린 생명을 살려 주었다는 뿌듯함도 느끼고, 구호를 떠나 실제적으로 동물 보호, 자연 보호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알게 되었고, 더구나 아들 녀석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하나 깨쳐 나가는 모습을 보니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기분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게다가 돈도 한 푼 안 들었습니다. ㅎㅎㅎ

 

상처 입은 작은 새 하나를 살리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아들 녀석이 커서도 그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어린 롸빈 Tweety가 박씨 하나 물어다 주었으면 더 좋겠는데, 며칠 지났는데도 아직 박씨는 한 톨도 안 떨어지고, 괜히 골프공만한 우박만 왕창 떨어졌습니다.

내일은 오실려나? 아침마다 하늘 한 번 쳐다 보는데 오늘까지는 박씨는 커녕 비만 내리고 있네요.


제가 하늘을 쳐다 보며 박씨를 기다린다니까, 아들 녀석이 한 마디 합디다.

"Mr. Park?"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핑크벨

  1. 클라우디아 2008.06.26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나다는 제가 꿈꾸는 정말 좋은 나라군요. 한국에서 동물들이 받는 대접을 보면, 대접이라기 보다는 학대라는 말이 어울리지요. 동물(動物)은 문자 그대로 움직이는 존재들인데, 개줄에 묶여 죽을 때까지 줄 길이보다 한 발자욱도 나가 보지 못하는 개들이 우리 마을에도 지천입니다. 그들을 볼 때마다 맘이 너무 아파서,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골로 이사 오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줄 알았더니, 오히려 학대 받으며 살고 있는 개들을 볼 때 더 괴롭더군요. 살려주신 롸빈이 박씨보다 더 좋은 것으로 보답해주리라 믿습니다. 우주는 알고 있으니까요, 우주에는 공짜란 게 없거든오. 동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캐나다에 고마운 마음이 절로 나네요.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

    • Favicon of https://canadastory.tistory.com BlogIcon 핑크벨 2008.06.27 07: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 좋은데 박씨가 아직 안 왔어요! 톱도 다 준비해 놓았는데...

    • 클라우디아 2008.07.18 15:28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새소리를 듣는 것도 보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저는 최근에 새소리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얼마나 행복한지요...시골 주택에서 살고 있어 아침마다 새소리에 잠이 깨는데, 누워서 듣는 그 새소리는 어떤 음악보다 더 아름답고 저를 행복하게 해 주지요. 참새 소리도 환상적이고요...

    • Favicon of https://canadastory.tistory.com BlogIcon 핑크벨 2008.07.19 0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침마다 새가 저를 깨워 줍니다. 확실히 시계소리보다 훨~~~~씬 즐겁죠. 가끔 안 들릴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창문을 열고 확인해 보곤 하죠. 얘네들이 어딜 갔나....하고 말이죠.

  2. Favicon of http://www.cyworld.com/jkhy0404 BlogIcon 효연 2008.06.27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롸빈은,,, 제비가 아니래요~ ㅋㅋㅋ
    톱은 걍 창고에 계속 두셔도 될듯해요~

    • Favicon of https://canadastory.tistory.com BlogIcon 핑크벨 2008.06.29 11: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전히 박씨는 오지 않았습니다. 톱도 녹슬어 갑니다. 복권도 꽝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침마다 새는 지저귑니다. 그 놈을 어찌해야 좋을까요???

  3. 희망 2008.06.30 06: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입니다. :) 동물을 좋아하는지라 이런 이야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읽어보게 된답니다. 아드님이 참 고운 마음씨를 가진 것 같아요. 마지막 대사에서도 대폭소했습니다. ^^; 지난 봄에 저희집 굴뚝에 뭔가 들어와서 하루종일 박박거리고 난리를 치길래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굴뚝에 불을 지피면 알아서 나가지 않을까 하셨는데 제가 그때 마침 인터넷에서 절대로 불을 지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보고 만류했지요. --; 저녁때가 되서 조용해진 것을 보고 열어보니까 청설모인줄 알았던 정체불명의 생물은 로빈하고 비슷하게 생긴 왠 이름모를 커다란 새였습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잡아서 창문에 내다주니까 그렇게 하루종일 난리를 쳐놓고도 힘이 어디서 났는지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면서 밤하늘로 날아가더군요.

    • Favicon of https://canadastory.tistory.com BlogIcon 핑크벨 2008.06.30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이웃사촌이시라서 마지막 제 아들 녀석이 한 말을 바로 이해하시네요. 아이들 한글 가르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 녀석 우리 말 참 잘 하는 편이랍니다.

      굴뚝도 굴뚝인데 환기통도 잘 봐야지, 우리 옆 집은 환기통에 둥지를 틀어서 아주 난리였습니다. 사실 저희가 구해 준 그 녀석이 바로 그 환기통 출신입니다.

      그나 저나 아직도 박씬지 Mr. Park인지 구경도 못 해봤는데 새똥만 자꾸 떨어집니다.

  4. @_@ 2008.07.01 0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r.Park?',........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구 한참 웃었네요 진짜루 ㅋㅋㅋㅋ

  5. Favicon of http://pak1859@daum.net BlogIcon pakpo 2008.07.14 0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씨는 지가 박씨인디요.ㅋㅋㅋ 핑크벨님의 아드님이 몇살인지? 너무 착하고 예쁜 마음을 가졌어요. 또한 그마음을 못이기는 척 하고 들어주시는 님의 배려....
    저희집에서도 몇 달전 갤로퍼 동호회 강원방회원님이 분양해준 강아지 한마리를 4주된것을 분양받아 1달 보름을 키우고 밖으로 거처를 옮기고나서 둘째 아들 녀석이 유치원 다녀오다가 야생 고양이가 대문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받아서 키우다가 너무 어린것을 강아지 먹는것과 동일하게 주다보니 변변치 못하게 먹지않아서 10여일 만에 탈진... 동물병원으로 아내가 호송... 큰 주사 두방 맞고 몇분만에 하늘나라로 갔어요.
    초교 1학년인 딸과 유치원 다니는 아들 녀석이 나옹아 살려내라고.... 휴 그날이후로 " 가리 "(참고로 가리는 갤로퍼 동호회 회원들의 닉네임 앞글자임 ' 가리온 ') 만 잘키울랍니다....

    • Favicon of https://canadastory.tistory.com BlogIcon 핑크벨 2008.07.14 2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들 녀석은 이제 10살입니다. 평소 동물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이런 일이 생기면 그냥 넘어 가지 않습니다. 뭐 여느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요. 아이들에게 동물이란 참 큰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강아지...예쁘게 잘 키우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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