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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캐나다에서 경험한 신종플루 이야기

요즘 신문 방송마다 신종플루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나고 있습니다. 한국 뿐만이 아니라 캐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집 꼬맹이도 얼마 전에 사람 간 떨어지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마침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나니 새삼 생각나서 제 아이의 신종플루 경험담을 나눕니다. 이 경험담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므로 다른 분들의 경험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지역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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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이었습니다. 막내가 갑자기 열이 나면서 독감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때가 때이니만큼 바로 가정의 병원으로 갔죠. (이 곳은 먼저 가정의에게 간 후 가정의가 종합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면 그 때 종합병원으로 가는 제도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초기 증세라면 타이레놀 정도 증세에 맞는 약을 사 먹으라고 하고 좀 심하다 싶어 보이거나 증상이 며칠 가도 낫지 않았다면 나중에 항생제를 처방해 주곤 합니다. 

 

1. 확진검사고 뭐고 시간이 없다. 일단 타미플루부터! 이틀이면 이미 늦은 것이다.

▲ 아이에게 먹였던 타미플루를 사진찍어놓았어야 했는데 이미 쓰레기통으로 간 지 며칠 지나버렸습니다. 하여간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아이의 열을 재 보더니 바로 「타미플루」처방을 내 주면서 약국에 빨리 가 사 먹이라는 겁니다. (의사 말로는 온타리오주 보건당국에서 열이 나면 일단 타미플루 처방부터 내리고 사후에 확진검사를 받던지 말던지 하라고 지시를 내렸답니다.)

너무나 놀라서 아이가 바로 그 악명 높은 신종플루에 걸린 것이냐고 물어보니 지금으로서는 신종플루인지 구종플루(독감)인지 알 수는 없고 확신도 할 수 없지만 『만의 하나 신종플루에 걸린 것이라면 확진검사 후 타미플루 처방을 내려도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라고 단언하더군요.

그러면서 『확진검사고 뭐고 할 시간이 없다그냥 일단 먹이고 봐라!!!이러는 것이었습니다. 확진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이틀은 걸릴텐데 만약 신종플루라면 이틀 후에는 이미 바이러스가 손 댈 수 없이 퍼지고 따라서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병원을 나설 때까지 계속 주입시켰습니다. 오메...무서워라...이틀이 아니라 2초가 아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옆 약국 가는 동안에도 바이러스가 예쁜 내 아기 몸에서 퍼지고 있을 수 있다!!! 이것보다 무서운 공포영화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세요


2. 초기 증세는 비슷...그러나 내성이 없어 위험한 것.

의사는 신종플루와 구종플루는 초기 증세가 비슷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또한 아무리 어린이라도 독감은 대개 한두번 이상 걸려 보았기 때문에 크게 변종이 아닌 이상에는 어느 정도 내성이 있는 상태이지만 신종플루는 여지껏 걸려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내성이 전혀 없는 상태라서 위험 것이라고도 말해줬습니다. 한 마디로 걸려 본 사람도 없고 치료해 본 사람도 없다 이거죠.

 

바로 약국에 갔습니다. 처방전을 내 밀고 난 후 조제를 기다리는 동안에 약국에 비치돼 있는 신종플루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책자를 읽어 보았습니다. 보통 증세가 아이 증세와 거의 비슷하더군요. 열이 나고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고 기침도 계속 하고 구토 증세그런데 이게 독감 증세와 또 거의 비슷하긴 합니다.


3. 부작용은 있을 수 있지만 죽는 것보다는...

말로만 듣던 타미플루를 받았습니다. 막내는 이제 6살입니다. 의사도 약사도 한결같이 6살 어린이는 캡슐 하나를 그대로 먹이지 말고 반드시 3분의 2만 하루에 두 번 먹이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알약도 아니고 캡슐에 들어있는 아주 소량의 가루약을 3분의 2만 먹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이 약을 먹어야 하는 아이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타미플루 설명서에는 예상되는 부작용이 여럿 적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으로는 구토, 배알이, 설사, 두통 등등이 있습니다. 고작 3분의 2만 먹였는데도 아이에게 이 모든 부작용이 다 발생했습니다. 약만 먹이면 토하고 설사하고 배가 아프다고 하고 머리도 아프다고 하면서 힘 없이 드러눕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약을 계속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지게 됩디다. 의사 말로는 부작용이 생겨도 죽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냥 계속 먹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5일치를 처방내렸는데 모두 다 먹여야 한다는 겁니다.

 

혹시나 해서 약에 들어있던 설명서를 다시 읽어보니 흥미로운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은 의사도 약사도 이야기했던 내용입니다. 복용 후 정확히 하루 3분의 1이 지나면 증세가 호전될 것이라는 겁니다. 하루와 3분의 1??? 이틀도 아니고 하루 반도 아니고 하루 3분의 1이 지나면 호전돼???

 

이상하죠? 진짜 그랬습니다. 정확히 복용 후 하루 3분의 1이 지나니까 거짓말처럼 열이 내리고 증세가 호전됐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은 계속됐습니다.

 

, 이제 살았나 보다 싶었는데부작용 때문에 또 계속 갈등이 생깁니다. 내가 약을 먹는다면 참겠는데 약을 먹는 아이가 고작 6살 막내라


아, 그리고 타미플루가 상당히 독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의사가 애플버터(버터라기보다는 사과잼 같기도 하고 약간 진한 시럽같기도 한...하여간 단 것)에 개어 먹이라고 했습니다. 왜 어린이에게 쓴 약 먹일 때 그렇게들 하지 않습니까.

사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우리 아이는 다행스럽게도 신종플루에 걸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독감이었는데 조금 심하게 앓았던 것 뿐이었습니다. 결국 며칠 후 다시 가정의에게 찾아가 항생제를 처방받아야 했습니다. 신종플루약 타미플루보다 훨~~~씬 더 비싼 약을요. 어쨌든 이제는 다 나았고 신나게 그리고 시끄럽게 제 형과 싸우면서 놀면서 마구 돌아다닙니다. (타미플루...엄청 독한 약인 듯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더 독했습니다!!!  장하다!!! 우리 아들!!! )



이상 제 경험에서 느낀 바를 정리해 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한국도 아닌 외국에서 경험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1.       제 아이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해 줬던 가정의는 신종플루는 신속한 초기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확진검사를 할 시간도 없다면서 바로 타미플루 처방을 내렸습니다. 다행스럽게 제 아이는 신종플루가 아닌 독감으로 판명됐지만 만의 하나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었는데 가정의가 설마~~~하고 타미플루를 처방해 주지 않았거나 또는 며칠 후에 결과가 나오는 확진검사를 받은 후 타미플루를 처방해 주겠다고 느긋하게 대응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결과적으로 제 아이는 독감이었기 때문에 타미플루 대신 항생제를 처방받았더라면 오히려 더 빨리 나았겠지만 그렇다 해서 타미플루를 처방해 준 가정의를 원망하지 않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초기 [이틀이 지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습니다.

 

2.       의사 말은 무조건 믿어야 합니다.

 

1)      어린이 병에 관한 한 아빠나 엄마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2)      의사가 [5일 동안] 먹으라면 먹어야 합니다. 어린이가 징징거린다고 해서 안쓰럽다고 안 먹이면 정말 안쓰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3.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제 아이의 경우 타미플루를 먹여 보니 설명서에 써 있는 그대로 부작용이 나왔습니다. 이 역시 의사가 미리 말한 대로입니다. 그래서 도중에 갈등은 있었지만 아이를 달래가며 다 먹였습니다. 부작용이 의심스러우면 의사와 상의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제 아이는 타미플루를 복용하면서 상당히 많이 토하곤 했습니다. 이광기씨의 천사도 그랬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린이가 약을 먹고 토한다 해서 [의사와 상의 없이] 자의적인 판단이나 안쓰럽다는 마음만 가지고 약을 먹이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탤런트 이광기씨의 귀여운 아들의 소식을 들으니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천사가 돼 다른 어린이들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갔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이 경험담의 주인공 제 아이와 동갑인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더욱 안타깝네요. 그 어린이 포함 다른 분들의 명복도 함께 빕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이 몸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파랑새 가족의 캐나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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