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문에 온 지구인들이 고생하는 가운데 진원지 미국은 늦게나마 불 끄느라고 난리입니다.
사실 금융위기는 오늘 처음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닙니다. 멀리는 1930년대에 대공황이 있었고 가까이는 1990년대와 2000년 초에 불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있었을 때 다가 오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는커녕 마치 피라미드장사꾼처럼 서로 빚을 떠 넘겨가며 돈 장사를 해 와 오늘날 위기를 초래하게 된 측면이 강합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인 프린스턴대 경제학자 「Paul Krugman」교수는 11월 27일 New York Times에 기고한 컬럼에서 과거에 이미 경험한 금융위기를 쉽게 잊어 버리고 샴페인을 터트리며 흥청거렸던 미국을 반성하면서 그냥 놔 두면 앞으로 또 다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오늘 곪은 상처를 적절히 치료하면서 동시에 금융시스템 전체를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로 이 글 "Lest We Forget" 입니다. <- 여기를 클릭하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Krugman 교수의 글을 좋아합니다. 상당히 쉽게 쓰면서 할 말은 다 하는 분입니다. 잘 하지는 못 하지만 그래서 번역해 다른 분들과 나눠봅니다. 경제 공부도 하고 인생 공부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는 짱돌 하나로 새 세 마리 잡는 시간입니다. 원문을 함께 보면서 제가 번역해 놓은 글을 함께 보시면 좋을 겁니다. 제 번역글을 주로 학생들이 많이 보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영어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중간 중간에 註釋도 달아 놓았습니다. 혹시 잘 못 번역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 주시면 됩니다.
「Lest We Forget」
과거의 경험, 최소한 잊지는 말아야 (Paul Krugman)
몇 달 전 경제전문가들과 재경관련부서 고위 공직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에 있었다. 매일 이야기하는 바로 「그」위기밖에 달리 무엇을 토론할 수 있었겠는가? 끝없는 자기반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중 어느 선임 정책입안자 한 사람이 이렇게 물었다. 『왜 우리는 이 위기가 닥쳐 오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요?』
물론, 여기에 딱 들어맞는 대답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난 이렇게 말했다. 『「우리」라니 「우리」가 무슨 뜻이죠? 백인 말입니까?』
(역자註 #1)
soul-searching 자기 반성
soul은 영혼이나 정신을 말합니다. 영혼을 찾아서…… 이게 무슨 말인지 언뜻 연상이 안 갈 수 있는데, 영혼은 영혼인데 귀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영혼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 반성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진정 그 고위공직자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현재의 위기가 전례 없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진실은 선례가 무척 많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것은 아주 최근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선례들은 무시됐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닥쳐오는 이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명백하게 정책적으로 함축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금융시장 개혁은 신속하게 밀어붙여야 했고 이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됐다는 이야기다.
(역자註 #2)
have a point 일리 있다
point를 가지고 있다. 무엇인가 핵심적인 것을 가지고 있다. 정곡을 찌르고 있다. 일리가 있다. 대개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굳이 숙어라고 열심히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집니다.
some of them of very recent vintage 어떤 것은 아주 최근에 나온 것
vintage란 원래 수확한 포도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포도주를 이야기할 때 몇 년도 산 어쩌구 하면서 영어 섞어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빈티지가 어쩌구 하면서 고상을 떨죠. Vintage는 몇 년도 산이냐고 따질 때 씁니다. (고상 떠는 것은 좋은데 잘 써야 합니다. 잘 못 쓰면 고상은 무슨…빈티만 그득해집니다.) 그런데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된 것이 좋다고 하죠. 대개 vintage는 오래됐다는 어감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 문장은 그래서 「아주 최근 산」이라고 번역했습니다.
하나 더, of는 무조건 「~의」로 해석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of는 소유격만 있다고 기계적으로 외우면 영어 해독이 잘 안 될 때가 많을 겁니다. 어떨 때는 「~의」보다는 「~에서 나온」이나 무엇인가 화학적 변화(source에서 나오는 something)를 이야기할 때가 많습니다. 영문을 많이 접해 보지 못 한 학생들은 문장에 동사가 없으면 당황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문장은 동사는 없지만 of가 있습니다. 「최 근래 수확의 어떤 것」 이런 식으로 번역하면 우리 말이 아닙니다. 「어떤 것은 아주 최근에 나온 것이다」 식으로 번역해야 우리 말이 됩니다.
다음과 같은 선례들을 보자.
1990년대 닷컴 거품이 사라진 사태가 아직 우리 기억에 생생한데도 불구하고 왜 그 수많은 논객들이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명백한 징조를 무시했는가?
왜 그렇게 수 많은 사람들이 1998년 「Long-Term Capital Management」라는 단 하나의 헤지펀드가 붕괴되면서 일시적으로 전 세계 신용시장을 마비시켰을 때 Alan Greenspan이 말했던 대로 우리 금융시스템은 「복원력」이 있다고 주장했는가?
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의 맞상대인 일본중앙은행이 정체 상태에 빠진 자기네 경제상황을 다시 살려 보려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10년을 노력하며 보내고 있을 때 연방준비위원회가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되는 양 믿었던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 하나는 파티에서 산통깨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아직 부풀어 오르고 있을 때 대출업자들은 문 열고 들어 오면 누구에게나 모기지를 펑펑 대출해 주면서 많은 돈을 벌고 있었고 투자은행들은 이 모기지를 반짝 반짝 빛나는 새 증권으로 다시 포장해 가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그리고 돈을 빌려가며 이들 증권을 사들이면서 엄청난 장부상 이익을 기록해 온 자산운용자들은 마치 천재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고 이에 따라 큰 돈을 받았다. 누가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엄청난 피라미드식 사기라는 것을 경고해 온 재수없는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 했겠는가?
(역자註 #3)
Ponzi scheme 피라미드식 사기
한 마디로 피라미드식 사기입니다. Charles Ponzi(1882-1949)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태리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역사상 최대의 사기꾼이라는 사람입니다. 시간 있을 때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오래 전에 대단한 피라미드 사기를 쳤습니다. 참 별 희안한 것으로 이름을 남깁니다. 어쨌든 지금도 미국인들은 왜 Ponzi scheme인지는 몰라도 그게 안 좋은 것이라는 것은 압니다.
경제정책수립체계가 작금의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 차리지 못 한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990년대의 위기와 2000년대 초에 일어난 위기는 훨씬 심한 악성 문제거리가 아직도 다가오는 중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무시무시한 징조로 여겨졌어야 했다. 그러나 이 위기를 알아차리기보다 위기를 헤쳐 나왔다며 성공을 축하하느라 너무나 바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1997-98년 위기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이 위기는 현대적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통제받지 못 하는 시장과 빚을 내어서라도 투기적 투자를 일삼던 선수들, 그리고 세계자본의 흐름과 함께 위험할 정도로 깨지기 쉬워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위기가 완화되었을 즈음 당시 유행하던 것은 승리의 축하였지 처절한 자기 반성은 아니었다.
(역자註 #4)
highly leveraged players 빚을 많이 내어서라도 투기적 투자를 일삼던 선수들
leverage란 요즘 자주 화두에 올라오는 경제용어입니다. 남의 빚을 차입해서 내 자산이나 지분을 올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빚을 지랫대(lever)삼아 쉽게 돈 버는 선수들이죠. 호경기때는 이게 머리 잘 굴려 돈 잘 버는 천재였지만 불경기때는 이 놈들이 바로 나쁜 놈들이 되는 겁니다. Player, 말 그대로 선수들입니다.
order of the day 당시 유행하던 것
order는 명령. 이런 식으로 기계적으로 외우면 이런 말은 평생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Order는 「한 줄로 쫙~~~」이런 뉘앙스가 있는 단어입니다. 그냥 이렇게 이해하면 어떤 문장에 끼어 있어도 대충은 이해가 될 겁니다. 그런데 이게 왜 유행이라고 번역이 될까요? 유행은 한 줄로 쫙~~~이니까 그렇습니다. 한 줄로 쫙~~~이니까 군대 용어에 들어 오면 명령이고 왕 앞에 서면 위계질서가 쫙 잡힌 기사도 되며 신 앞에 서면 성직자가 됩니다. 이런 걸 어떻게 하나 하나 다 외우겠습니까? 그냥 한 줄로 쫙~~~이러고 말지.
타임지는 Greenspan(
사실 1997-98년도 위기나 닷컴 거품이 터지던 일이나 둘 다 아마 투자가나 공무원들을 더도 덜도 아니게 자기만족으로 빠지게 하는 잘못된 효과를 낳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두 위기 중 어느 것도 우리들을 최악의 공포까지는 몰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어느 것도 제2의 대공황을 초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가들은 Greenspan 의장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마력을 가진 사람으로 믿게 됐다. 그러나 의심 가는 한 사람, Greenspan 의장 그 자신이 바로 금융시스템에 세심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모든 제안에 반대해 온 사람이었다.
(역자註 #5)
and so, one suspects, did Mr. Greenspan himself, who opposed all proposals for prudential regulation of the financial system.
직역하자면 「한 사람 용의자는 Mr. Greenspan 그 자신인데 이 사람은 이러 저러한 모든 제안을 반대해 온 사람이고 그가 바로 그랬다」이런 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So did Mr. who」 이런 형식인데 Krugman 교수가 시처럼 즐겨 쓰는 도치문 형식입니다. 누가 쓰던지 so did 어쩌구 하면 그 뒤에 나오는 동사를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입니다. So에 너무 신경쓰면 도치문 해석하면서 머리가 뱅뱅 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반대해 온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뱅뱅 돌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위기의 중심에 있다. 이 위기는 1930년대 이래 최악이다. 지금 이 순간 모든 눈은 이 위기상황을 풀기 위한 시급을 다투는 대응책에 쏠려 있다. 꽁꽁 얼어 버린 신용시장을 다시 해동시켜 보려는 연방준비위원회의 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적극적인 노력이 결국 제 자리를 찾아 가기 시작했을까?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적 자극요법은 과연 성장율과 고용율을 제자리로 다시 돌려 놓을 수 있을까? (아직 나는 새로 구성되는 경제팀이 이런 모든 문제점들을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현재 위기에 대해 무척이나 우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긴 안목에서 다음 위기를 막거나 최소한 제한할 수 있도록 통제가 제대로 안 되는 금융시스템에 고삐를 잡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장기적 문제에 촛점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지금은 우리가 금융 개혁을 고민해야 할 때다. 특히 무엇보다도 하루 빨리 현재 이 난장판의 중심에 있는(원인 제공을 한 당사자인) 제2금융시스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자註 #6)
shadow banking system 제2금융권 또는 투기금융권
어떤 이는 이 말을 말 그대로 「그림자 금융」이라고 번역했던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아마 본인도 모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단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 해서 그렇지. 이 말은 정상적인 금융권이 아닌 「그림자」처럼 음침한 곳에 숨어서 제도금융회사 뒤를 따라 다니며 모기지 채권을 돌리는 등 행위로 금융 투기를 일삼던 투기금융사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경제가 한번 회복길로 들어서게 되면 수완 좋은 사업가들이 또 다시 쉽게 돈을 벌 것이고 자기네들의 이익을 제한하려 드는 사람을 상대로 심하게 로비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어도 경기는 어차피 회복되게 마련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급하게 조치를 취할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간청하나니 비록 새로 구성되는 행정부가 할 일이 이미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금융개혁을 다음 기회로 미뤄서는 안 된다. 다음 위기를 막기 시작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역자註 #7)
the wheeler-dealers 수완좋은 사업가들
TV 쇼에 「The Wheel of Fortun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옛날 번데기 찍어 먹던 것처럼 원판(wheel)을 돌리면서 상금을 왕창 따는 게임인데 이런 원판이 이 프로그램에서 처음 소개된 것이 아니라 서구에서는 옛날부터 이런 원판을 돌리면서 요행을 바라는 게임이 아주 많았습니다. 서부 영화에서도 이런 것이 많이 나오죠. Dart 게임이 바로 그런 것이구요. 「the wheeler-dealers」는 이렇게 원판을 자기 마음대로 돌려가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their bottom lines 갸들의 이익
bottom line 맨 아래 줄이란? 회계 장부 맨 마지막 줄에 무엇을 씁니까? 이익(profit)을 쓰죠. 이게 바로 bottom lines입니다.
※ 중요한 것 하나 잊었습니다.
제목 "Lest We Forget"은 미국이나 캐나다 기타 등등에서 현충일에 쓰는 표현입니다. 한 마디로 잊지 말자는 말인데, 원래는 어릴 때 읽은 유명한 책 "the Jungle Book"의 작가 "Rudyard Kipling"의 시에서 나온 시구절입니다.
Paul Krugman 교수의 말대로 『The time to start preventing the next crisis』는 바로 『now.』입니다. 우리 정부도 이 말을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미국 따라 하지 말고 정신 사나운 금융 시스템이 사기치는 금융 시스템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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