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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에서 시를 읊다

[팝송영어 #4] Scarborough Fair/Canticle (1966, Simon & Garfunkel)

[팝송영어 #4] Scarborough Fair/Canticle (1966, Simon & Garfunkel)

팝송영어 시리즈를 계속 올리는 5가지 이유

1.     팝송(특히 Old Pop) 중에 노래 가사라기보다는 시()보다 더 시같은 것들이 워낙 많아 이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특히 이번 곡, ‘Scarborough Fair/Canticle’은 그 중에서도 백미(白眉)!!!

 

2.     요즘 한국 노래들이 대개가 춤추는 것 아니면 (젊은이들이 도대체가…발라드라는 미명하에) 흐느껴 우는 것 일색이라는 것이 너무나 싫은 데다가 / 이런 노래도 이 기회에 다시 들어보고 / 말초적 사랑 타령 일변도에 엉터리없는 가사만 줄창 써 대는 우리 나라 작사가들도 반성 좀 하라는 의미에서

 

3.     기왕 찾아 듣는 김에 내용을 제대로 알고 이해한 후 다시 들어 보자는 의미에서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멋대로 엉터리없는 해석을 자의적으로 해 인터넷에 남발, 유포하는 경향이 심해 (다소 건방진 표현일지 모르지만) 이를 조금이라도 고쳐 보자는 사명감에 불타(?) 나름대로 공부해서 제대로 해석한 후 나누고 싶어서…내 조카들도 볼텐데…신중하게 해석해야 할텐데…하는 부담감도 어느 정도는 작용 중.

 

4.     팝송 가사에는 그 나라(대개 북미)의 풍습과 문화, 철학, 생활 모습들이 담겨 있는데 기왕이면문화와 역사, 배경도 함께 알아 보자는 취지에서

 

5.     온 나라가 영어 공부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현실…그 와중에도 이런 팝 명곡 하나를 듣고 배울 만한 실전 표현도 곁다리로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짱돌 하나로 새 두 마리 잡는 격이 아닐까 싶어서…여기에 스트레스 쌓이던 학생들의 마음도 조금 풀어지면 잡은 새 두 마리 뼈를 쪽쪽 빨아 먹는 셈이고…그래서 학생들 입장을 생각해 해석 부분을 가르치는 투로 보강하고 있사옵니다. 비록 제가 영어 선생은 아니지만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해 주소서.

 

오늘은 ‘Simon & Garfunkel’의 ‘Scarborough Fair/Canticle’입니다.


한주에 한 곡, Pop Song English

그녀를 보거든 이 노래를 들려주~~~,

Scarborough Fair/Canticle (1966, Simon & Garfunkel)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Remember me to one who lives there,

She once was a true love of mine.

 

스카보로 축제에 가실 건가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타임

거기 사는 한 여인에게 안부 좀 전해주세요

그녀는 한 때 나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던 연인이었거든요

 

Tell her to weave me a cambric shirt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Without no thread nor needlework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내게 무명옷을 짜 달라고 전해 주세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타임

실자국도 없고 바느질 자국도 없으면

그러면 그녀는 내 진실한 사랑이 될 거예요


(On the side of a hill in a deep forest green

tracing of sparrow on snow-crested ground

blankets and bedclothes the child of the mountain

sleeps unaware of the clarion call)


(깊고 푸르른 숲 속 언덕 한쪽에서

눈이 소복히 쌓인 담요와 침구를 덮은 채 꿈 속의 참새를 뒤 좇으며

산 속의 소년은

진군 나팔 소리가 울리는 것도 모른채 잠들어 있네.)

 

Tell her to buy me an acre of land: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Between the saltwater and the sea strand,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내게 한 필지 땅을 구해 달라 해 주세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타임

바다와 해안가 사이에요

그러면 그녀는 내 진실된 사랑이 될 거예요


(On the side of a hill a sprinkling of leaves

washes the grave in sunlight and tears,

a soldier cleans and polishes a gun.)


(
산자락에는 흩날리는 나뭇잎이

햇살에 빛나는 무덤과 눈물을 씻어 내리네

병사 한 사람이 총을 닦으며 윤기를 내고 있네.)

 

Tell her to reap it in a sickle of leather,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And to gather it all in a bunch of heather,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가죽 낫으로 베어내라 해 주세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타임

그것들을 모두 모아 헤더 꽃다발로 만들라 해 주세요.

그러면 그녀는 내 진실된 사랑이 될 거예요


(War billows blazing in scarlet battalions.

Generals order their soldiers to kill

and to fight for a cause they've long ago forgotten.)


(진홍색 군복을 입은 군대의 총포에 불을 뿜으며 전쟁이 소용돌이친다네.

장군이 병사들에게 사격명령을 내리고

오래 전에 잊혀진 전쟁의 당위성을 위해 싸우라고 명령한다네.)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Remember me to one who lives there,

She once was a true love of mine.

 

스카보로 축제에 가실 건가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타임

거기 사는 한 여인에게 안부 좀 전해주세요

그녀는 한 때 내 진실된 사랑이었거든요

 

(해설)

 

Simon & Garfunkel의 노래는 듣기에는 참으로 감미롭지만 내용은 대체로 철학적이라서 해석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이는 영어권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주변 현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았답니다. 그래도 워낙 내용이 좋다보니 아이들 학교에서도 가끔씩 영어 시간에 가르치기도 합니다. 어쨌든

 

Scarborough는 영국 중동부 해안가에 있는 타운입니다. 중세 시대 이 곳에서 약 한달 반 동안 일종의 무역박람회같은 큰 시장이 열렸었는데 이 것이 바로 ‘Scarborough Fair’라지요. 토론토 서쪽 호숫가에도 예쁜 동네 ‘Scarborough’가 있는데 이 곳의 지명은 현재의 온타리오주인 ‘Upper Canada’ 최초의 총독이었던 ‘John Graves Simcoe’의 영부인 ‘Elizabeth Simcoe’ 1796년 어느 날 호수 경치를 즐기다가 문득 하얀 절벽(Scarborough Bluffs)을 보고 자신이 떠나온 영국의 고향 ‘Scarborough’를 생각하면서 지었다 합니다. 이런 일화는 호주 시드니 바로 앞의 공원에도 있죠.

 

노래는 감미로운데 바늘 땀 없이 셔츠를 꿰매고 가죽 낫으로 꽃을 베어내 꽃다발을 만들라는 등 여인에게 무지막지(?)한 일을 시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날강도 같은 이야기고 혹시 "변태 아냐?"하는 생각도 들 수 있겠지만, 이는 진실된 사랑의 힘이라면 인간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해 낼 수 있을테니 내게 진실된 사랑의 힘을 보여달라는 뜻입니다.차라리 혼자 살고 말지…”하는 마음도 드는 영국 전래 민요를 사이먼이 살짝 고쳤답니다. 원래 민요의 내용은 이 노래와 거의 흡사하지만 조금 더 무지막지한 내용이 들어가 있고 조금 더 깁니다. 민요니까요....

 

‘Paul Simon’‘Art Garfunkel’의 노래를 따라가며 부르는 다소 음울한 전쟁 노래(괄호안 내용)는 원래는 성가(Canticle)라고 하는데 흡사 진혼가같이 들립니다. 이유도 모르고 전쟁에 휩싸인 사람들의 고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노래 전체가 반전가요로 분류되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가 더 마음에 듭니다.

김민기/양희은씨의 '아침이슬'과 이 진혼가 내용은 조금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래 영어 학습 해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전혀 다른 내용의 두 노래가 ‘Simon & Garfunkel’의 화음으로 한 노래가 되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영화 '졸업(The Graduate)'은 다시 봐도 정말 명작입니다. 다 이 분들 덕분이지요.

 

작년 2009 12월에 저의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소극장에서 ‘Art Garfunkel’의 공연을 직접 본 행운을 누렸었습니다. 70이 넘은 ‘Art Garfunkel’. ‘Simon’은 안 오고 그 혼자 불렀지만 황홀하기만 했던 그 때 공연장에서의 감격이 아직도 새록새록합니다.

작년 12월, 공연장에서 직접 본 'Art Garfunkel'. 자리가 무대에서 너무 멀어서...그래도 황홀 그 자체였습니다. 딱 1장 찍은 촉점도 안 맞은 사진..

공연장에서 Art Garfunkel이 이 노래를 부를 때 청중들은 모두 숙연한 마음으로 경청했었습니다. 대개 내용을 아니까 그렇겠지요.


밴드는 총 4명이었는데 이 노래의 반주 특징 중 하나인 마치 영롱한 이슬이 맺혀 떨어지는 듯한(캄파렐라라고 하죠?) 화려한 아르페지오...지금껏 기타로 연주하는 줄 알았었는데 직접 보니 전자 피아노를 중세기 피아노의 전신인 '쳄발로'로 튜닝해 피아노주자가 연주합니다. 바로크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옛날 쳄발로는 피아노와 달리 망치로 현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하프처럼 피크로 현을 뜯는 식입니다. 단지 손가락이 아니라 피아노처럼 건반을 사용하지요. 이 화려한 아르페지오가 기타와 어우러져 공명되는 앙상블과 Art Garfunkel의 미려한 목소리, 한 마디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자세한 공연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노래는 노래, 영어는 영어)

 

Scar-‘borough’

 

‘borough’란 작은 타운 또는 작은 자치구, 그러니까 일종의 소읍을 말합니다. ‘Peterborough’. ‘Peter’라는 사람의 이름을 딴 ‘borough’. 피터라는 조상을 기리는 소읍입니다. 러시아에는 페테르스부르그(Petersburg)’가 있죠. ‘burg’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도를 찾아보면 이런 지명이 참 많습니다.

 

fair

 

보통 시장이라고들 번역하더군요. 그러나 시장은 시장인데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시장이 아니라 일종의 마을 축제같은 시장입니다. 주로 가을 추수감사절을 전후해서 많이들 열립니다. 온 동네 곳곳의 농장주들이 함께 모여 나무 베기 게임 등 전통 놀이도 즐기고 수확물도 예쁜 수공예품도 팔고하여튼 축제의 장, 난장입니다. 박람회도 개최하곤 합니다. 물론 바자회도 열지요.

그래서 ‘fair’는 그냥 시장이라기 보다는 경우에 따라 박람회도 되고 전시회도 되지만 공통적인 것은 즐거운 축제라는 겁니다따라서 여기서는 시장이 아니라 축제라고 번역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Fair’는 가을에 열리는 ‘Markham Fair’입니다. 가보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말도 나오고 닭도 나오고 각종 갓 추수한 농작물도 나오고 때로는 서커스단도 나오고 아이들 놀거리도 나오고. 어른 놀거리도 나오고하여간 온 동네에서 팔만한 것들은 모두 다 이 축제의 장터에 쏟아져 나와 한바탕 즐기고 갑니다.

 

요새 취업이 많이 어렵다죠? 취업박람회가 여기저기 열립니다. 취업박람회는 ‘Job Fair’입니다.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서양 요리에 없어서는 안 되는 허브들이죠. ‘Parsley’는 쓴 맛을 없애주는 약초로 '고난을 극복한다'는 의미랍니다. ‘Sage’는 '인내'를 상징하며 ‘Rosemary’는 '신의'와 '사랑', 그리고 '영원히 잊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신부 머리장식에 Rosemary가지를 꽂는 풍습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실제로 제가 본 신부 또한 머리에 Rosemary를 꽂았던데 왜 꽂았는지 본인은 모르더군요. 그냥 꽂으라니까 꽂았겠죠.) 또한 ‘Thyme’은 '용기'를 뜻합니다. 중세 기사들은 그래서 방패에 thyme을 그려 넣었다네요. 북미에는 각 도시마다 고유 문장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방패가 들어간 문장이 많은데 여기서도 thyme이 들어간 문장을 볼 수 있습니다.

 

Remember me to (someone)

 

'remember'는 '잊지말고 기억해 달라'는 뜻이니 'remember me'라고 하면 쉽게 '나를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유행가 가사가 연상됩니다. 이 노래에 나오는 "Remember me to (someone)"이라는 표현은 "(someone)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편지같은 경우에 이런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Remeber me kindly to your family." -> "가족 여러분들께 안부도 전해 주세요." 다소 의례적이긴 하지만 자주 쓰이는 표현입니다.

She once was a ‘true love’ of mine

 

‘true love’는 말 그대로 진짜 사랑’, ‘진실된 사랑입니다. 기독교에서 예수님을 ‘true love’라고 하는 경우가 많죠. '순수한 사랑' 그 자체를 말합니다. 사랑을 노래하는 팝송이나 캐롤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리 잘 쓰지 않습니다. 우리 말로도 그냥 내 사랑이라고 하지, ‘, 내 진실한 사랑이여하고 연인을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낯 간지럽게. 이건 대개 시에서만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Without no thread nor needlework,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실자국도 없고 바느질 자국도 없으면 그녀는 내 진실된 사랑이 되겠죠.

 

어떤 이가 번역한 것을 보니 이를 실자국도 바늘자국도 없이’ / ‘그녀는 내 사랑…’ 이런 식으로 번역했던데, ‘without ~ then ~’의 문장은 ‘(만약) ~이 없다면식으로 번역해야 문맥이 맞습니다. 도저히 할 수 없는 요구를 하네요. 왜 그럴까요? 다음 구절을 더 봅시다.

 

Tell her to buy me an acre of land between the saltwater and the sea strand,

 

그 곳의 바닷물(the saltwater)과 바로 그 해변가(the sea strand) 사이에 한 필지 땅(an acre of land)을 사 달라?

 

세상에짠물과 해변가 사이에 무슨 땅이 있답니까? 짠물과 해변가는 딱! 달라붙은 공간이잖요. 땅과의 경계가 바로 바닷물인데거기에 1 에이커씩이나 되는 땅을 사 달라니 세상에 이런 날강도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그걸 들어주면 내 사랑으로 인정하겠다는 날강도 심뽀의 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요. 그만큼 진실된 사랑을 보여달라는 간청으로 해석하면 좋겠습니다. 날강도는 농담입니다.

 

Tell her to reap it in a sickle of leather and to gather it all in a bunch of heather

 

가죽 낫(a sickle of leather)으로 헤더 꽃(it)을 베어낸(reap) 다음에 그걸 한데 모아(gather it all) 꽃다발(in a bunch of heather)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점점 더가죽 낫으로 꽃을 베어내느니 차라리 맨 손으로 베어내는 편이 더 낫겠습니다. 역시 진실된 사랑의 힘이라면 인간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해 낼 수 있을테니 내게 진실된 사랑의 힘을 보여달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 여기까지가 Scarborough Fair를 살펴본 것이구요. 아래부터는 사이먼이 부르는 ‘Canticle’ 해설입니다. ♡♡♡

 

Tracing of sparrow on snow-crested ground blankets and bedclothes / the child of the mountain sleeps unaware of the clarion call.

 

인터넷에 떠도는 번역본을 보니 대개 이 부분을 제일 헛갈려 하는 것 같습니다. 어렵긴 어렵습니다.

왜 어렵냐면요. “Tracing of sparrow on snow-crested ground / Blankets and bedclothes the child of the mountain / sleeps unaware of the clarion call” 노래를 따라서 이렇게들 끊어 읽거든요

노래는 노래고 시는 시입니다멜로디에 맞추기 위해 그렇게 끊어 부를 뿐이죠. 노래 가사를 번역할 때는 어디서 어디로 연결되는지를 잘 살펴 보아야 합니다.

 

Ø  ‘snow-crested ground blankets and bedclothes’. : 전쟁터에서 소년병 한 사람이 허름한 이부자리를 깔고 담요 한장만을 덮은 채 누워있습니다. 그런데 때가 겨울인지 그 담요 위에 눈이 소복히 덮였습니다. ‘snow-crested ground something’이란 ‘something’위에 흡사 닭벼슬같이 소복히 눈이 쌓여있다는 뜻입니다. ‘crest’는 약간 위로 솟구친 것들을 말합니다. ‘ground’‘grind’의 과거분사형이기도 하지만 커피를 빻은 것처럼 분말이 소복히 앉은 모양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Ø  Tracing of sparrow on snow-crested ground blankets and bedclothes : 그 위에 참새를 좇으며? 'trace'에 '수 놓는다'는 뜻이 있긴 있기에 오역하는 분들도 많던데요. 이 말은 담요 위에 참새를 수 놓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차디찬 전쟁터 맨 바닥에서 오돌오돌 떨며 눈 덮인 담요를 덮고 자야만 하는 소년병이 꿈 속에서 자신의 고향에서 참새를 뒤 좇아 다니며 놀던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고눈물 겨워라내일 아침 해 뜨면 죽을 수도 있는 전쟁터에 내 몰린 소년병, 그 얼마나 고향에 가고 싶었을까요?

 

Ø  Tracing of sparrow on snow-crested ground blankets and bedclothes / the child of the mountain sleeps unaware of the clarion call. : 이렇게 참새를 뒤 따라 다니는 꿈을 꾸며 고향을 그리워 하는 소년병은 급기야 전투 개시를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도 모르고 계속 꿈만 꾸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은 영어로 ‘clarion’이라고 하면 잘 모르다가도 우리 말로 클라리온이라고 하면 '아하!'하면서 그제사 알더군요. ‘clarion’은 옛날 중세 때 전투 개시를 알리는 진군 나팔로 쓰였다고 합니다. 저도 모릅니다. 그 때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서요. 그렇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죠. 어쨌든 'clarion call'이라는 말은 신문에서도 가끔 나오는 표현입니다. 잘 익혀 두시면 나중에 긴요하게 쓰일 겁니다.

 

어쨌든,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부분에서 담요위에 참새를 수 놓았다”, “참새를 새긴 담요를 덮었다는 등의 여러가지 잘못된 해석이 난무합니다. 영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면 곤란한데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On the side of a hill / a sprinkling of leaves washes the grave in sunlight and tears, / a soldier cleans and polishes a gun.

 

그 능선 산자락에서 산산히 흩어져 내리는 나뭇잎들(a sprinkling of leaves)이 눈부신 햇살에 빛나는 무덤과 그리고 눈물을 씻어 내립니다. 그 와중에 군인들은 총을 반짝 반짝 닦고 있구요.

 

눈부신 햇살에 빛나는 무덤(the grave in sunlight)이란 얼마전에 전사한 전우들의 새로 조성된 무덤을 상징합니다.

나뭇잎이 아직 살아 남은 전우들의 눈물(the grave and tears)도 함께 씻어내리죠.

'tears'... 말 그대로 여기서는 전우들의 눈물을 상징하지만, 사실은 '전사자들의 무덤에 맺힌 이슬'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에서 'tears'는 종종 '이슬(dew, dewdrop)'로 해석합니다. 특히, 무덤과 함께 나오는 '눈물'은 대개가 무덤 위에 맺힌 '이슬'에 감정이입을 하는 표현입니다. '이슬(dew, dewdrop)'을 '눈물(tears)'로 보는 것이죠. 물론 그 반대로 '눈물'을 '이슬'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글을 보는 학생들이 헛갈리지 않도록 그냥 '눈물'로 직역했습니다. (* 김민기/양희은씨의 명곡 '아침이슬'이 왜 금지곡이 되었는지 이해하시죠? 무덤과 햇살, 새벽, 이슬 이런 단어들의 상징성 때문입니다.)

산산히 흩어져 내리는 나뭇잎(a sprinkling of leaves) 산산이 흩어진 전사자의 영혼을 상징합니다. 그래도 살아 남아야 하는 병사들은 묵묵히 총을 닦고 있습니다. 곧 전투가 시작되거든요.

 

War billows blazing in scarlet battalions. / Generals order their soldiers to kill and to fight for a cause they've long ago forgotten.

 

Ø  War billows blazing in scarlet battalions : ‘battalion’은 대대급 병력을 의미한다지만 편성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냥 군대라고 이해하면 무방할 것입니다. 스카렛 군복을 입은 군대(scarlet battalions)란 영국군을 의미합니다. 원래 영국군의 전통색이 스카렛이니까요. ‘blaze’는 타오르는 섬광이나 격발하는 모습을 말하는데 소재가 전쟁이니 만큼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연상하면 될 것입니다. ‘billow’는 큰 물결이 일듯이 크게 굽이치는 모습을 말합니다. , 영국군이 총포에 불을 뿜으며 대규모 전투를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Ø  Generals order their soldiers to kill and to fight for a cause they've long ago forgotten. : 장군이 병사들에게 죽여라! 싸워라!”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무엇때문에? 무엇을 위하여? 아무도 이유를 모릅니다. 워낙 오래 전에 잊혀진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왜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설혹 알았다 해도 이제는 이미 오래전에 그 의미를 상실했습니다. 이제는 그냥 싸워야 하니까 싸울 뿐입니다. 그래야 고향에 살아 돌아갈 수 있을테니까요. 어째 아프칸 전쟁이나 월남전이 연상되지 않습니까? 다행히 경험이 없지만 전쟁이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참새를 따라 다니며 놀던 고향의 꿈을 꾸며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 불안에 지쳐 잠을 청해야 했던 소년병은 과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그냥 무덤 위에 맺힌 찬 이슬 한 방울이 되어 산산히 흩어져 내리던 나뭇잎에 씻겨 내리고 말았을까요?

 

옷에 관련된 표현들

 

a cambric shirt 엷은 무명옷 / weave 짜다, 뜨다 / thread 실을 꿰다 / needlework 자수 / bedclothes 침구, 금침

 

기타 낯선 단어들

 

sprinkling 흩뿌리기 / sea strand 해안가 / sickle


 




정말 시(詩)죠? 노래가 이 정도는 되야죠. 아무 의미도 없는 쓰레기같은 가사만 가득한 요즘 노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내용도 좋지만 전쟁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노래 속의 노래도 정말 마음을 울립니다.

  이 글은 캐나다 토론토의 한 동포신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그러니까 혹시 거기서 보았더라도 "? 어디서 봤는데 불펌한거 아냐?" 하는 오해는 마시길... 제가 원저자니까요....영어 가사만 빼고요. 그 글을 조금 더 손보고 발표합니다.

 

※ 퍼 가실 때는 받드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혹시 제가 한 번역에 틀린 부분이 있다면 조용히 귓속말로 일러 주시길...그럼 저도 조용히 살짝 고쳐 놓겠습니다.

 

 

앞으로 팝송영어 시리즈...계속 갑니다. ~~~~.... 부담없이 추천해 주세요. 그래야 다른 분들도 함께 볼 수 있죠.

 

아래 곡들도 보시구요.


  
파랑새 가족의 캐나다 이야기
http://canadastor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