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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ed Cappuccino

♡ 이 세상에서 제일 미운 것 세 가지 ♡


♡ 이 세상에서 제일 미운 것 세 가지 ♡

 

이민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 녀석이 한 마디 했습니다.

『아빠, 난 이 세상에서 제일 미운 게 세 가지가 있어』


『아니 무엇이 감히 우리 예쁜 아들에게 미운 마음이 들게 했단 말인가!』 나도 모르게 궁금해져 그게 뭐냐고 급히 물어보니 아들 녀석 대답이 이랬습니다.

『응, 하나는 해님』

『해님? 아니 해가 도대체 어째서???


▲ 언젠가 놀러 갔다 오던 길에 석양이 짙게 깔리던 무렵 어느 농장에서 풍력발전기가 빙글 빙글 돌고 있는 모습을 보았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아빠는 동쪽으로 출근하다가 서쪽으로 퇴근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미간을 찌푸리고 다녀야만 했지요. 언젠가 태양 때문에 살인했다는 소설 속의 뫼르소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이 놈의 해 때문에 내가 죽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아빠가 해님 때문에 죽던가 죽이던가 할까 봐 그랬나 봅니다
.
아들 덕분에 집을 살 때는 사무실에서 동쪽 방향을 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



『그래, 그렇다 치고 두번째가 무엇이냐?

『응, 둘째는 물』

『물?

『응, . 멀리 가는 물』

『멀리 가는 물???

한참을 캐물은 끝에 드디어「멀리 가는 물」이란 졸면서 멀리 가다 보면 나오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한번 보고 두번 보면 지겨워지는데 수십번도 넘게 보면 그 진가를 다시 알게 됩니다.



이민 와서 첫 해 둘째 해는 갈 곳을 몰라, 갈 곳도 마땅치 않아, 시간도 남아 심심하면 나이아가라로 가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차에서 졸다 깨어나『또 물 보러 가는 거야? 』하던 것이 그제야 기억났습니다.


『아하, 물만 봐서 그러는 구나』


『이렇게 물만 보다 죽는 거 아냐?』하던 아빠에게 지금은 오히려 물 보러 가자고 조릅니다. 이제는 물은 안 보고 언덕 위 놀이터로만 가니까. 그래도 가끔 물을 보여 주면 좋아라 하니 아마도 첫 대면의 느낌이 다시 새록새록 나나 봅니다.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


『그래 마지막 소원, 아니 마지막 미운 것은 무엇이냐?』고 이 녀석이 과연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궁금해하며 물어 보았습니다.


『응, 눈』

『눈? 아니 눈 내리는 날 강아지가 따로 없더니 이제는 눈이 밉다고???

언젠가 고작 몇 백달러 아끼느라고 몇 년 동안 눈 치우는 기계를 사지 않고 몸으로 때우고 있는 아빠가 눈 치우다가 『야, 아빠가 이 놈의 눈 치우다가 죽겠다』하며 허리 아파 하던 꼴을 보고는『야, 눈아. 그만 내려라』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눈과 발차기 겨루기를 하던 아들 녀석이었습니다.


▲ 요 강아지들이 이제 다 커서 눈 치우는 것도 도와 주겠다고 합니다.......만, 아직은 그냥 멀리서 놀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먼 타국으로 이민 오는 줄도 모르고 졸면서 따라 온 눈 내리던 날 강아지가 어느 새 이미 다 커 버렸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나 저나
이번 겨울에는 과연 눈 치우는 기계를 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