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국회 초상화, 어떻게 그릴 것인가. ☆
캐나다 연방국회의사당에서 대한민국 국회를 바라 보다
그렇게 기대하고 싶지만, 지금 하시는 꼬라지들을 보면, 역시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군요. 바랄 걸 바래야.....겠죠?
가끔 캐나다 연방국회의사당에 갈 때가 있습니다. 그 때마다 우리 국회와 비교되는 점이 하나 둘이 아니라서 속이 상합니다. 마침 우리 국회가 새로 출발하는 이 때, 허공에 날리는 헛소리가 될 줄 뻔히 알면서도, 우리 국회에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열심히 글을 썼습니다만, 그러나........정작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을테니 몹내 씁스름합니다......어쨌든 기왕 오신 김에 그냥 구경 삼아 캐나다 연방 국회의사당으로 함께 가 보시죠.
♡ 이 글, 쓰다 보니 제 생각에도 쬐끔 깁니다.
저도 이럴 줄 몰랐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시고 미리 커피 한 잔 타서 옆에 놓고 편한 마음으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여름에는 햇빛이 너무나 따갑고 겨울에는 “폭풍의 언덕”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도 오타와(Ottawa) 연방국회의사당 언덕 (Parliament Hill) 위에 서서 오타와 강을 내려다 보면 몸은 떨려도 마음만은 참으로 시원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습니다. 사진부터 보시죠.
♣ 사진 몇 장으로 잠깐 스쳐 보는 캐나다 연방 국회의사당의 겉 모습
▲ 캐나다연방국회의사당 전경.
▲ 국회의사당 가운데 탑이 Peace Tower – 다니기에는 흐린 날이 더 좋습니다.
▲ 고풍스러운 벽면, 부조가 돋보입니다.
오타와 강 위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연방국회의사당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연두색 지붕과 불에 그슬린 듯한 건물 외벽이 조화롭게 어울려 언뜻 보기에도 아주 멋있지만, 이 곳을 찾는 대부분 관광객들, 특히 여행사의 단체 관광객들은 촉박한 일정에 쫓기어 대충 건물 사진만 찍고 가기 바쁩니다.
그러나, 토론토에서 출발하면 서울 ~ 부산 거리보다 조금 더 먼 (약 460km 정도) 이 곳 오타와까지 가서, 단순히 건물 사진만 찍고 오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곳이 바로 이 연방국회의사당입니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여행하신다면, 가능한 의사당 내부로 들어가서,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 위임된 신성한 의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서구 민주주의의 현장을 보고 느끼는 기회를 주시기를 권합니다. 어린 자녀들에게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참된 공부, 살아 있는 공부가 될 것입니다.
♣ 간단히 알아 보는 캐나다 정치 시스템
연방국회의사당을 제대로 보고자 하면 먼저 간단하게라도 캐나다의 정치 제도부터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캐나다는, 태생적으로 영연방에 속해 있기에 형식적으로 입헌군주국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의원내각책임제에 기반한 연방공화국입니다.
그러므로 전통적으로 총독(Governor General, 현임 총독은 “Her Excellency the Right Honourable Michaëlle Jean”)이, 명목상의 국가 원수인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권한과 권위를 위임 받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들의 투표에 의하여 선출된 연방 하원의원 중 다수당의 당수가, 연방 수상(Prime Minister, 현임 Mr. Stephen Harper)으로서 각 주와 국민을 대표합니다.
따라서 캐나다 연방국회의사당은 캐나다 국민의 모든 권한을 위임 받아 올바른 정책을 집행되는 곳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 캐나다 국회에서 제발 좀 배웠으면 하는 점들……
1. 진지하고 예의 바른 토의 문화
몇 해 전에 치러진 캐나다 총선 때 이야기입니다.
당선이 당연시되던 한 중진 의원이 그만 공천에서 밀려 나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국회에서의 공식 회의 도중 상대방 의원이 자신의 발언에 너무 딴지를 거는 것을 참다 못 해, 한 마디 소리쳤는데 그 행동이 의원으로서의 품위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졌던 것입니다.
그 한 마디는 별 것 아닙니다. “You, moron!” 이랬답니다. “이 멍청아!” 고작 그 정도 말입니다. 이 정도는 사실 욕도 아니죠. 우리 나라 국회 기준으로 따지면 그냥 일상적 용어일지도 모릅니다.
캐나다의 TV에서는 누가 보거나 말거나 의회의 회의 모습을 중계하는 채널이 따로 있습니다. 솔직히 시청률은 얼마 안 나올 겁니다. 이리 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가끔 볼 때가 있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이 참 진지하고 예의 바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도 사람인지라 서로 논쟁을 하다 보면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막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화풀이성 발언은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고, 이리 저리 빙빙 돌려가며 이야기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때로는 화를 낼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저기서 웃음 소리가 나오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 곳 회의에서 의자나 명패를 던지거나 이단옆차기, 격투기 등은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진지하고 예의 바른 토론 문화는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그 기본적인 것이 우리 나라 국회에서는 그다지 지켜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저마다 최소한 기본은 잘 알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당선되었을 테니, 이제 새 국회에서는 진지하고 예의 바른 토론이 이루어 지겠죠? 기대해도 될까요? (……)
2. 청소년에게는 체험적, 실증적 교육의 장, 어른들에게는 정직과 예의를 지키도록 하는 장치 - Page Program
이 곳 국회에는 페이지 제도(Page Program)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제도가 있습니다. (미국 의회에도 있습니다.)
(※ Page를 페이지라고 써야 하나, 페이쥐하고 써야 하나, 잠시 망설였습니다만, 이경숙씨가 다행히 의원이 안 된 관계로 이리 저리 눈치 볼 것 없을 것 같아 그냥 페이지로 씁니다. 못 마땅하신 분들께서는 그냥 페이쥐로 읽으셔도 뭐라 안 합니다.)
페이지란 한 페이지, 두 페이지 하는 그 페이지가 아니라, 수행원이나 심부름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제도는 타의 모범이 되는, 말 그대로 모범생들을 각 주마다 선발하여, 의회에서 일정 기간 동안 기숙 교육을 시키면서 의회를 체험하게 하는 전통적인 제도입니다.
이들 모범생들은 회기 중 의장(speaker)석 바로 밑이나 옆 좌석에 앉아 본회의 과정에 정식으로 참여하면서, 회의 중 의원들이 필요로 하는 전달사항을 전달하는 등, 사환(page)이나 야구장의 볼보이와도 같은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단순히 잔심부름을 시키려고 학생들을 학교도 빼 먹게 하나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으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나라 일을 다 함께 토론하는 자리에 참여했다는 그 자체가 크나 큰 명예가 됩니다.
자신이 현재 살고 있고 앞으로 어른이 되어서 스스로 이끌어 나갈 한 나라의 법률이 어떻게 제정이 되고, 나라의 살림살이에서는 또 어떻게 실천이 되는지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에, 그 학생의 앞으로의 인생에 큰 좌표가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이 학생들의 존재 자체가 바로 의원들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됩니다. 앞으로 이 나라의 앞 날을 짊어지고 나갈 어린 학생들이 의장 바로 밑에서 자신들의 행동과 말을 지켜 보고 있는데,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그 앞에서 감히 막말이나 격투기 시범을 보일 생각조차 하지 못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참고 사진 : 본 회의장에서의 페이지들. 가운데 의장 옆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 페이지들임. from 캐나다연방국회의사당 홈페이지 ▲ 기왕 보는 거 하나 더, 개회 전 엄숙하게 선서하고 있는 페이지 학생들. 역시 from 캐나다 연방 국회의사당 공식 홈페이지
이런 프로그램은 회의장 곳곳에 있는 실시간 중계 카메라와 함께, 우리 나라 국회에 추천하고 싶은 것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회가 평소 하는 모습을 보면 학생들이 우리 나라 국회의 의장 바로 밑에 몇 명이 앉아 있다 하더라도, 서로가 배울 점이 별로 없을지 모른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욕이나 안 배우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심한 말일까요?
비록 학생들이 의장 옆에 없어도, 새 국회에서는 진지하고 예의 바른 토론이 이루어 지겠죠? 기대해도 될까요? (……)
3. 거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
좀 전에 언급한 대로, 이 곳 TV에서는 보거나 말거나 국회에서 회의하는 모습을 거의 모두 생중계 또는 녹화중계로 만천하에 공개합니다. 그래서 회의장 곳곳에 TV 중계용 카메라가 장치되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언젠가 국회 본 회의를 TV로 생중계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죠. 국회의원분들의 고충을 이해합니다. 아마도 신경이 많이 쓰이겠죠. 낮잠도 제대로 못 잘 테고, 자리마다 한 대씩 있는 모니터에서 영화 배우 사진도 검색하지 못 할 테니까요. 의정활동에 그 얼마나 불편하시겠습니까.
그런데, 캐나다 의원들이라 해서 TV 카메라가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바로 그 점을 노린 것입니다.
상점을 들어가 보면, 가끔 이런 문구가 보입니다.
“Smile, please. Camera’s watching you.”
비록 카메라 따위는 없어도, 새 국회에서는 진지하고 예의 바른 토론이 이루어 지겠죠? 기대해도 될까요? (……)
4. 회의장 구조 비교 – 웅변대회장 vs. 토론의 장
우리 나라 국회와 이 곳 국회는 본 회의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 국회의사당은 부채꼴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이 곳은 가운데 회랑을 중심으로 좌익과 우익으로 나누어져 있어 서로 얼굴을 빤히 쳐다 보며 회의를 합니다.
의원들 심심하고 잠도 안 올 때 연예인 얼굴 보라고 배려해 놓은 컴퓨터 모니터도 없고, 그다지 넓지도 않은데 의원이 앉는 의자는 회전도 안 되고, 안락의자는 더더구나 아닙니다. 좁은 책상은 엎드려 낮잠을 즐기기에는 보기에도 너무나 불편해 보입니다.
그러나 선배 의원들에게서 물려 받아 여기 저기 상처도 보이는 낡은 의자와 책상을 보면, 국사를 논하는 국민의 대표자들이 진지하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그 분위기에서 품위와 전통이 마음 속 깊이 저절로 느껴집니다.
▲ 연방국회 상원 - Senate. from 캐나다 연방 국회의사당 홈페이지 자료 사진 ▲ 연방국회 하원 - The House of Commons. 이 것도 역시 from 캐나다 연방 국회의사당 홈페이지 자료 사진. 혼날까봐 걱정되는 이 소심함....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마치 아주 오래 된 성당에라도 온 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자신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실제 들어 가 보면 상당히 호화스럽게 보이지만, 호사스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 나라의 국사를 논하는 자리를 성당 분위기로 만든 이유는 경건한 마음 자세로 토론하라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 나라 국회는 토론보다는 일방적으로 연설하면서 내 주장을 그저 우기는 데 더 편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의원들끼리 서로 얼굴 한 번 마주치지도 않고 그저 중앙의 연설대만 쳐다 봅니다. 그 넓은 회의장에서 그러니, 마음에 안 드는 연설자에게 자리에 앉아 마음껏 소리칠 수 있겠지요. 그 연설자가 보기에는 마치 명동 한 복판 군중 속에 숨어서 야유를 보내는 듯한 그런 모습이 아닐까요?
너무 지루한 이야기를 계속 들이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중 하나입니다.
일설에 따르면, 옛날(물론 캐나다가 아닌 옛날 영국이지만)에는 귀족들이 나라 일을 논할 때도 칼을 차고 들어 왔다 하는데, 격렬한 논쟁을 하다가 보면 서로 칼을 겨누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였다 합니다. 칼은 명예를 상징하기에 칼이 부딪히면 결국 결투를 하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불상사가 벌어지더라도 쌍방의 칼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적당히 떼어 놓으면서도, 고함(마이크는 당연히 없었겠죠.)을 지르지 않고도 상대방의 말이 들릴 정도로 양 측의 간격을 유지시켰다 합니다.
그래서 이 곳 오타와의 캐나다 연방국회의사당 내의 좌익과 우익 사이의 회랑 역시 그 정도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 주어 듣고 와서는, 그냥 머리 식히자고 한 이야기이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맙시다.
그런데, 이 점은 토론토의 온타리오주 의사당도 마찬가지인 걸 보면 그럴사한 까닭이 있어 보입니다.
칼끼리 부딪힐 염려도 없이 넓고 멋진 부채꼴 모양의 대회의장을 자랑하는 우리 국회, 새 국회에서는, 비록 칼은 차지 않았어도 명예를 중시하는 예의 바른 토론이 이루어 지겠죠? 기대해도 될까요? (……)
5. 화합과 통합을 추구하면서 미래를 설계한다.
캐나다는 원래 제각각 따로 성립되었던 각 식민지가 협상이나 전쟁 등을 통하여 하나로 힘을 모아 형성된 연방국가입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연방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건물들에는 통합, 화합, 평화 등등을 상징하는 무엇인가가 항상 있게 마련이지요.
의사당 정면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횃불과 그 주위에 있는 13개 주의 문양이 새겨진 방패가 바로 그 것을 상징하며 의사당 정문 양 옆에 새겨진 사자(영국)와 말(프랑스)의 부조가 또한 그 것을 상징합니다. (※ 이 점, 캐나다 국기도 마찬가지로서, 가운데 대륙을 상징하는 하얀 색이 바로 화합과 통합도 상징하고 있습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것이나, 여러 소수민족의 대표들이 많이 의회에 진출하는 추세라든지 등등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가 아무리 지역 색이 강하다 한 들, 최소한 캐나다처럼 근본부터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인 나라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의 미래를 함께 연구해야 할 의원들이 거시적인 정책 보다는 자기 지역의 이권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참…자주 보게 됩니다.
뉴스를 보니 선거가 끝난 지금 여의도는 비어 있다죠? 각자 지역구에서 맴돌고 있다고들 합니다. 표 주신 분들께 물론, 고마움을 표시해야 인간이긴 하나, 언제부터 그랬는지......아마 국회의원이 아니라 시의원이나 구의원을 뽑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동네 일만 신경쓰다가 나라 일은 언제 한다고 하던가요?
새 국회에서는 경상도건 전라도건 내 지역보다도 대한민국을 먼저 고민하는, 구의원, 시의원이 아닌 국회의원들이 진지하고 예의 바른 토론을 해 주시겠죠? 기대해도 될까요? (……)
6. 공부하는 의원들
또 하나 내부에서 빼 놓지 말아야 할 곳은 국회도서관입니다. 겉 모습도 멋 있지만, 내부로 들어 가 보면 사다리 타고 올라가는 아주 높~~은 책장이 360도 벽에 빼곡하게 차 있는 모습이 약간 부풀려 말하자면, 마치 해리 포터의 도서관이 연상됩니다. 그 많은 책들, 대체 누가 볼까요?
몇 년 전 이 곳을 방문하였을 때 보았던, 천장까지 꽉 차 있는 책장 아래서 백발의 국회의원 한 분이 열심히 자료를 뒤적이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바로 그 무렵, 모국의 신문에서 모 국회의원이 자신은 중요한 일은 국회 사우나에서 푼다고 자랑하더라는 기사를 읽고 속 터진 기억도 납니다.
▲ 국회의사당 뒤, 의원 도서관. 이 건 내가 직접 찍은 사진. 내부를 찍은 사진을 공개하지 못 해 죄송합니다.
새 국회에서는, 우리는 쉽게 못 들어 가는 그 좋은 국회도서관에서 정책 자료를 밤새 찾아 보고, 본 회의장에서 진지하고 예의 바른 토론을 한 후에, 개운하게 사우나에서 몸 푸시는 의원님들께서 많아 지겠죠? 기대해도 될까요? (……)
7. 다시 시원하게 바깥으로 나가 봅니다.
연방국회의사당의 바깥 벽은 그 역사에 비해 상당히 고색창연하게 보입니다. 겉보기에는 불이 난 것처럼 보이나 이 검은 색은 재가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지붕 역시 청동이 산화되어 연두색이 되었다고 하죠. 갈고 닦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옛 것을 잘 보존하는 것이 나중에 보기에도 좋습니다. 캐나다는 우리 나라 역사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나라가 아니었던가요?
간물을 둘러 보면 역대 수상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특이하게 5명의 여성 동상들이 있죠. 가운데 여성은 손에 대자보 같은 것을 펼쳐 들고 있는데 이 동상은, 1929년에 공직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Qualified Person)”에는 “남성(male)”과 “여성(female)”이 다 함께 포함된다는 판례를 이끌어 낸, Emily Murphy 등 5인의 여성을 기념하여 세워진, 캐나다의 양성평등권 쟁취를 기념하는 동상입니다.
그 이전에는 “여성”은 “사람”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제가 이 블로그에서 먼저 다룬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예쁜 딸을 키우시는 분들께 권합니다.)
▲ The Famous Five의 동상. 아래 모자는 우리 막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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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의 딸들 (1) The Famous Five
이 동상들은 한 나라의 국회의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한 눈에 보여 줍니다.
우리 나라 국회의사당에 무슨 동상이 세워져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들어 가 봤어야 무엇이 있는지 알던지 하죠. 일단, 국회는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사실 한번도 마음 편하게 들어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새 국회에서는 후세에 존경 받을 만한 인물들이 나와서 동상도 세워 지고 그러겠죠? 기대해도 될까요? (……)
8. 권위는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우러나와야 하는 것.
우리 나라 국회에서는 아무나 정문으로 들어갈 수 없죠.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의사당 현관은 오로지 금배지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국회는 관광지가 아닙니다. 어딜 감히! 생각하는 것 조차 불경스럽습니다.
명패 던지기, 의자 던지기, 목 조르기, 이단 옆차기나 다짜고짜 우기기, 무작정 농성하기, 남 발언할 때 고함 지르기, 막말 하기 등등 ....... 내가 남을 이길 수 있는 모든 수단은 우리 국회에서 모두 다 배울 수 있습니다. 굳이 도장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자나 깨나 나라 일을 고민한다는 사람들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최소한의 교양만 있다면 이단옆차기나 멱살잡이, 모욕적인 언행을 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건설적인 토론을 통하여 결론 나오는 회의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해마다 여름만 되면 국민의 세금으로 캐나다 등 선진 외국에서 좋은 것을 보고 와서 나라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견학 왔다는 국회의원이 그저 골프장만 싸 돌아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라나는 새 싹을 생각한다면 어찌 감히 국회에서 싸움질을 하고, 외국의 골프장에서 그 싸움 스트레스를 풀고 가는지 이 곳에 와서 진지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감히 건방지게 아무 것도 모르는 제가 고명하신 국회의원님들께 한 말씀 여쭙습니다.
국회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의 대표가 모여서 국가의 현안에 대하여 토의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기관입니다. 당연히 깊이 있는 정책 연구, 내실 있는 토론을 하여 누구에게나 설득력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공정한 집행을 감시하는 곳입니다. (쓰고 나니, 좀 복잡해 보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제대로 된 정책의 기본 틀을 세우는 곳이라는 거죠.)
이제 새 국회가 조직되는 이 시점에서, 이제 더 이상 이단옆차기를 보지 않게 되기를 바라면서, 괜시리 남의 나라 국회의사당을 가지고 모국의 국회에 대한 스트레스를 실컷 풀어 보았음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새 국회에서는 저 같은 사람도 존경할 만한 분이 한 분 정도는 나오시겠죠? 기대해도 될까요? (……)
여담 : 혹시나 연방국회의사당을 찾을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께
장거리 버스 타고 꾸벅 꾸벅 졸며 자며, 오타와 연방국회의사당에 오시는 분들은 십중팔구 일단 화장실부터 찾더군요. 정면 의사당 건물 바로 왼 쪽을 보시면 성웅 이순신 장군님의 동상이 있습니다.
캐나다를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오타와를 연방수도로 지정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여장부답게 기골이 장대하였다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 분의 동상은 멀리서 보면 마치
빅토리아 여왕보고 감히 화장실을 지키라고 그 자리에 모신 것은 아니나 어쨌든 그 분 덕분에 급할 때 찾기 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요 거, 급한 일, 당해 본 사람만이 압니다....
이상, 너무나 긴 글, 커피 한 잔 제대로 못 마시고 여기까지 오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에,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힌트를 하나 드렸습니다.
커피가 식었겠네요....... 어쩌나.......
☆ 다시 한번 내가 쓰고 내가 추천하는 필독서, 바로 클릭! ▼ ☆
♡ 캐나다의 딸들 (1) The Famous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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