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본 우리 정부의 문제점-쇠고기파동을 보면서
온 나라가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인해 난리가 아니군요.
미국에서 (물론 머지 않아 캐나다에서도) 전면 수입 개방되는 쇠고기에 대해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요즈음 이 쇠고기 파동 와중에, 저 같이 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확 들어 오는 말은 바로 “해외 동포들도 (앞으로 수입이 될) 쇠고기를 먹고 있지만, 한 사람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없었다”라는 말입니다.
이 말을 들으니 (캐나다에 살고 있는 저는, 저뿐만이 아니라 이 곳에 사는 다른 이들도 많이들) 솔직히 상당히 불편합니다. 모국의 어떤 사람은 “거기 쇠고기는 먹어도 괜찮냐” 하고 걱정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좋은 쇠고기 먹어서 좋겠다”는 식의 비아냥도 합니다.
LA인가 어딘가 살고 있는 어떤 분이, "난 여기 쇠고기 이렇게 잘 먹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말하는 것도 보았고, 저도 그 쇠고기 먹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그 덕분에 저 역시 저희가 자주 먹는 이 쇠고기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요약해 보면 이 문제는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하나는, 미국산 (혹은 캐나다산) 수입 쇠고기가 내재하고 있는 광우병 문제의 현실성 여부와 그 현실성이 어쨌건 간에 그 위험성에 대해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는가 하는 인식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한국과 미국간의 협상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의 차이입니다.
이미 많은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에 구태여 저까지 나서서 구구절절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단지, 이 문제의 중심에 있고 이전부터 또 앞으로도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이명박 정부에게 (비록 아무도 듣는 사람은 없겠지만) 메아리 없는 헛소리에 그치더라도, 한 말씀 드릴 말이 있습니다.
광우병 문제의 현실성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축산이나 위생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저로서는 아직은 혼란스럽습니다. 단지 걱정은 많이 됩니다. 바로 이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정말로 위험하냐 아니냐를 떠나 당신들을 믿을 수가 없어 나와 내 식구가 걱정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희가 살고 있는 이 캐나다에서도 여태까지 아무 생각 없이 거의 매일 먹어 왔던 이 쇠고기가 정말 안전한지 여부는 일개 비전문가 개인인 저로서는 직접 확인할 길이 전혀 없습니다.
한국정부가 그러는 것처럼, 캐나다 정부에서도, 미국 정부에서도 안전하니까 걱정 말고 먹어도 된다라는 말만 들을 뿐입니다.
▲ 진열대의 쇠고기, 돼지고기들. 세금도 안 붙는 필수음식입니다.
지난 2월 신문을 보면, 캐나다에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발견된 광우병에 걸린 소는 12마리라고 합니다.
이 12마리 때문에 캐나다의 축산농은 참으로 곤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쇠고기 소비량은 그다지 줄지도 않고 오히려 늘어간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와 같이 온 국민이 나서서 정부에 항의하는 일 역시 그다지 없었습니다.
(Ref: 캐나다 자료는 집어 치우고, 우리 나라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나온 자료를 보시기 바랍니다. 캐나다가 광우병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는지, 우리 나라 관련 연구원의 어느 연구원께서 잘 정리해 주셨습니다.
☞ http://203.255.236.13/pub/docu/kr/AJ/06/AJ062004MAD/AJ06-2004-MAD-017.PDF)
왜 그럴까요? 이 나라 사람들은 광우병에 대한 심각성을 몰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항의 집회를 할 줄 몰라서 그럴까요, 그 것도 아니라면 언론 보도에서처럼 여기서 먹는 쇠고기가 모두 호주 같은 곳에서 수입한 것이라서 그럴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곳 사람들도 캐나다 쇠고기에 대한 국제 신뢰의 문제로 인하여 많은 곤란을 겪었기 때문에, 광우병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식품점에서 파는 고기는 국내 앨버타산 AAA 등급이 제일 잘 나갑니다. (사실은 국내 신문 보도와는 달리 호주산 쇠고기는 진열대에서 별로 못 봤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 것은 바로 신뢰의 문제입니다.
현재까지 정부는 잘 하건 못 했건 간에 최소한 먹거리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정직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 왔고, 앞으로도 역시 (잘 하건 못 하건 간에) 우리를 속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와 같은 항의는 별로 없었던 것입니다.
캐나다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하여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캐나다 국내에서 먹는 이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말 역시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믿고 싶고 캐나다 정부가 책임감 있게 (잘 하건 못 하건 간에) 검역이라든지 위생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신뢰감은 누가 만들어 준 겁니까? 정부가 교육을 잘 시켜서 그런 것일까요?
모국인, 대한민국의 경우는 전혀 반대입니다.
콩으로 메주를 쒀도 믿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말하면 혹시 왼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콩으로 메주를 쒔다고 해도 “그래? 그게 그럼 무슨 콩인데?” 하고 의심부터 하고 볼 것입니다.
왜 이렇게 까지 되었습니까?
국민들이 꽈배기처럼 배배 꼬여서 그런 겁니까, 아니면 좌빨이 뒤에서 x랄을 해 대서 그런 겁니까?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이 정부는 국민들에게 참으로 많은 선물을 안겨 주었습니다. 무슨 도깨비 방망이라도 쥐고 있는 양, 밤 새워 이리 뚝딱, 저리 뚝딱거리더니 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정책이랍시고 내 놓아, 온 나라 사람들에게 남녀노소 연령도 무시하고 성별도 무시하면서 참으로 공평하게도 골고루 고민거리를 안겨 주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산타 할머니를 본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 당황해 하는 국민들에게 항상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바로 “국민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제대로 알려 줘야 할 의무가 있다”라는 말입니다. 꼭 별 실력도 없는 선생님일수록 "너희들은 왜 이렇게 멍청하냐"고 윽박지르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생각나게 하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대통령에게는 대기업 CEO 출신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고 덩달아 그 밑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감투 쓰고 완장을 두르더니, 국민들을 마치 대기업의 말단 사원 다루듯 합니다.
회사에서 사장은 절대 사과하지 않습니다. 일이 제대로 안 풀리면 그 것은 사장의 책임이 아니라 사장의 일반적인(!) 지시대로 일을 제대로 못 한 놈(!)들의 책임이며, 그도 아니면 사장이 아닌 시장(市場)의 책임입니다.
사장의 말은 곧 진리입니다. 밑에서 아무리 이런 저런 계획안을 가지고 용을 써봐야 사장이 꽥! 소리 한번 하면 말단은 찍! 소리 밖에는 낼 게 없습니다.
임원회의나 간부회의는 사실 말이 회의지, 그건 회의가 아니라 일방적인 보고와 깨짐, 지시 사항 전달이 주 업무입니다.
▲ "Me and My Village" by "Marc Chagall" .... 약간 비웃음? 어쨌든 미소 짓고 있는 소, 그리고 헐크같은 누구...눈이 멀었네요....그 뒤에 터덕 터덕 걸어 가는 농부 한 사람....이 대통령 집무실에 걸고 싶은 샤갈의 명화입니다. 어째 이리도 잘 그렸는지...
요새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이 바로 이 모양입니다.
국민들을 가르치려고만 합니다. 무슨 일을 추진하다가 이런 저런 곤란함을 겪으면 그 것은 국민들이 잘 못 이해해서 그런 겁니다. 방향을 잘 못 잡은 내 책임은 절대 아니고, 시장(市場)이 책임져야 할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도 저도 아니면 일하는 말단 너네들이 제대로 머슴 역할을 못 해서 그런 거라고 꽥! 소리 한번 지르면 땡! 입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협상……이건 협상이 아니라 그냥 드리고 온 것 같지만, 어쨌든) 에서 보여 준 절차상의 문제도 크지만, 그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잘 못 된 것을 잘 못 되었다고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너희들이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변명하는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실용이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것을 경제 회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이에 따른 부작용은 아예 무시하니 그 역작용이 너무나 커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 외교, 역시 실용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의 정서적인 측면, 최소한의 자존심 조차 무시하였기 때문에 오늘 이런 문제가 더욱 증폭되어 나옵니다.
이명박 정부는 "나는 무조건 옳고 잘 하고 있는데, 너희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식의 오만과 독선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신뢰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무리 콩으로 메주를 쑤었다고 해도 국민들은 그 메주로 기분 좋게 장을 담그지는 못 할 겁니다.
사실도 진실 여부를 떠나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그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어야 사실도 사실로 받아 들여 지는 법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변명을 만들지 마십시오. 자꾸 가르치려고 들지 좀 말고, 잘 못 된 것은 잘 못 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정직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대응방안을 만들면 저절로 설득이 될 것입니다. 대기업의 CEO 때처럼, "내가 하라고 한 대로만 하면 잘 되었을 텐데" 하면서 남의 탓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의 실책은, 그리고 문제점은……오만과 독선, 그리고 편견에 둘러 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c) 핑크벨
취임한지 고작 몇 달 만에 탄핵하라는 소리가 저리도 크게 들리는데, 이 소리를 그저 인터넷에서 어린아이들이 부화뇌동하는 것이라고 폄하하면서 배후에 좌빨이 있다는 등의 헛소리만 계속 한다면, 앞으로도 이 정부는 희망이 없을 겁니다.
어느 신문에서 말하기를, 이명박 정부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얻는다고 하다군요.
우리 국민들이 곱창을 즐겨 먹는 비헤이비어(그 양반, 식생활이라고 해도 될 것을 굳이 비헤이비어라고 하더군요. 워륀지가 몸에 배일 정도로 영어를 기차게 잘 하는 사람인가 봅니다.)가 잘 못 된 것이라는 등, 한우는 비싼 고기로 유도하고 미국에서 질 좋고 값 싼 쇠고기를 수입해 오니 그 얼마나 좋냐는 등, 민간에서 안 사 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 등, 또 그 노무현 탓을 하면서 설겆이 하는 중이라는 등(설겆이가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 일인데....당신 설겆이 안 해 봤지?).....끝이 없군요.
거 고 따위로 이야기하면서 어디 제대로 우매한 민중을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마리 앙트와네트가 다시 살아 돌아 온 느낌이 드는 건 저 혼자만일까요?
지금부터라도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부, 국민을 가르치는 정부가 아닌, 겸허하고 정직하게 국민을 위하는 정부, 국민에게 가르침을 받는 정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캐나다에 살면서 무슨 모국 소식에 이렇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냐고 역정 내시는 분들도 가끔 계시지만, 캐나다가 아니라 북극에 산다 해도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이고, 내 부모님과 형제가 살고 있는 땅이며, 나 역시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고향이기에 잘 못 된 일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음을 널리 이해바랍니다.
※ 이 글은 당연히!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의견이 다르다거나, 경험이 다른 분들이 당연히!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건 건설적인 의견을 환영합니다. 단지, 외국에 살면서 국내 문제에 참견하기 말라거나 혹은 반말조, 욕설 등으로 인신공격을 하는 등의 수준 낮은 댓글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까닭 없이 그런 글을 읽으면 불편합니다. ……간이 콩알만 해서 배 밖에 나올 일이 전혀 없는 한 소시민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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