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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본 한국은

▶◀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

 
▶◀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들의 마음 속에는 누구에게나 항상 모국이 마치 어머니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국을 생각할 때마다 누구는 설악산을 연상하기도 하고 또 누구는 경복궁을 연상하는 등, 사람마다 다 각자 다르겠지만, 그 마음 속에는 나름대로의 어떤 구체적인 형상이 자리잡게 마련입니다. 그 중 하나, 아니 누구에게나 잊혀지지 않는 것이 바로 남대문, , 숭례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워낙 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 숭례문을 잘 기억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단지 , , 남대문을 열어라하고 시작하는 동요를 알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동요로 이어 오던 남대문이 바로, 한국에서 성장한 어른인 저와 먼 이국에서 성장하는 아이들 사이에 그 아이들이 잘 모르는 모국의 이미지를 이어 주는, 하나의 끈 역할을 그나마 해 주었습니다.

 

어제 그제, 모국 뉴스에 생생하게 나오는 활활 타오르는 숭례문을 보면서 아이들도 저 못지않게 깜짝 놀랐습니다. 별로 기억에 남아 있지 않던 숭례문이지만, 노래에 나오던 바로 그 대문이 저렇게 허망하게 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놀라와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다음에 모국에 가면 꼭 우리의 역사, 궁궐들을 보여 줘야지 했던 마음에 갑자기 휑하니 찬 바람이 한 바탕 휩쓸고 가 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저 자신 서울에 살 때 남산 쪽을 쳐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숭례문 근처를 뱅뱅 돌아 가면서도 그다지 눈 여겨 보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조상이 남겨 준 보물을 바로 눈 앞에 두고서도 저 자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바로 오늘 이렇게 참담한 모습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어 죄책감이 듭니다.

 

숭례문을 지키지 못 한 책임을 둘러 싸고 노무현 때문이라는 등 이명박 때문이라는 등 서로 떠 넘기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하기는 저 자신 보탠 것도 잘 한 것도 없는데별로 할 말도 없고그냥 절로 한숨이 나올 뿐입니다.

 

가까이에 있는 역사적인 보물을 지키지 못 한 것은 누가 뭐래도 무관심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무관심하니까 정부에서도 문화재 보호에 관련된 절차나 규정집 하나 마련된 것이 없고 예산도 하나 없고 보험도 싸구려로 들어 놓았겠지요. 그래도 이건 정말 너무했습니다.

 

숭례문을 바쳤습니다.

 

이렇게 비싼 제물을 바쳤으니 이제부터라도 제발 네가 잘 못 했네아니네 자네가 잘 못 했네 소리는 나중에 좀 하시고우선은 가슴에 허망하게 구멍이 뚤려 버린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 주시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보이지 않고 서로 잘 났다고 싸우기만 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나 이제 다 누구 누구 때문이야 하는 정치인들 보니 세상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문화재 보호에 관련된 각종 규정이나 절차를 다시 한번 실질적으로 점검해 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일개 기업에서도 별 시시콜콜한 것까지도 일일이 규정집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하물며 오천년 대한민국의 문화재를 보호하는 절차가 아직까지도 억망인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이렇게 값비싼 비용을 치렀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못 볼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물어 봅니다. “이제 한국에 가면 저 대문 못 봐요?” 하고요. 뭐라 말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몇 년 후에는 아마도 복원이 되어 있겠지요. 그러나 그 옛날 그 위풍당당하게 서 있던 그 숭례문은 아닐 테니까요.

 

가끔 아이들이 부르던 동요, “, , 남대문을 열어라가 다시금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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