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에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주총회에서 이명박씨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도깨비 방망이를 쥐어 주고 마음대로 뚝딱! 거리라고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요 근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보자 하니 마치 도깨비 방망이라도 쥔 듯 합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인수위원장의 경력이 그래서인가요,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혁명정부입니까?
도대체 왜! 그렇잖아도 스트레스 쌓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권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도 스트레스를 가중시키시나요?
한반도 대운하고 뭐고 다른 것 다 젖혀 놓아도, 영어 문제에 관해서는 그 상상을 초월하는 대단한 식견에 정말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당신들이 뭐라 안 해도, 당신들이 굳이 공부해라, 공부해라 잔소리 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영어 중요한 줄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그 놈의 영어, 원수 같다고들 하겠습니까?
저 뿐만 아니라, 이미 다른 분들께서 상당히 많은 공감 가는 말씀들을 해 주셨기에 굳이 중복하여 제 잘 난 척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다른 이야기는 안 할 랍니다. 단지, 그래도 제가 조금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요 이야기만 짚고 넘어 가겠습니다.
인수위원장이 영어 문제를 적극 설명하면서, 기러기 아빠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더군요.
제가 잠시 고국을 떠나 멀리 영어권 나라로 이사와 살고 있기 때문에, 기러기 엄마, 아빠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기러기 아빠가 고작 영어 하나 때문에 그 고생을 하는 줄 아십니까? 물론 영어를 현지에서 습득하여 조금이라도 더 나은 위치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 일차적으로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것이 모든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피곤해 하고 있습니다. 한번 가면 오지 않는 귀중한 청소년기에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학원만 돌아 다니다 파김치 되어 귀가하는 아이들, 결국 대학시험을 보고 나면 그 동안 끼고 살았던 교과서와 참고서를 모두 던져 버리고, 살 맛 난다고 기뻐하는 우리들의 아이들, 정작 제대로 된 공부는 대학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입시 준비에 시달리던 고등학교 시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 하는 속마음을 헤아려 보셨습니까?
모두 다는 아니겠지만, 이 곳에 공부하러 온 아이들, 무척이나 좋아라 하는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인지라, 좋은 대학 가려면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오밤중까지 학원을 돌아 다니지 않아도 학교 공부만 충실하게만 해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덕분에 학과 공부 이외에 여러 가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집니다. 대신에 대학에 가서는 죽을 힘을 다해 공부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하고 꿈도 꾸면서 자신들이 이제서야 정상적으로 공부를 한다고들 합니다.
꿈을 찾아 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아빠들, 솔직히 가족들과 떨어 지고 싶지 않지만, 희생하고 싶지 않지만, 기러기를 한번쯤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기러기 아빠가 왜 무리를 해서 아이들을 보내고 참고 사는지, 인수위 여러분, 그 것이 단순히 영어 하나 때문이라고 아직도 생각합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치고, 그 기러기가 대체 얼마나 많이 번식했나요??? 그 것이 인수위원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짚어야 할 정도로, 그 기러기를 잡기 위하여 전 국민이 온갖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영어로 수업을 들어야 할 정도로, 그 정도로 종족 번식을 많이 했나요??? 그렇다면 전 여기 캐나다에서 다른 것 다 때려 치우고 기러기만 잡으러 다녀야 하겠군요. 저도 이제는 돈 좀 벌수 있겠네요.
기획 능력이 참으로 대단하신, 인수위원장과 그 외 여러분, 먼저 현실을 제대로 읽고 난 후 정책을 이야기 하십시오. 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영어가 아니라, 모든 것이 대학입시문제에서 발생하는 만큼 대학입시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할 대책을 하루 이틀이 아닌, 시간이 좀 걸려도 진지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 만사가 영어가 다는 아닙니다. 적어도 새 정권의 기본 방향을 세우는 인수위라면 영어든 뭐든 일단 국민의 속마음을 헤아려 가면서 정책을 세우건 말건 하셔야지요. 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니들이 게 맛을 알어?” 식으로 “아~무! 이유 없어! 무조건 따라와!” 식으로 밀어 붙이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배워 먹은 행패입니까! 참으로 오만 불손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중복될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 갑시다.
영어로 모든 수업을 진행하여 인수위가 원하는 대로 전 국민이 영어에 아주 달통해 졌다고 칩시다.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운 우리 말로 의사소통하며 감정과 역사를 함께 나누던 그 감성, 그 아름다운 순간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냥 검증되지도 않은 그저 막연히 “그럴 것이다…”하는 영어 실력과, 그렇잖아도 메말라 가는 우리 아이들의 그 소중한 감성을 서로 맞바꿔 버릴 것인가요? 그게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건가요?
지금은 잠시 멀리 이국 땅에 와 살고 있지만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고 언젠가는 돌아갈 모국이기에 저 역시 하고 싶은 말, 무척 많지만, 워낙 고집 세고 저 잘났다고 말도 안 되는 방안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려는 이 대책 없는 인수위의 사고방식에 질려서 소리칠 엄두 조차 나지 않습니다.
단지, 해마다 이리 저리 휘둘리는 우리들의 아이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때 아니게 영어 고문을 당해야 할 혀 굳고 머리 굳고 귀 막힌, 게다가 이제 기까지 막힐 우리들의 선생님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를 영어로 가르쳐야 할 선생님들이 제일 안타깝고 어이 없습니다.
전, 한 순간, 배삼룡 아저씨가 인수위원장을 맡으신 줄 알았습니다. (배삼룡 아저씨, 엉뚱한 곳에 비유하여 죄송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거두 절미하고 딱! 한 가지만 요구합시다.
이명박씨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유창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아름다운 영어, English로 취임사를 낭독하시기를 바랍니다.
지도자는 모름지기 국민 앞에서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시간 없다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일선 선생님들이 이년동안 죽어라 공부하여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할 수 있다면, 이명박씨 정도 되면 단 이틀이면 그까짓 연설문 하나 정도는 원고 없이도 술술 노래 불러야 정상입니다.
※ 2010년부터는 댓글도 영어로 달아야 할 지 모릅니다. 그 이전에 부지런히 아름다운 우리 말로 댓글 달아 놓으시기 바랍니다.
♨ 명색이 "캐나다 이야기"인데, 상황이 저를 캐나다 이야기만 하고 살지 못 하게 합니다. 이를 어쩐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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