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광우에 대한 내 주변 캐너디언들의 반응은
캐나다에서 13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쇠고기 문제로 고생하시는 모국에서는 이 뉴스가 단연 톱으로 오르고 많은 걱정을 하는데, 정작 캐나다에서는 이 문제가 한 나절 화제 거리로도 취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 참고 기사 : 13번째 광우병 발생 소식에 캐나다언론 '무덤덤' (연합뉴스)
▲ Globe & Mail지에 실린 관련 기사. 우리 나라 기사가 더 자세한 듯. 그나마 이 정도라도 보도한 신문은 G&M 정도 뿐.
※ 이 기사를 직접 확인하고 싶으신 분께서는, 여기를 클릭해 보시기 바랍니다.
캐나다 소니까 당연히 캐너디언 들 식탁에 오를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 촛불 하나 안 키고 왜 이리 무덤덤할까요?
캐너디언들은 자기네 소는 모두 수출하고 호주나 미국에서 수입해다 먹기 때문일까요?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건 좀 오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한우를 최고로 처 주듯이, 캐나다에서는 당연히 캐나다 산 쇠고기를 제일로 처 줍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뭐 하러 신선한 제 것을 놔 두고 수입 냉동육을 먹겠습니까?)
13번째 광우병 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오늘 제 주변의 캐너디언 친구들과 몇 마디 나누어 보았습니다.
얼마 전에도 촛불시위를 주제로 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 클릭! 내 주변 캐나다인들이 보는 한국의 촛불 시위
“Hey, you guys, BC(British Columbia)주에서 13번째로 광우병 걸린 소가 발견되었다는데 너네들은 아무 생각도 없냐?” 하고 아무 생각 없이 햄버거를 소가 여물 먹듯이 우물 거리며 먹던 녀석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 참고로 이 친구들 나이 40대이고 모두 제대로 된 대학 나온 친구들입니다. 또한 저 덕분에 대한민국을 다른 캐너디언들보다는 그래도 좀 더 알고 이해하는 친구들입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촛불 시위 장면을 보여 주면서 사전 교육도 시켰습니다.)
그들의 반응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1. “야, 그거 너한테서 처음 들었다. 넌 어째 그리도 잘 아냐?” 하면서 번갯불 같은 내 정보망을 신기해 하던 녀석 하나 (이 사람, 캐나다의 동아일보 같은 신문, Globe & Mail을 구독하는 녀석인데)
2. “알긴 아는데, 그게 뭐 어쨌다구?” 하면서 눈 크게 뜨던 친구 둘
3. “됐어, 신경 꺼, 햄버거나 먹자.” 하면서 한 입에 햄버거 반쪽을 넘기던 친구 셋
4. “냅둬, 지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 심드렁하던 친구 넷
5. 아무 말도 없이 햄버거만 먹던 친구 다섯
이렇게 5명뿐이었지만, 그 들 모두 100%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 물론 이 사람들이 모든 캐너디언들을 대표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해 마시옵소서. 그래서 지난 글에서처럼 “내 주변의 ……”로 제목을 붙이지 않았습니까?)
제가 전문적으로 설문 조사를 해 보지는 않았지만, 평소 캐나다인들 하는 꼬라지를 보면 이해가 갑니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일단 정치 문제(특히 국내 정치 문제)에는 벼~~얼로 관심이 없습니다.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정원에 어떤 꽃을 심을까, 이번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볼 것인가 등에 더 관심이 많죠. 사실 이런 건, 굳이 요순시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극히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리들 관심이 없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1. 우리와는 달리 이 곳은 (특히 대도시일수록) 이민자 사회입니다.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미치는 문제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정치 문제 보다는 일단 나와 내 가족이 잘 먹고 잘 사는 문제가 훨씬 더 급합니다.
2. 무관심해 보이지만 그렇게 무관심해도 상관 없는 것은, 어지간한 일이면 정부가 알아서 상식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고, 그냥 그렇게 상식적으로 흘러가는 정치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신뢰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적으로 정부가 하는 일이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아까 “냅둬, 지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 하던 친구처럼 그냥 내 버려 두어도 지들이 알아서 잘 들 하고, 또 그렇게들 믿고 있습니다.
상식적인 정부에 대한 신뢰감에서 비롯되는 무관심……이 거 우리 정부가 하는 것과 너무 비교가 됩니다.
정부가 알아서 상식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성실하고 투명하게 일을 처리해 간다면, 그 때문에 국민이 정치 문제에 거의 관심이 없어도 이 것이야 말로 정말 제대로 잘 하는 정치가 아닙니까? 굳이 요순시대를 들먹일 필요가 없어도 이른바 정치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엇이 올바른 정치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말로만 실용, 경제 운운하면 무엇 합니까? 국민들이 따라 주지 않는데.
국민들을 마치 국민학생 보듯이 하면서 무조건 나를 따르라 하는 식이 아니라, 스스로 따라 갈 마음이 우러나도록 상식적인 정책을, 상식적인 방법과 절차에 의거하여 상식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상식적인 대접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캐나다 정부는 사실 치명적일 수도 있는 광우병 소가 발견된 사실을 언론보다도 먼저 공식적으로 숨김 없이 발표합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 6월 23일자 캐나다 식품 검역청 홈페이지에 고시된 "BC주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음을 확인합니다."라는 고시문
※ 이 고시문을 직접 확인하고 싶으신 분께서는, 여기를 클릭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사람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순진해서 그러겠습니까?
그렇게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유는,
1. 나름대로의 검역 기준을 스스로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고,
2. 그 결과와 진행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제 때 발표하면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왔기 때문에, 나중에 있을 수도 있는 문제를 미리 조기에 하나 하나 해결해 온 덕분입니다.
광우병 소가 13마리씩이나 발견된 캐나다에서도 정부가 이렇게 신뢰를 받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잃어 버린 10년인지 마치 한 맺힌 처녀 귀신이 한 풀이 하듯이, 그리도 새벽부터 설치면서 허둥지둥 대다가 이 지경을 만들었는지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촛불 바비큐가 되어 가고 있어도 신뢰를 회복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인수위부터 다시 할 수도 없고 참………멀리 있어도 걱정됩니다.
그런데, 하나 따져 봅시다.
지금 이상하게 정부가 자꾸 쇠고기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는데, 사실 지금 시민들이 쇠고기 문제에 이렇게도 격앙하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인수위 그 이x숙씨 시절부터 요상하게 멀쩡한 세상을 멀쩡하지 않게 만들려고 하면서, 그 요상한 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국민들이 "그거 좀 이상한데? 아니지 않아?" 라고 하면 "니들이 게 맛을 알아?" 하면서 무슨 관광버스 늘어진 테이프마냥 무조건 "오해, 오~~예" 를 틀어 제끼던 바로 그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나요?
(좀 길죠....숨 좀 쉬고....)
아니, 적어도 우리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강부자씨와 내 아내가 좋아하는 고소영씨를 제 자리로 돌려는 줘야, 최소한 이 두 분의 팬클럽 회원들이라도 그 속상한 마음을 풀던지 말던지 하죠.
설마 우리 정부가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을 모르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광우병 소가 발견되니, 아직 그 문제의 소가 어느 농장에서 온 것인지도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아직 파악하지 못 했다는 사실조차도 바로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검역을 강화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조용히 실행해 나가니까 국민들이 그러려니 믿고 오히려 그런 일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실용주의는 이렇게 조용~~~히 상식적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신뢰 회복 없이는 쇠고기고 뭐고 하나도 제대로 풀릴 것이 없어 보입니다.
"너네들, 왜 나를 믿어 주지 않냐"고 따지고 윽박지르기 전에, "재네들이 왜 나를 이리 믿어 주지 않을까" 하고 겸손하게 먼저 거울 부터 볼 일입니다.
소신과 오기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좀 더 겸손하고 진실된 자세로 국민의 마음을 껴 안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땅에 떨어진 신뢰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초 하나 더 밝혀 보냅니다.
저와 의견을 달리하건 말건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다 건강하소서.
◀ 조촐하지만, 요 건 보내 드릴 곳이 따로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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