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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본 한국은

캐나다 의료보험 제도의 허와 실

◐ 캐나다 의료보험제도의 허와 실 ◑



요즈음 인터넷에서 한참 들끊고 있는 화두 중 이명박 당선자의 국민의료보험의 민영화방안이 눈에 들어 옵니다.

 

여러 가지 갑론을박이 많은 가운데 주로 건강보험제도가 폐지되거나 대체, 민영 의료보험이 확대될 경우, 원하는 대로 일부 의료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 질지는 모르나 그 것은 말 그대로 극히 일부에 그칠 것이고,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병원 문턱이 그 만큼 높아 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물론 저 역시 이 점이 걱정이 됩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서민 생활에 큰 부담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면 그런 정책은 당연히 재고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이견도 물론 있겠지만, 필자가 사는 곳의 바로 옆 동네인 미국의 경우를 볼 때 병원 가기가 겁이 난다는 이야기가 아주 많이 들립니다. 많은 이들이 캐나다가 시골이네 뭐네 하면서도 정작 의료보험 문제가 화제에 오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캐나다의 의료보험제도를 부러워들 한다는 것이지요.

 

다음이나 네이버 등의 포탈 사이트 뉴스 등을 보니 모국에서도 이 캐나다의 의료보험제도를 본보기로 보자는 의견들이 눈에 띄는데 어느 정도는 맞고 또 어떤 부분은 이 곳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부분도 있는 듯 합니다. 하여, 캐나다에 살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그 동안 직접 경험했던 캐나다의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하여 두서 없지만 필자의 경험담과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캐나다의 의료보험시스템은 필자가 사는 곳이 토론토, 온타리오주이므로 온타리오주의 의료보험인 OHIP(Ontario Health Insurance Plan)에 국한된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OHIP(Ontario Health Insurance Plan) 카드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캐나다의 의료보험시스템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전액 무료!라는 것입니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의료보험카드를 발급받으신 분이 처음 병원에 갔을 때 당황하시는 것은 바로 병원 어디서도 일반적으로는 수납창구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 아, 물론 종합병원 같은 경우 어떤 경우 가끔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납창구가 있는 곳도 있긴 합니다.)

 

모국에서처럼 감기 걸려 주사 한 방 맞고 몇 천원 내고 다니던 경험만 있다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닐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암에 걸려 패가망신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들리면 상황이 전혀 달라집니다.

 

저는 바로 이 "전액 무료!"라는 혜택을 톡톡히 보는, 사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했습니다.


제 아내는 이 곳에 와서 병원 신세를 조금 많이 졌습니다. 한번의 출산과 그리고 아이들이 아팠던 경우, 아내 본인이 아팠던 경우 등등인데 한번은 거의 죽음 직전에 갔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경우에 저는 단 한 푼도 낸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의료보험카드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소한 감기나 예방접종부터 출산,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대수술 역시 전액 무료였습니다.

 

아내가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 후 집에서 거의 6개월을 넘게 요양을 하였는데, 그 동안 정부에서 집으로 간호사를 보내 주었고 이에 따른 모든 후속 처치와 방문 간호 비용 역시 무료였습니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무료는 아닙니다. 평소에 내는 세금으로 처리한 것이지요. 그런데 중요한 점은, 내가 형편이 안 좋아 100원 밖에 세금을 낼 형편이었다 하더라도  긴급 상황시 100원어치만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 동안 저보다 세금을 많이 내 준 온타리오주의 다른 분들에게 그 만큼 신세를 진 셈입니다.

 

이렇게 좋아 보이는 캐나다의 의료보험제도에도 많은 허점이 있다고들 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허점이 있고 그 어느 단점이 있다 해도, 아무리 돈 한 푼 없는 거지일지라도 병원 무서워서 못 가는 경우가 없다는 점, 이 점 하나 만으로도 저는 긴급시의 병원비 걱정은 조금은 덜고 그나마 마음 편하게 즐기며 살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병은 아파 본 사람만이 알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사회보장제도를 잘 운용해 주는 국가 시스템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 이제 실컷 칭찬을 했으니 단점도 하나 둘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거의 모든 것 치과 진료나 미용 목적의 진료, 항생제 같은 약 처방 등은 의료보험에서 제외 - 을 세금으로 전액 커버하는 캐나다의 의료보험제도 때문에 평소에 건강한 사람들은 그 만큼 손해입니다. 너무 역설적인가요? 그런데, 이런 것이 바로 보험의 속성 아니겠습니까?

  

캐나다는 세금을 많이 걷는 나라로 또 유명합니다. 그런데 세금 많이 걷는 것은 캐나다뿐만이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정부 당국자가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얼마를 걷건 제대로만 쓴다면 그 만큼 조세저항이 적겠지요.

 

캐나다의 의료보험제도 운용에서 보듯이 다른 것은 몰라도 의료비에 들어가는 세금 가지고 시비 거는 경우는 아직 별로 못 본 것 같습니다. (사실은 현실적으로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거의 전적으로 의료보험 재정을 부담하게 마련인데 그 들도 불평을 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이니까요. 그래서 저 역시 돈 많이 벌고 그 만큼 세금 많이 내는 분들께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다고 세금을 무한정 많이 걷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인지 한국에 비하면 병원이 좀 낙후되어 보입니다. 언론에서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매년 난리구요.

 

실제로, 종합 병원에 가 보면 진료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립니다. 심지어는 암 환자가 수술 차례를 기다리다 저 세상으로 가 버리는 어이 없는 일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열 받으면 돈 있는 사람들은 국경 넘어 미국 병원으로 가 버리지요. 거기는 돈만 내면 바로 해 주니까요.

 

그런데, 이 것도 잘 따져 볼 일입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것은 분명 잘 못된 케이스인데, 병원에 가 보면 안 아픈 사람이 없지요. 여기는 먼저 접수했다고 먼저 해 주지 않더군요. 초진을 해 보고 병이 심한 정도에 따라 부릅니다. 내 진료가 늦어진다면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이 내 앞에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그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나 역시 아파서 병원에 왔기 때문에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자면 정말 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못 참을 정도로 힘들다면, 주저 하지 말고 911을 부르는 것이 상책입니다. 911 서비스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지만, 어쨌든 유료입니다.)

 

이 문제는 모든 것을 세금으로 처리하다 보니 병원 시설과 의사 수가 아무래도 부족해 질 수 밖에 없는 탓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캐나다에서도 일부 의료보험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의견에 대하여 찬성 의견도 많지만, 대다수가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의 재력으로 충분하게 사설의료보험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제도적으로 권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도 역시 그런 사설의료보험을 이용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사설의료보험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한국에서의 논리와는 조금 다른 점은, 모든 의료 행위를 세금으로 처리하다 보니 난 돈이 있는데, 내 돈을 내서라도 더 빨리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은데 내가 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가 하는 사람들의 요구 역시 합리적으로 들어 줘야 하겠다는 것이지, 단순히 의료서비스의 질적 개선이라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형편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선택하여 받을 수 있고 비록 돈이 없다 해서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자는 것이 1964년 이래 현재까지 캐나다의료보험서비스에서 추진해 온 전국민 무료 의료서비스의 핵심적인 화두이고, 이 시스템의 중심 철학은 돈 없어 병원에 못 가고 지킬 수도 있었던 건강을 지키지 못 하는 억울함을 눈 뜨고 못 본다는 것입니다.

 

병원 시설도 한국의 호화 병원과 비교하자면 형편없습니다. 그런데, 그렇다 해서 못 고치는 병도 사실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겉 보기나 일부 시설이 형편 없어 보이긴 하지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장비와 시설은 제대로 갖추고 있고 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돈이 없건 많건 간에 누구나가 모두 평등하게 의료보장을 받게 한다는 이 시스템은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정직하게 집행하며 정직하게 관리한다면 어느 나라에서나 가능할 수 있는 제도인데 새 정부 관계자도 설 익은 정책을 쫓기듯이 내세우지 말고 그 허와 실을 잘 따져 집행했으면 좋겠습니다. (※ 캐나다에 살고 있자니, 해마다 여름이면 공무원들 참 잘도 오시던데 도대체 뭘 보고 가시는지, 나이아가라만 보고 가시지 말고 좋은 점이 있다면 좀 써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인터넷이나 대학생에게 출장 보고서 미리 베껴 써 달라고 하지 좀 말고요.)

 

최소한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화상 환자가 미용 목적의 수술이라고 하여 수술도 못 받고 암에 걸려 패가 망신하는 경우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보험이 제대로 집행되어야 보험료를 내는 기분이 나지요. 감기약 처방에 돈 만원 넘게 내도 암 치료는 몇 천원 정도에 해 줘야 제대로 된 보험이 아니겠습니까.

 

이상, 캐나다에서 모국 뉴스를 보다가 두서 없는 의견을 드렸습니다. (※저는 캐나다가 천국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니까, 건강한 토론 이외 아무 의미 없는 악플 - 근거 없는 욕설이나 반말투의 핀잔 등 - 은 삼가해 주시기를 정중히 부탁 드립니다.)

 

부자가 서민들을 위해야 그 사회가 제대로 돌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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