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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영문 뉴스

레고 우주인을 우주로 보낸 토론토 고교생 이야기

17살, 우리나라로 치면 고3인 12학년 고등학생 두 소년이 ‘우주선’을 개발해 ‘우주인’을 ‘우주’로 내 보내는 데 성공해 화제입니다….라고 하면 믿어지지 않겠죠?

제 말은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사실입니다. 여기서 말한 ‘우주선’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박스이고 ‘우주인’이란 레고 인형입니다. 우주로까지 간 것은 아니고 에레베스트 산 높이의 약 3배인 24킬로미터 상공, 그러니까 성층권 가운데까지 올라 갔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사람들은 바로 이제 17살 밖에 안 된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고등학생들입니다. 

1월 24일(수) 토론토스타(Toronto Star)지가 특종 보도한 기사를 바탕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꿈을 안겨줄 수도 있는 이 이야기를 가능한 원문 내용을 그대로 번역해 전하고자 합니다. 

신문 기사가 궁금하면 아래 기사 타이틀을 클릭하세요. (평소에는 상세한 영어 공부도 곁들였지만 이번에는 생략합니다.) 이들이 찍은 동영상도 함께 나올 겁니다. 기사 내 ‘Photos’ 부분을 클릭하면 레고 우주인 배경으로 성층권의 지구 모습을 찍은 사진들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캐나다 국기가 우주에 펄럭이던 날...17세 토론토 고교생, 레고 우주인 24킬로미터 상공 성층권에 올리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매튜 호(Mathew Ho)군과 아사드 무하마드(Asad Muhammad) 군은 당연히 아직 투표권도 없고 맥주도 살 수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이 아이들은 지금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입학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 대학에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17세에 불과한 이 소년들은 이미 (레고이긴 하지만) 우주인을 우주에 보낸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2주 전에 호와 무하마드는 직접 제작한 소형 기구에 카메라 4대를 설치한 후 여기에 레고로 만든 ‘우주인’을 태워 성층권 한 복판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뉴마켓(New Market, 새로 만든 시장이라는 뜻이 아니고 토론토 북쪽에 있는 도시 이름입니다.)의 한 축구장을 떠난 이 기구는 해발 약 24킬로미터까지 올라가 97분 머물다가 다시 착륙했습니다. 24킬로미터는 일반적인 상용항공기 비행고도의 약 3배 정도가 되는 높이죠. 

두 소년은 기구에 설치한 4대의 카메라로 둥근 지구를 배경으로 캐나다 국기를 손에 쥔 2인치에 불과한 꼬마 레고 우주인이 우주 유영을 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실험에 들어간 비용은 400달러. 두 소년은 넉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준비해 왔습니다. 학교 과제물도 아니었죠. 단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실험 성공 후 호 군은 정말 해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면서 기뻐했습니다.

토론토 대학의 천체물리학자 마이클 리드 박사는 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도 이런 비슷한 실험을 하곤 했지만 17살 짜리가 특수 장비도 없이 이런 실험을 스스로 해 냈다는 것이 정말 대견하다고 극찬했습니다.

호 군은 2년전에 MIT 학생들이 같은 실험을 해 성공한 영상을 유투브에서 본 후 비슷한 실험을 나도 한번 해 보자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註: 이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MIT 실험은 2009년 9월 2일에 ‘프로젝트 이카러스(Project Icarus)’라는 것으로 당시 MIT 학생들이 기구에 카메라를 달아 우주로 내 보낸 것입니다. 이 MIT 학생들은 약 29.9 킬로미터 상공까지 기구를 올려 성층권 한복판에서 지구의 모습을 찍는데 성공했었습니다. 당시 이 사실이 신문마다 대서특필됐었죠. 관련 자료는 http://space.1337arts.com/ 참조.)



두 고교생들이 레고 우주인을 성층권에 올려 찍은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

현재 Agincourt C.I.(이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이름입니다.) 12학년에 재학중인 호 군은 기업가가 꿈이기 때문에 퀸스 대학교(Queen’s Univ.)과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비즈니스 학과에 지원했습니다. 무하마드 군도 호 군과 동급생입니다. 이 아이는 원래부터 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아했답니다. 장래 희망도 항공기 기술자입니다. 그래서 토론토대학교(U of T)와 센테니얼대(Centennial College) 공대에 지원했다네요.

이 둘은 중학 시절에 만났답니다. 당시 무하마드는 파키스탄에서 이민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영어도 거의 못 했었다고 하네요. 다른 동급생들은 그를 무시했지만 호 군은 무하마드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두 친구는 작년 9월부터 의기투합해서 스카보로(Scarborough, 토론토 동부 지역입니다.)에 있는 호 군의 집에서 토요일마다 만나 계획을 짜고 장비를 하나 하나 만들어 나갔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우주로 카메라를 단 레고를 보내겠다고 할 때마다 그걸 지켜 본 사람들은 그저 “Okayyyy…”라고 말을 흐리며 어이없어 했을 뿐입니다. (註: 단순히 글로만 쓰니 그 느낌이 잘 전달이 안 될 것 같은데 이 “Okayyyy….”라는 말은 무엇인가 참 어이없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좀 애매한 상황일 때 저절로 입 밖으로 나오는 그런 어감이 있습니다. 어감을 느끼시려면 ‘kay’에 액센트를 두고 뒷 말을 길게 끌어 보세요. 우리 집 딸네미도 제가 엉뚱한 소리를 할 때마다 이 말을 쓰곤 합니다.)

학생으로서 비용은 좀 문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그동안 적립해 놓았던 포인트를 써서 eBay 등 온라인 매장에서 20초마다 연속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캐논 카메라를 구입해 초경량 스티로폼 박스에 장치했습니다. 가장 힘든 작업은 기구(balloon)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바느질에 서툴렀던 호 군은 기구를 만들면서 바늘만 4개를 부러뜨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무하마드 어머니가 재봉틀에 앉아 도와주셨는데 이렇게 해서 찢어지지 않는 실험용 나일론 기구를 드디어 완성한 이들은 40층 콘도미니엄 옥상에서 날려보내는 실험을 주민들의 환호성을 받으면서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이후 이들은 85달러를 주고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는 진짜 기구를 사고 여기에 160달러를 또 주고 헬륨 가스를 주입했습니다. 광각 비디오 카메라는 호 군의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했구요.

여기에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은 GPS 앱을 설치한 휴대전화를 넣은 후 레고로 만든 우주인을 강력 접착제로 우주선 격인 스티로폼 박스에 단단히 고정시켰고 레고 우주인 손에는 빳빳한 캐나다 국기를 쥐어 주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이렇게 ‘사제 우주선’을 하늘 높이 날리는 것이 혹시나 비행기 운항에 방해라도 되지는 않는지, 그리고 또 위법인지 아닌지 여부도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출발지의 좌표를 입력한 후 날씨나 바람에 따라 예상 착륙지점을 환산해 주는 웹사이트도 찾았답니다. (참 궁금한데 이 웹사이트가 대체 어딜까요??? 아시는 분….) 이 웹사이트에 따르면 당초 예상 착륙지는 뉴욕주 로체스터(Rochester) 근방이었기 때문에 미국국토방위청과의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생겼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신경이 곤두 서 있는 미국 영공으로 넘어가 레고를 잡겠다고 전투기라도 띄우면…….) 

그러나 2주전 토요일 아침에 이 웹사이트에서 다시 확인해 본 결과 지금 당장 띄우면 그 날 오후 2시 반 경에 피터보로(Peterborough, 토론토 북동쪽 방향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근방 지점으로 착륙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와 그 날 바로 뉴마켓에서 이 실험을 결행하게 된 것입니다. 

뉴마켓 축구장을 떠난 이 기구 우주선은 7킬로미터 상공을 벗어나면서 휴대전화 불통 지역을 넘어 올라가는 바람에 더 이상 GPS 앱으로 기구 궤적을 추적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집에 와 밥도 먹고 다른 일도 하면서 혹시나 하고 신호가 다시 잡히지나 않을까 기다렸죠. 결국 이날 오후 4시 12분 경에 호 군의 iPad에 레고 우주인이 다시 지구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가 잡혔습니다. 몇 분 후 이 레고 우주인은 출발지에서 122킬로미터 떨어진 피터보로 근방의 라이스 레이크(Rice Lake, 호수가 얕아 야생벼가 자생한 지역이라고 해서 ‘쌀 호수’입니다. 옛날에는 원주민들이 이 야생쌀을 채취해 생활했었다네요. 여름에 놀러가면 좋~~은 곳. 하여튼…) 근처 덤불 숲으로 안착(touch down!!!)했습니다. 

계산 결과, 이 스티로폼 우주선은 1시간 5분 동안 8만 피트 상공까지 올라 갔으며 기구가 터진 후 레고 우주인은 32분 동안 다시 지구로 귀환했다는 것이 판명됐습니다. 이 우주 비행에서 이들이 얻은 것은 에레베스트 산 높이보다 3배나 높이 올라간 우주선에서 찍은 2개의 동영상과 1500장의 사진입니다. (◀ 요기까지가 토론토스타에 실린 기사 내용 요약입니다. 토론토 독자분들께 말씀드리자면 제가 쓴 이 글은 토론토에서 발행되는 동포 대상 주간 신문에도 수록됐습니다. 아실 분은 아실겁니다. 이번 주 금요일인 1월 27일에 나옵니다.)

그러나 그 사진과 동영상에 못지 않게 이 아이들이 얻은 귀한 선물은 누구도 그 나이에 감히 생각도 하지 못 했을 엉뚱해 보이기도 한 아이디어를 자신들의 힘과 생각으로 실천에 옮겨 성공시켰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일 것입니다. 이 학생들이 그 뿌듯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평생 간직하고 더 큰 희망으로 승화시켜 나가길 바랍니다.

(후속담 from the 'Toronto Star') 토론토 스타지 특종 보도가 나간 후 아침부터 이 학교에 취재진들이 몰려갔답니다. 무하마드 군은 아침에 학교에 가자 마자 교장선생님이 불러 혼나는 줄 알고 갔는데 그게 아니라 기자회견에 대비하라고 말해서 안심했다고 하네요. 이 학생들은 아침에 2시간 수학 시험을 본 후 수 많은 기자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차분한 태도로 “실험 자체를 즐기고, 이 실험에서 자신들이 안 것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22년간 교직생활을 했다는 무하마드 군의 지학 & 우주과학 선생님은 이런 학생은 처음 봤다면서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호기심을 가지고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는 태도”라고 칭찬했습니다. 수학 시험도 잘 봤다고 하는데 어쨌든 이 학생들의 다음 프로젝트는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이라는 말로 후일담 기사는 끝납니다.

(이어지는 후속담 #2 ... 1월 26일 ... 역시 또 from the 'Toronto Star') 
이 아이들의 대견한 모험담이 토론토 스타 등 각 언론에 의해 전해진 후 이 학교 교장 선생님 왈, "아침부터 하루 내내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으로) 폭격을 받는 듯 했는데, 이제 내가 교장이 아니라 스타가 된 이 학생들의 매니져가 된 것 같다"면서 뿌듯해 했습니다. 

이 학생들이 레고 우주인을 성층권으로 띄어 올리는 데 사용한 주요 장비들을 만든 캐논 등 제조사들도 신이 났습니다. 이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공짜 홍보 효과를 얻었으니 이거야 말로 횡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캐논은 아이들에게 최신형 카메라를 보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덕을 본 회사는 바로 '레고'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아마 레고 팬들이 많겠죠? 레고사는 학생들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냈지만 지금쯤 아마도 어떻게 이 기회를 살릴까....임직원들 머리를 레고 맞추듯이 모으고 있을 겁니다.

지금 이 학생들은 융단 폭격처럼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 외에도 대학에서의 강연 요청, 대학 천문 물리학과에서 보낸 학교 투어 초대(이건 아마도 이 아이들이 12학년임을 고려해 자기네 학교로 오라고 꼬시기 위한...) 등이 쇄도하는데 더욱 다행인 것은 아이들에게 재정적인 도움이나 장학금 등을 주겠다고 스스로 나서는 후원자들이 줄서고 있다는 겁니다. 어떤 영재교육 선생님 부부는 이 아이들이 쓴 연구개발비 400달러를 전액 내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학생들은 이 400달러 후원금을 사양하고 대신에 토론토 메이플립스 (Toronto Maple Leafs,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토론토 팀) 경기를 보기로 했다네요.

26일 성층권을 다녀 온 이 레고 우주인은 제일 먼저 이 사실을 보도했던 '토론토 스타'지 사옥(혹시 토론토에 한번이라도 오셨던 분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긴 단일도로라는 Yonge Street를 아시겠지만, 토론토 스타 사옥(헤드오피스)은 바로 그 Yonge Street 1번지에 있습니다.) 보도국을 방문해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요즘 한국의 우리 아이들….참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매일같이 아이들을 걱정하는 기사가 넘치고 있는 걸 저도 여기서 인터넷 신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지금 어른들도 그 때는 공부에 지쳤었고 고민도 많았답니다. 어쨌든 당장은 진학도 해야 하고 진학을 하지 않아도 취업이나 또 다른 고민에 이런 일화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겠죠…..그러나 세상사에 대한 호기심은 청소년기에 가장 큰 선물입니다. 단지 입시같은 주변의 사정이 그 호기심을 제대로 지원해 주지 못 하고 있어 안타깝긴 한데 나중에라도 호기심 자체는 버리지 마시고 꼭 간직했다가 언젠가는 무엇인가 해 보면 좋겠습니다. 

호기심, 스스로 해 보기, 성취감, 자신감….이런 말들이 17살 고등학생 매튜 호(Mathew Ho)와 아사드 무하마드(Asad Muhammad)가 또래 청소년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아이들은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They just thought it would be cool.) 이 프로젝트를 했다고 하지만 그 과정은 상당히 치밀했고 스스로의 힘으로 주말 시간에 꾸준히 했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성원을 보내주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겁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드리는 말입니다.


파랑새 가족의 캐나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