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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영문 뉴스

박찬호 선수의 별명 ‘chopper’는 무슨 뜻?

박찬호 선수의 별명 ‘chopper’는 무슨 뜻?

 

chopper’

위기 상황을 잘라 준명 구원 투수라는 의미

 

 

21년만에 고향 야구장을 찾은 박찬호 선수에 대한 기대가 대단합니다.

 

1 6일 한화 이글스 구장에서는 박찬호 선수를 비롯한 이글스 선수들이 신년 첫 훈련이 있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박찬호 선수가 후배들이 자신을 너무 선배 대접을 해 오히려 불편하다며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부터 붙은 자신의 별명인 ‘chopper’로 불러달라고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언론이 내 놓은 기사(박찬호, 후배들에게 불러달라는 "chopper" 뜻은?)에서는 박선수의 별명인 ‘chopper’가 무슨 뜻인지 풀이하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엉뚱한 해석을 내 놓았습니다. ‘chopper’나무꾼’, ‘개찰원이라고 하라면서 "승리 티켓을 잘 끊는다고 해서 '개찰원'쯤 될 법하다"고 한 것이죠.

 

이건 해당 기자가 상당히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의성어가 가장 잘 발달한 언어는 바로 우리나라 말, 한국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영어 역시 의성어 또는 소리를 흉내내 거기에서 파생된 단어가 제법 됩니다.

 

‘chopper’ 역시 이런 식으로 나온 단어입니다.

 

‘chop’ 이 말을 소리내러 여러번 반복해 말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 ‘!’ 이렇게요.

 

이 소리는 나무꾼들이 나무를 도끼로 탁! ! 쳐서 쓰러뜨릴 때 또는 나무를 도끼로 자를 때 나는 소리입니다. 우리 귀에는 탁! !으로 들리지만 아마도 그 친구들 귀에는 찹! ! 등으로 들렸나 봅니다

 

그래서 ‘chop’은 도끼 등의 도구로 쳐서 자르고…, 잘게 자르고…, 요리를 할 때 잘게 도마질한다는 동작 등을 말할 때 쓰이는 말입니다. 경제 용어로 따지자면 가격을 확 잘라(chop) 대폭 할인한다는 말로도 쓰입니다. 테니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chop stroke’를 아실 겁니다. 공을 짧고 날카롭게 쳐 내는 것이죠. 재계, 회계, 정치 쪽에서 쓰이면 (예산이나 비용 등을) 확 깍아내리는 말입니다. 이 말이 명사로 쓰였다면 절단, 삭감, 잘라낸 부분 등등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한 마디로 ‘chop’이란 ! 잘라내고 토막친다는 뜻이죠.

 

그러면 ‘chopper’란 그렇게 무엇인가를 잘라내는 사람” 또는 "그런 (도끼같은) 도구"라는 뜻이겠네요.

 

이 말이 왜 박찬호 선수의 별명이 되었을까요?

 

박찬호 선수는 기복이 심한 편이었지만 어쨌든 북미 프로야구에서 대단한 명성을 날렸던 투수입니다. 그는 항상 메인투수로 등판하기를 원했지만 때로는 구원투수로도 활약을 했었습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있을 때가 바로 그런 시기였죠. 2009년 팀 동료였던 지미 롤린스(Jimmy Rollins)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찬호의 구위에 감탄하면서 “1998년의 박찬호처럼 보였으며 이제 그의 공 끝이 살아 움직이고 폭발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극찬했는데 이 때부터 박찬호를 ‘chopper’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박찬호의 별명 ‘chopper’는 오역한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승리 티켓을 잘 끊는다고 해서 '개찰원'쯤으로 부른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을 찹! ! 소리를 내가며 톡! ! 잘 끊어 준다고 해서 붙인 별명입니다. 한 마디로 구원투수로서 정말 위기 상황구원해 준 사람이라는 뜻이죠. 이걸 줄여서 ‘chop’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래서 박 선수가 한화 이글스 후배들에게 자신을 ‘chop’ 또는 ‘chopper’라고 불러달라고 한 것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솔직히 구원투수보다는 선발투수로 뛰고 싶었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위기에 빠진 팀을 위기 상황을 끊고 잘라내면서 구해 냈고 그 공로를 동료 선수들이 극찬해 줬으니 얼마나 힘이 났겠습니까? 그래서 박 선수는 이후 ‘chopper’라는 별명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글러브에 새겨 넣었다고 하네요.

 

이 밖에도 ‘chopper’에는 또 엉뚱한 뜻이 있습니다.

 

역시 소리에서 비롯된 것인데, 헬리콥터를 군대식 속어로 ‘chopper’라고 합니다. 헬리콥터 회전날개(rotor)가 도는 소리를 들으면 ‘chop’, ‘chop’ 소리같이 들리죠. 그래서 헬리콥터를 ‘chop’ 소리를 내는 놈이라 해서 ‘chopper’라고 합니다. 일부 시끄러운 바이커들이 타고 다니는 소음기를 제거한 오토바이(bike, motorcycle)‘chopper’라고 한다네요. 그 뿐만이 아니라 기관총도 ‘chopp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기관총은 소리도 소리지만 소총과는 달리 마구 후두룩 총탄을 갈기면서 적진을 초토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식으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다소 엉뚱한 해석을 내 놓은 기사의 댓글에 보면 ‘chopper’의 뜻을 가지고 여러가지로 유추해석들을 내 놓고 있던데, "승리 티켓을 잘 끊는다고 해서 '개찰원'"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기자처럼 "박찬호 선수의 공이 제트기처럼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헬리콥터가 나는 것처럼) 변화무쌍하니까 그렇게 불렀을 것"이라면서 "‘chopper’헬리콥터라는 것도 모르고 기사를 썼냐"고 그 기자를 혼내는 분도 계시더군요. 흠... 그건 아닌데... 그 분 역시 단어의 어감을 모르시고 단순히 영어 사전에만 의존해 나름대로 통밥을 굴린 것 같습니다. 상상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만, 뭐 어쨌든, 좋습니다. 영어 단어나 숙어 공부는 좀 틀려도 이렇게 통밥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조금 더 살펴보면 더욱 좋겠죠.

 

그러고 보니 위 기자는 엉뚱한 해석은 했지만 결국 승리 티켓을 잘 끊는다는 통밥은 잘 굴렸군요. 영어는 이렇게 통밥도 잘 굴려야 합니다. ‘사과’ = ‘an apple’처럼 수학 공식과 같이 딱 들어맞는 단어도 많지만 서로 다른 언어 사이에는 서로 다른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그 단어가 어떤 문장에서 어떤 맥락으로 쓰였나를 유추 해석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유추 해석한 것이 전체적인 문맥에서 어울리지 않거나 자기 자신이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싶을 때는 혹시 다른 뜻이 더 있지 않을까...라고 다시 퇴고해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기자가 이 글을 읽으시면 기분이 좀 언짢으시겠지만, 기사 제목을 "박찬호, 후배들에게 불러달라는 'chopper' 뜻은?"이라고까지 붙여 내가 너희 좀 모르는 독자들에게 'chopper'란 무엇인지 알려주마...라고 했다면, 기사를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송고하기 전에 내 추측에 혹시 틀린 점이 없나 
다시 한번 되짚어 봤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 당장 익혀둡시다>

 

‘chop’ = 도끼 등의 도구로 쳐서 자르고…, 잘게 자르고…, 요리를 할 때 잘게 도마질한다는 동작 등을 말할 때 쓰이는 말. 경제 용어로 따지자면 가격을 확 잘라(chop) 대폭 할인한다는 말로도 쓰이고 재계, 회계, 정치 쪽에서 쓰이면 (예산이나 비용 등을) 확 깍아내리는 말입니다. 'Price Chopper'라는 대형 식품점도 있습니다. 어디서고 견질 수 없는 지상 최저 가격을 보장한다....이게 그 식품점의 모토입니다. 테니스에서의 ‘chop stroke’은 공을 짧고 날카롭게 쳐 내는 것. 한 마디로 ‘chop’이란 ! 잘라낸다는 뜻. 명사로 쓰였다면 절단’, ‘삭감’, ‘잘라낸 부분등등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어쨌든, ! 잘라내는 소리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어감을 몸으로 익히면 나중에 어떤 문장에서 이런 말이 나오더라도 쉽게 유추해석할 수 있습니다.

 

‘chopper’ = 박찬호 선수의 별명으로 쓰였다면 그건 ‘(위기상황을 잘 잘라내 주는) 명 구원투수라는 의미. ‘나뭇꾼이라는 뜻도 가능하지만 인용한 기사에서 해석한 개찰원이란 뜻은 금시초문. 제가 알기로 '개찰원'은 영어로 'ticket inspector'나 clipper, conductor, ticket agent, examiner ... 등등이 생각나지만 chopper가 개찰원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말 처음 듣는 말입니다. 아마도 그 기자가 clipper와 chopper를 헛갈렸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chopper는 헬리콥터나 시끌법적하게 개조한 모터사이클(오토바이) 등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입니다. 어쨌든 원 뜻은 (도끼 등으로) 무엇인가를 자르는 사람 또는 그런 도구를 말하니 이 말이 들어간 문맥에 따라 적절히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보니 한국에서는 잘 모르던 영어를 매일같이 새록 새록 배우고 있습니다. 직업도 영자신문을 자주 볼 수 밖에 없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한국의 해외 뉴스 취재(가 아니라 사실은 번역) 기자들이 자꾸 이상한 번역을 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저 자신 가끔씩 영자 신문을 번역해 블로그에 올리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자주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들을 위해 일부 가르치는 투로 글을 올렸으니 제까짓 것이 뭘 안다고 이렇게 글을 쓰냐고 나무라지 마시길 바랍니다.

 


파랑새 가족의 캐나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