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겨울, 눈의 추억 ♡
한국은 이제 완전히 봄이지요? 좋겠습니다.
저희 가족이 살고 있는 여기 캐나다 토론토는 아직은 쌀쌀합니다. 어쨌든 새 계절은 어김 없이 다시 찾아 와 봄비가 가끔 내려 준 덕분에 거리 마다 집집 마다 높이 쌓여 있던 도대체 언제 녹을 수 있을까 싶던 눈 언덕들이 많이 녹긴 하였지만 그래도 아직 조금은 남아 있답니다.
모국에서는 캐나다의 겨울은 너무 너무나 추워서 사람 살 곳이 안 된다고 여기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워낙 넓은 나라라서 지역마다 차이가 납니다만 제가 느끼기에는 그냥 그런대로 견딜 만 합니다.
토론토의 이번 겨울은 요 몇 년 사이에서도 그 중 눈이 많이 왔던 겨울이었습니다. 덕분에 눈 구경 실컷 하고, 눈 치우다가 허리 아프고 팔 아프고 하여 이 놈의 눈하고 전쟁을 하다니 하면서 눈 치우는 기계(Snow blower)를 사지 않은 것을 이번 겨울만큼 후회한 적이 없었답니다. (사실은 매년 겨울마다 후회하지만 봄이 되면 안 사길 잘 했다 싶습니다.)
얼마나 많이 왔었는지 한번 확인해 보실까요?
▲ 눈이 참 많이 왔던 어느 날(2008-03-09), 저희 동네 아침 풍경입니다.
단 하룻밤 만에 쌓인 눈입니다. 이미 눈차가 한번 지나갔지만, 그래도 한번에 다 못 치웠습니다. 어떤 사람은 차고에서 차를 빼지 못 하여 출근도 못 하고 있답니다.
▲ 눈 치우다가 환장할 지경입니다. 더 이상 쌓을 공간도 없습니다.
▲ 그 날 제가 쌓아 올린 눈 언덕입니다. 비교하기 위하여 눈삽을 기대 놓았습니다. 거의 제 키 정도 쌓았죠. 이를 악 물고서 말입니다.
▲ 설마 우리 꼬맹이들이 집 바로 앞에서 눈썰매를 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처음 이 곳으로 이사온 그 해 우리 집 둘째 꼬맹이가 저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아빠, 난 세상에서 싫은 것이 세 가지 있어!”
“응? 그게 뭔데?”
“햇님!”
“왜?”
“왜냐면, 눈이 너무 부셔!”
(※ 해 뜨고 질 때 정말 대책 없이 눈이 부십니다. 그래서 집을 살 때는 사무실에서 서쪽 방향으로 사면 안 좋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출근할 때 뜨는 해 보고, 퇴근할 때 또 지는 해 보고…… 선글라스, 폼으로 끼는 것이 아니랍니다. 태양을 정면으로 보면서 운전하다 보면, 해가 눈 부셔 살인을 저질렀다는 뫼르소가 생각납니다.)
“둘째는?”
“응, 둘째는 나이아가라 폭포!”
(※ 정말 징그럽게도 많이 갔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이가 꾸벅 꾸벅 졸면서 가다가 잠깐 깨서는 ‘또 물 보러 가?’ 하면서 한 말입니다.)
“그럼 마지막은?”
“눈!”
(※ 처음 눈을 만난 겨울에는 강아지가 따로 없더니만, 그 다음 해 겨울에는 눈 치우느라고 고생하는 아빠가 불쌍해 보였답니다.)
그러던 녀석이 도와 준답시고 나왔다가 동생하고 같이 기껏 쌓아 올린 눈 언덕을 다시 신나게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 원래 조그마한 소나무들이 몇 그루 있는데 눈 속에 이미 파 묻혔습니다. 대신에 꼬맹이들이 참호를 파고 있죠.
▲ 눈이 많이 와서 엄청 기분 좋은 Snow Tube장. 그런데 일단 Lift를 먼저 타야……
▲ 언덕 위에서 거의 절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직 막내가 어려서 스키는 꿈도 못 꾸고 눈썰매는 또 무섭다 하여 할 수 없이 튜브를 탔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없을 것 같더니 가족과 함께 눈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 오는 재미가 아주 죽여 줍니다.
그런데, 일요일에 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입장료 사는데 두 시간 반, Lift 한번 탈 때마다 거의 4, 50분 정도 기다렸다가 한 번 타고 내려 오는 시간은 1, 2분 정도? 아이들과 6번 타고 나니 그냥 저녁이 됩디다. 그 찰나의 순간, 1, 2분의 재미를 위하여 입구에서부터 그렇게 줄 서서 기다렸습니다.
내년 겨울에 다시 오잡니다. 줄 서서 표 사는 건 아빠니까, 뭐, 그렇죠.
아무래도 지구가 이상해 지긴 한 모양입니다.
지난 여름에 그렇게 덥더니 이번 겨울에는 또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리고, 이번 여름에는 또 얼마나 더울지 …… 눈 치우다 한 숨 쉬던 기억은 이미 추억으로 넘어 가고 이제는 또 다가 오는 여름이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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